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by 마부자


습관적으로 몸을 일으켜 침대를 정리하고 베란다로 향했다. 늦가을 새벽의 공기는 한층 더 차가워져 있었다.


차가운 공기 사이로 미세하게 느껴지는 따뜻한 바람이 몸에 닿을 때마다 묘한 균형감이 들었다. 차가움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그 순간이 어쩐지 내 일상과 닮아 있었다.


잠시 눈을 감고 호흡을 고르며 명상을 한 뒤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또다시, 습관처럼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책 한 권을 꺼내 펼쳤다.


붉은 밑줄로 표시된 2024년의 흔적들을 따라가며 문장을 되새겨 본다. 오늘은 그 중 한 문장이 내 안의 질문을 불러일으켰다.

“따라서 의식적인 연습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두 번째 비결로 연습을 습관화하라는 제안을 하려고 한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전문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오랫동안 혼자 의식적인 연습을 꾸준히 해왔다.


그들은 일과표대로 움직인다. 그들은 습관의 존재이다.” 그릿 중에서 - 191page


습관.

짧은 단어이지만 그 속에는 참 많은 의미가 숨어 있다. 나는 이미 7개월째 책과 유튜브를 통해 인상적인 문장을 옮겨 적고 있다.


처음엔 단순히 새벽의 졸음을 이겨내기 위해 시작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어느새 그 행위는 내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되었고, 더 이상 의식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반응하는 일상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습관이란 단어를 글 속에서 얼마나 자주 사용했는지 모른다. 꾸준함, 반복, 루틴, 일상이라는 단어와 함께 습관은 늘 나의 언어 속을 떠돌았다.


그런데 정작 그 단어 자체에 대한 생각을 한 번도 진지하게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너무 익숙해져서 오히려 낯설지 않은, 그래서 질문조차 던지지 않았던 단어.


습관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믿는 개념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그것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한다.


버리고 싶은 습관은 쉽게 버려지지 않고, 만들고 싶은 습관은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는다.


노력과 의지를 다해도 어느 순간 흐트러지고, 무심한 반복 속에 다시 굳어진다.


이처럼 습관은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 사이를 오가는 묘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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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이란 의지의 결과가 아니라,

어쩌면 의지가 사라진 자리에서

오히려 완성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한때는 노력해야만 가능했던 일이 어느 순간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변할 때, 그것이 진짜 습관이 된다.


새벽에 눈을 뜨면 베란다 앞에 서고 찬 공기를 들이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는 일. 책을 펼치고 책상 앞에 앉는 일.


그 모든 행동이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어색한 일이 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습관의 힘을 체감한다.


하지만 습관이 언제나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무의식의 반복은 때로 우리를 단단히 정체하게 만든다. 편안함은 성장의 적이 되기도 한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안도감을 느끼는 사이, 마음은 조금씩 굳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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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습관은 만들어야 할 대상인 동시에,

가끔은 깨뜨려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나는 문득 생각한다.

나의 새벽 루틴은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습관일까,

아니면 나를 가두는 틀이 되어가고 있을까.


그러나 그럼에도 이 시간만큼은 내게 분명한 의미를 준다.


새벽의 고요 속에서 오직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 그 반복이 나를 조금씩 단단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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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은 노력의 끝에 만들어지는 무의식이자,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의식이다.


그것은 결국 삶의 형태를 결정한다. 좋은 습관 하나가 하루를 바꾸고 하루의 반복이 인생을 바꾼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같은 시간에 같은 자세로 앉는다.


너무나 쉽고 단순한 이 작은 행동이 단조로움이 아니라, 나를 지탱하는 질서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제는 조금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습관’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습관은 의지를 만드는 태양이면서, 의지가 만들어낸 그림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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