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절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조절이란 감정을 억누르는 일이 아니라 내 안의 경계를 분명히 세우는 힘

by 마부자

햇살이 선명하게 번지는 아침이었다.

베란다 앞에 서서 잠시 숨을 고르면

세상은 이미 나보다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하루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생활 소음이

조용히 공기 속을 채우고 있었다.


나는 이제 완전한 정적보다

이런 소리가 섞인 아침이 더 좋다.


고요는 마음을 가라앉히지만

소음은 현실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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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우리가 감정을 살아내는 방식의 핵심에

어쩌면 이 단어가 놓여 있다는 점이었다.


기쁨도 조절이 필요하고 분노도 조절이 필요하다.

자신감도 조절이 필요하고 불안도 조절이 필요하다


열정 역시 예외가 아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열정이 많을수록 좋다고 믿는다.


하지만 열정은 언제나 미덕으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방향을 잃은 열정은 추진력이 아니라

과속이 되기 쉽다.

감정이 너무 앞서면 판단은 쉽게 뒤로 밀린다.


그래서 조절은 감정을 죽이는 일이 아니라

감정이 제자리를 찾도록 돕는 일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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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조절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서

브레이크를 떠올리게 되었다.


브레이크는 달리지 않기 위해

존재하는 장치가 아니다.

오히려 더 멀리 가기 위해 필요한 장치다.


멈출 줄 아는 사람만 끝까지 갈 수 있다.


우리는 대부분 앞으로 나아가는 법은 배웠지만

멈추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성공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는 넘쳐난다.

더 열심히 하라는 말도 많다.

더 빠르게 움직이라는 조언도 흔하다.


하지만 언제 멈춰야 하는지.

언제 물러서야 하는지.


언제 감정을 내려놓고 판단을 먼저 세워야 하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우리는 속도를 높이는 기술에는 익숙하지만

속도를 다루는 기술에는 서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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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많은 실패는 능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조절에 실패해서 일어났다.


역사도 그렇다.

트로이 전쟁은 한 사람의 욕망과 집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을 때

얼마나 큰 비극으로 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가까운 예로는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을 떠올리게 된다. 그는 이미 많은 승리를 거두고도 멈추지 못했다.


더 넓게 나아가려는 의지와 자신감은

결국 계절과 보급과 현실에 대한 감각을 잃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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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는 전투력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계를 조절하지 못한 판단의 문제였다.


조절의 실패는 언제나 처음에는 확신처럼 보인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개인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화가 날 때 한마디만 참았어도

관계가 무너지지 않았을 순간이 있다.


잘되고 있을 때 한 발만 늦췄어도

더 크게 잃지 않았을 순간도 있다.


우리는 실패를 너무 자주 외부 탓으로 설명하지만

돌아보면 많은 장면의 중심에는

조절되지 않은 감정이 있다.


조절이란 결국 감정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감정이 행동을 독점하지 못하게 하는

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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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우리는 조절을 잘하지 못할까.

나는 그 이유가 단순히 의지가 약해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성취와 경쟁과 돌파에 대해서는 많이 배웠어도

조절에 대해서는 거의 배우지 못했다.


참아라라는 말은 들었지만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는 배우지 못했다.


침착하라는 말은 들었지만

무엇을 기준으로 마음의 선을 그어야 하는지는 설명받지 못했다.


그러니 많은 사람에게 조절은 기술이 아니라

막연한 덕목으로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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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절을 하려면 결국 경계가 분명해야 한다.


어디부터는 물러설 것인지.

무엇은 지금 결정하고

무엇은 시간을 두고 판단할 것인지.


경계가 없는 사람은 늘 감정에 끌려가기 쉽다.

화를 내도 되는 순간과 내지 말아야 하는 순간이 섞이고 밀어붙여야 할 때와 멈춰야 할 때가 흐려진다.


나는 나이가 들수록 성공보다

조절이 더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성공은 때로 외부의 도움이 있어도 가능하다.

운이 따르기도 한다.

시대의 흐름을 탈 수도 있다.


지나치게 기뻐하지도 지나치게 절망하지도 않고

자기 속도를 잃지 않는 사람은

화려하지 않아 보여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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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단단함이 결국 조절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성공을 향해 가는 힘보다 성공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힘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힘은 결국 내 안의 경계를 분명히 세우고

나를 조절하는 데서 나온다.


나는 ‘조절’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조절이란 감정을 억누르는 일이 아니라 내 안의 경계를 분명히 세우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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