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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caron Aug 25. 2016

무례한 조언, 고마움의 폭력

Macaron 감성살롱


가족이든 지인이든 회사 사람이든 아니면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이버 상에서든 내 주위에는 이런 저런 사람들이 참 많다.

내 옆에 계속 머무르는 사람도 있고 옷자락 한 번 닿지 않고 지나쳐가는 사람도 있고.

그 사람들 중에는 나를 걱정한다면서 조언이라며 말을 던지는 경우가 꽤 많다.

예전의 나는 착한아이 컴플렉스가 심했다.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심했다.

온화한 성품, 이해심 넓은 마음, 조언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감사해할 줄 아는 마음 등등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한 괜찮은 사람의 이미지를 나에게 투영하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썼다.

그래서 나에게 던져지는 모든 쓴소리들을 좋은 의도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건 맘처럼 잘 되지 않았다.

특히나 나와 몇 번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이 조언이라는 이름으로 하는 말들은 나도 모르게 내 표정을 일그러뜨리고 가슴 속에 화가 쌓이게 만들었다.

난 내가 부족해서려니 나를 탓하면서 미성숙한 마음을 가진 못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되고 싶은 모습이 되기 위해서는 행동으로 먼저 의지를 보이자는 마음으로 그들의 조언에 대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하기 시작했다.

고맙다 감사하다는 말을 일단 내뱉으면 내 삐뚤어진 마음도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하지만 부작용만 낳았다.

난 어느 새인가 고맙다는 인사를 "그래, 고마우니까 이제 나한테 지적질 하는 것 좀 닥쳐줘."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원인을 알게 된 건 한참 후였다. 그들의 조언 역시 조언의 탈을 쓰고 남의 삶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멋대로 지껄이는 헛소리였을 뿐이었던 것.

껌 한 통 사서 질겅질겅 씹다가 바닥에 퉤 내뱉 듯 씨부리는 그 말들은 내가 병신이 아닌 이상

나를 걱정하는 마음이 듬뿍 담긴 "진심어린 조언"으로 내 귓구녕에 박히지 않았다.

난 기분이 나빴고 상처를 받았다. 그런데 내가 왜 그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해야 하지?

그래 집어 치우자.

그 때부터 세상에서 제시하는 기준 다 집어치우고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이자라고 나름의 방향을 잡았다.

난 내가 진짜 고맙다고 생각할 때만 고맙다고 할 거야.

나를 열 달 뱃 속에 품고 목숨보다 나를 사랑해주시는 우리 부모님이 걱정해서 해주시는 말씀들도 제대로 마음에 담아내지 못하는 소갈딱지로

나와 제대로 된 연결고리도 없고 나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조언이랍시고 씨부리는 말을 내가 고마워하며 들을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예의 없고 진심 없는 말은 말에는 나도 싸가지 없게 내뱉었다.

생각해서 조언해주는 건데 무례하다 말이 지나치다 건방지다 사람이 덜 됐다 발끈하는 인간들도 많았다.

그러면 씨발아 그러면 니가 기분 나쁘지 않게 대갈빡 좀 굴려서 이야기를 했어야지,

어디 지가 무식하고 경우 없는 걸 내 탓을 하고 지랄이야라고 물어 뜯어줬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 해답이 있을 뿐.

난 내가 기분이 나쁘면 나쁜 거라고 원칙을 세웠을 뿐이다.

하나도 고맙지 않은 말들을 사람 좋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 내 속을 썩어 문드러지게 하는 개병신 짓거리는 이제 안 할 거다.

그리고 그렇게 썩어 문드러져도 푼수처럼 여기저기 주둥아리 놀리는 잡것들은 내가 이해해줘도 그 고마움을 모른다.

지가 맞는 소리 했다고 남 무시하면서 갑질 작렬 콧대나 높이고 다니겠지.

그 콧대 반으로 똑 잘라서 주둥아리에 쑤셔 넣어주고 싶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해주는 말조차 때로는 마음에 상처를 남기긴 하지만

진심어린 이야기는 어떻게든 내 마음에 와 닿고 깊은 울림을 만들어 내 삶의 방향에 영향을 준다.

난 그런 사람들에게만 고맙다고 말하고 살기로 한 이후로 그렇게 살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거야.

고맙다는 말을 남용해서 그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겠어.

자신이 남에게 준 상처와 무례함은 생각도 안 하고

자신이 한 말이 남에게 받아 들여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만 분노하며 피해자 드립치는 인간들이 주변에서 깨끗이 사라져 줬으면.

니네는 그냥 오지라퍼야. 자아성찰 좀 하고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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