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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가 Jun 05. 2020

웹디자이너, 취업을 위한 준비

동네 디자이너 형이 전하는 소소한 이야기

글을 쓰는 오늘인 2020년 6월 3일. 중소 인하우스의 웹디자이너로 하루하루를 보내며, 실무 16년 차를 지내고 있습니다. 첫 문장에 연차를 들먹이며 거드름 따위를 피우는 이유는 제가 쓰는 글에 조금의 설득력을 더하기 위함입니다. 내세울게 그뿐이거든요. 단지 오래 했다는 것, 그리고 살아남았다는 것...


글을 잘 쓰는 편이 아닙니다. 그저 좋아할 뿐이죠. 실무를 시작하면서부터 개인 사이트와 블로그, 카페 등의 커뮤니티 활동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소극적이며 폐쇄적인 한국 디자인 필드 특성상, 각종 정보나 나의 실력을 검증할 방법은 그게 최선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디자이너들을 만날 수 있었고 언젠가부터 초년생, 지망생들의 질문 메일을 받아 주제넘지만 상담 비슷한 걸 해오고 있습니다. 그들에겐 인터넷상에 널려 있는 좋은 글들이 많이 어려웠나 봅니다. 삼류인 제게 따로 묻는 걸 보니...


사회생활을 이제 막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실무에서 통용되는 외래어나 각종 전문 용어들이 많이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간 함께 해왔던 주니어 디자이너들. 인터넷에서 좋은 글들을 찾아 던져주어도 해당 내용들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어렵다 했습니다.


'디자인 초심자가 읽기 쉬운 글을 써보자'


제가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오늘은 웹디자이너가 되려는 지망생들을 위해 주관적이며 소소한 내용을 끄적여봅니다. 위에 언급했다시피 최대한 쉽게 풀어서 썼으며 그 때문에 글이 깁니다. 


메이저 vs 마이너


개인적으로도 많이 고민했던 부분입니다. 저 자신 그리고 함께 일하는 팀원들에게 선배로서 미래에 대한 비전과 방향을 제시해야 했기 때문이죠. 우리가 생각하는 메이저와 마이너의 기준은 무엇일까 떠올려봅니다. 이름만 들으면 알법한 대기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업체와 그러지 못한 업체? 또는 단순히 역사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른 차이. 그마저도 아니라면 각종 디자인 정보 사이트에 등록된 국내 웹에이전시들.


GDWEB에 등록된 다양한 웹에이전시들


아마도 메이저와 마이너를 나누는 가장 쉬운 기준은 프로젝트 규모와 금액 단위일 겁니다. 이걸 바꿔서 예로 들면 대기업 프로젝트가 되겠고요. 그럼 메이저와 마이너 중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답은 "주제에 맞게 가라"입니다. 메이저급 에이전시에 백날 이력서 넣었는데 답이 없다면 마이너 가서 일해야겠지요. 하고 싶은 게 디자이너라면 그 판이 어디든 뭐라도 해야지요. 그러면서 나를 발전시키고 큰 판으로 뛰어들 만큼 날을 갈아야죠. 시작을 위함이라면 이런 고민은 너무 오래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큰 물이건 작은 물이건 분명 얻는 것들이 있습니다.


에이전시 vs 인하우스


'인하우스'라는 단어가 생소할 수 있습니다. 통상 디자인 실무에서 인하우스라 하면 자체 서비스(수입원)를 가진 기업체를 말합니다. 웹에이전시처럼 다양한 디자인을 촌각 다투며 작업하는 게 아닌, 하나의 서비스를 심도(잡다하게) 있게 다룹니다. 주로 관리와 운영 업무를 하게 되며 특성상 실무 스킬이나 포트폴리오가 많이 쌓이지는 않습니다. 웹에이전시 업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전투적이거든요. 이해를 돕기 위해 몇 가지를 나열하자면 병원, 쇼핑몰, 제조/생산 등의 기업체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상황을 떠올리시면 빠를듯합니다. 에이전시가 아닌 곳에서 디자이너를 필요로 한다면 대부분 인하우스라 보시면 됩니다. 


우아한 형제들에서 디자이너로 일한다면 인하우스 디자이너


사실 이 둘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면 위에 언급한 메이저와 마이너를 두고 고민하는 것보다는 '가치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이쯤 되면 자신이 어떻게 성장했으면 좋을지 상상해보고 있다는 얘기거든요. 물론 에이전시의 전투적인 생활이 걱정되어 인하우스를 목표로 삼고 있는 분들. 인하우스라고 마냥 여유롭진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권해드리는 루트는 시니어급 이상으로 올라갈 때까지 에이전시 생활을 경험하고 이후 인하우스를 고민해 보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실무에서 주니어와 시니어를 나누는 기준은 참 모호합니다만, 실무 기준. 과장 또는 팀장급의 디자이너의 연차를 살펴보면 대략 6~7년차 이상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취업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웹사이트등을 찍어내는 공장 같긴 해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단시간 내에 경험해 볼 수 있고 그로 인해 속도, 스킬 등이 많이 붙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실무자분들께서 이 부분에는 이견이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각오가 되어있고 그것이 가능하다면 에이전시에서 나를 담금질한다 생각하고 실무에 진입하는 게 낫습니다. 간혹 에이전시 출신 작업자들을 우대해주는 업체도 종종 있습니다.


