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지름길은 없다. 결국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나를 만들어간다.
시간은 늘 같은 속도로 흐르고 있지만,
이 새벽의 시간만큼은 이제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조금씩 천천히, 조금 씩 깊게 변해가는 이 순간 속에서 다른 계절이 오고 있음을 피부를 통해 알수 있다.
조금씩 물들어가는 새벽 빛 처럼 조금의 연습이 재능으로 변해가는 방법을 깨닫기 위해 한권의 책을 다시 펼쳤다.
“전문가들은 다년간의 ‘의식적인 연습’을 통해 단계적으로 실력을 향상시켜 비범한 능력을 갖게 되었다.
이는 길고도 힘든 과정이며, 이를 건너뛸 묘안이나 순쉬운 지름길 같은 것은 없다.”
1만시간의 재발견 중에서 - 313page
지름길이란 어떤 과정을 단축하여 더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선택하는 경로를 의미한다.
시간과 노력을 줄이면서 같은 결과에 도달하고자 하는 방식이다.
나는 이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자연스럽게 하나의 마음이 함께 따라온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고 싶은 마음.
가능하다면 덜 힘들게 도착하고 싶은 마음.
아마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같은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면, 더 빠른 길이 있다면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묻게 된다.
더 효율적인 방법은 없는지, 더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는 길은 없는지.
하지만 이 문장은 그 질문에 아주 단호하게 답하고 있었다.
지름길은 없다고.
이 말을 처음 마주했을 때,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해서 지름길을 찾는다.
왜일까.
아마도 그 과정이 길고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결과는 원하지만, 그 결과에 도달하기까지의 시간과 반복은 견디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과정 자체를 줄이려 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름길이 없다는 말은 단순한 제한이 아니라 하나의 기준처럼 느껴진다.
그 과정이 생략될 수 없는 이유가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실력이라는 것은 어느 순간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조금씩 쌓이며 형태를 만들어간다.
그 과정은 눈에 보이지 않을 때가 많고, 때로는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 시간을 건너뛰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 시간을 건너뛴다는 것은 결국 결과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나는 그동안 지름길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더 나은 선택이라는 이유로
과정을 줄이는 것이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오늘 이 문장을 통해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된다.
효율과 지름길은 같지 않다는 사실이다.
효율은 같은 과정을 더 잘 해내는 방법에 가깝지만,
지름길은 그 과정을 생략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그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결과에서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자연스럽게 떠오른 것은, 투병의 시간이다.
그 시간을 지나오며 나는 지름길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조금이라도 빨리 나아지고 싶은 마음이 컸다.
가능하다면 이 시간을 건너뛰고,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더 빠른 방법이 있는지, 더 효과적인 길이 있는지를 계속해서 떠올리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알게 되었다.
이 과정에는 건너뛸 수 있는 구간이 없다는 사실을.
치료의 시간은 순서를 가지고 있었고, 회복의 속도는 내가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정해진 과정을 따라가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 시간은 때로는 느리게 흘렀고, 때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시간을 지나와야만 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지나오며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그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만들어지고 있었고, 그 시간을 견뎌냈기 때문에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기고 있었다.
돌아보면 그 시간은 단순히 버텨낸 시간이 아니라,
나를 조금씩 바꾸어 놓고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안다.
어떤 길은 빨리 갈 수 없는 길이라는 것을.
그래서 지름길은 없다는 이 말은 나를 멈추게 하기 위한 말이 아니라, 오히려 계속 가도 괜찮다는 확신처럼 느껴진다.
지금의 속도가 느리게 느껴지더라도,
그 과정이 쌓이고 있다면 결국 도달하게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 새벽의 빛도 마찬가지다.
단번에 세상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어둠을 밀어낸다.
그 과정 속에는 지름길이 없다.
다만 일정한 방향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있을 뿐이다.
나는 이제 지름길을 찾기보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을 조금 더 단단하게 걷는 쪽을 선택하고 싶어진다.
조금 느리더라도 괜찮다는 마음.
그 속도가 결국 나를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줄 것이라는 믿음.
나는 ‘지름길’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인생에 지름길은 없다. 결국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나를 만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