‘희망’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by 마부자


늦가을의 새벽 공기는 점점 묵직해지고 있었다. 아직은 습관처럼 5시에 눈이 떠졌지만, 오늘은 의식적으로 다시 눈을 감고 침대에 더 머물러 보기로 했다.


루틴을 바꾸려는 작은 시도였다. 그렇게 6시에 일어나 베란다로 나섰을 때, 창밖의 하늘은 여전히 어둠 속에 있었다.


겨울이 다가온다는 건 단지 온도의 변화만이 아니라, 하루의 길이가 짧아졌다는 사실로도 느껴진다. 하루의 시작이 점점 늦어지고, 해가 뜨기 전의 적막이 길어진다.


다시 시작하는 한주, 책상 앞에 앉아 <그릿>을 펼쳤다. 그리고 낯익은 단어가 들어있는 한 문장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릿을 좌우하는 희망은 이와 다른 종류다. 이 희망은 우리의 노력이 미래를 개선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바탕으로 한다.


내일은 나아질 것 같은 ‘느낌’이 아니라 나은 내일을 만들겠다는 ‘결심’이다.


투지가 강한 사람들이 품은 희망은 행운과는 전혀 상관이 없으며 다시 일어서려는 자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릿> 중에서 - 227page


희망.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오래된 오해 하나를 마주했다. 나는 지금껏 희망을 ‘기다림’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일은 나아질 거야. 언젠가 좋아질 거야. 그런 막연한 낙관이 바로 희망이라 믿어왔다. 하지만 그릿이 말하는 희망은 훨씬 단단했다. 그것은 ‘결심’이었다.


희망이라는 단어는 늘 부드럽고 따뜻했다. 절망 앞에서 누군가 “희망을 잃지 마세요”라고 말할 때, 그 말은 언제나 위로로 들렸다.


하지만 그 위로는 잠시의 휴식일 뿐, 나를 움직이게 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스스로에게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며 책임을 미루게 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릿이 말한 희망은 냉정할 만큼 현실적이었다. 희망은 행운의 반대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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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기대하는 마음이 아니라,

실패 속에서도 다시 나아가는 행동이다.


생각해보면 나의 투병 생활도 그랬다. 처음에는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주문처럼 되뇌었다. 그러나 그 말이 진짜 힘이 되지는 않았다.


진짜 희망은 몸을 일으켜 병실 복도를 걸을 때 생겼고, 차가운 물 한 모금을 어렵게 넘기며 하루를 버텼을 때 만들어졌다.


희망은 위로가 아니라 실행이었다. 희망은 누군가의 응원 속에 피는 꽃이 아니라, 스스로의 땀방울 속에서 자라는 씨앗이었다.


책 속의 문장을 읽으며 문득, 희망이란 단어가 얼마나 책임이 큰 단어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릿에서 말하는 희망은 결심의 다른 이름이다.


희망한다는 것은 곧 행동하겠다는 뜻이다. 이뤄지길 바란다면 움직여야 하고, 나아지길 원한다면 견뎌야 한다. 그렇게 보면 희망은 감정이 아니라 의지의 형태를 한 믿음이다.


희망은 때로 무겁다. 왜냐하면 그 안에는 책임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막연히 기대하는 희망에는 책임이 없다. 하지만 ‘내가 바꿔보겠다’는 결심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책임이 있는 희망만이 현실을 움직인다. 그릿의 저자는 바로 그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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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란 말은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노력 없는 희망은 공허하고,

행동 없는 결심은 망상에 가깝다.


내가 글을 쓰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하루하루의 작은 기록이 쌓여 나의 내일을 바꾼다고 믿는다. 이 믿음은 단순히 ‘좋은 일이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좋은 내일을 만들겠다는 다짐에서 시작된다. 글을 쓰는 행위 그 자체가 나의 희망이다. 쓰는 동안은 좌절할 틈이 없고, 멈추지 않는 손끝이 내 마음을 붙잡아준다. 그것이 희망의 형태를 한 나의 실천인 것이다.


하지만 절망이 가득한 요즘 세상은 희망을 긍정의 언어로 감정을 호소하듯 말하지만, 진짜 희망은 그보다 훨씬 묵직하고 현실적이다.


그것은 절망을 딛고 나아가기 위한 가장 실질적인 힘이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 다시 시도할 수 있게 만드는 근거다.


희망이 없으면 용기도 사라지고, 용기가 사라지면 삶은 멈춘다.

결국 희망은 살아가겠다는 의지의 다른 표현이다.


습관을 바꾸기 위해 조금 늦게 시작한 아침, 서재의 창밖의 어둠이 서서히 걷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문득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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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란 어쩌면 빛이 찾아오는 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먼저 불을 켜는 일일지도 모른다.


희망은 기다림이 아니라 선택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오늘 내가 건강을 위해 한시간을 더 잠에 투자했던 그 기대가 담긴 결심과 행동이 그것이 내가 이해한 희망의 본질이었다.


내일을 향한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진짜 희망은 그 마음을 현실로 바꾸려는 사람에게만 남는다.


나는 오늘 ‘희망’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희망은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책임을 지고 결심하는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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