이후 시니어가 되어 그간의 경험과 스킬, 노하우를 바탕으로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는 그리고 나에게 맞는 기업을 찾아 인하우스 디자이너 생활을 시작해보시는 게 좋습니다. 에이전시 생활을 하다 보면 알게 됩니다. 자신의 장단점을 말이죠. 어떤 서비스, 어떤 디자인 업무에 내가 적합한 인재인지... 그 판단이 되었을 때 비로소 바람직한 인하우스 생활이 이뤄집니다. 혹 저연차인데 인하우스 생활을 하고 계신다면 인맥관리와 자기 개발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를 권합니다. 대부분의 중소 인하우스엔 개발집단 자체가 소규모로 구성되어 있고, 작은 단위의 디자인 업무가 반복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러한 인하우스 생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부지런해져야 합니다.


퍼블리싱 스킬에 대한 고민


지극히 주관적입니다만, 필수라 생각합니다. 엄밀히 따져 우리는 화면을 설계하는 직업군입니다. 예술 직업군으로 분류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우리가 디자인하는 화면들이 브라우저나 각종 기기에서 어떻게 동작하는지 알아야 더 좋은 디자인, 근거와 설득력 있는 UI/UX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혹자의 말처럼 내부 퍼블리셔가 있는 기업에 가면 디자이너인 내가 퍼블리싱할 일이 없다. 또는 나는 디자인에 몰방하겠다.


네 당연히 그러셔도 됩니다. 그런데 말이죠. 대부분의 퍼블리싱을 못 하는 디자이너들이 디자인 또한 못합니다. 경험상 그러합니다. 회의시간이나 작업자 간 소통 시에도 꿀 먹은 벙어리가 됩니다. 퍼블리싱 실무자 수준으로 잘하라는 게 아닙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또는 코드가 더럽거나 정교하지 못해도 내가 만든 시안 코딩해서 웹상에 띄어볼 수 있는 수준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해도를 말하는 거죠. 이 같은 이해도 없이 UI나 UX를 다루려 한다면 '편집디자이너' 혹은 '모니터에 그림을 그리려는 자'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자기 개발로 디자인 위주의 공부를 하시되 퍼블리싱을 등한시하는 미련한 행동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HTML, CSS, JS. 처음엔 당연히 어렵습니다


우리는 웹디자이너이지 편집디자이너 또는 포토샵 기능직이 아닙니다. 포지션이 세분화되었다 해서 알아야 할 것들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전공과정 중 또는 학원에서 알려주었다면 그 끈을 놔버리지 마세요. 당장은 운이 좋아 취업이 된다 해도 결국 언젠가 이직하며 이력서를 넣을 때 후회를 할 수도 있습니다.


신입. 취업에 도움될만한 팁이 있을까요?


아마도 포트폴리오에 대한 이야기가 맞을듯합니다. 학원을 다니고 계시거나 수료생이라면 다들 비슷하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계실 텐데요. 제가 경험한 대략적인 요즘 신입분들의 포트폴리오는 아래와 같습니다.


웹사이트 1~3개 (대기업 또는 유명 브랜드 사이트 리디자인, 반응형)

iOS, 안드로이드 (앱인지 모바일웹인지 구분 불가능한 앱 디자인 1~2개)

쇼핑몰 상세페이지 또는 각종 이벤트 페이지, 그에 따른 배너 베리에이션

위 모든 것을 포함. 학원에서 지원해준 기성품 형태의 포폴 사이트(부트스트랩, 템플릿 타입)


포트폴리오만 놓고 보면 학원출신 지망생들이 낫습니다. 무턱대고 만든 대학 전공자들의 포트폴리오보다 완성도 있고 좋은 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무튼 학원 출신자들의 포트폴리오를 기준으로 그나마 면접관에게 어필할만한 팁들을 사견 타서 적어봅니다.


먼저 꽤 많은 지망생들이 뷰티, 자동차, 쇼핑몰, 기업소개 등의 사이트를 포폴로 구성합니다. 이중 자동차 사이트는 크게 메리트가 없음을 말씀드립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는 자동차 메이커가 몇 없습니다. 디자이너로 살아가면서 자동차 사이트를 구축할 일 또한 없다는 말이 됩니다. 구인자에게 와 닿지 않습니다. 현대자동차, 르노삼성, 기아 등의 기업체에 입사할 목적이 아니라면, 이미지 빨 가득 세운 그러니까 원소스 자체가 좋아 여러분의 디자인 능력을 가늠하는데 방해가 되는 자동차 사이트는 가능하면 포폴에 구성하지 않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쇼핑몰 기업체의 인하우스 디자이너가 목표라면 쇼핑몰 사이트와 관련 상세페이지를 준비하셔도 됩니다. 단, 이러한 것들은 실무에 가장 근접한 형태로 제출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좀 더 디테일하게 설명드리자면 대부분의 쇼핑몰을 운영하는 기업에서 사이트 자체를 구축하지 않습니다. 대게 고도몰, 카페24, 영카트, 메이크샵 등의 서비스를 활용하고 그것을 수정해서(커스터마이징) 사용합니다. 관련 포폴을 구성하기 전 해당 서비스를 먼저 이해하고 시안을 잡는 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각 서비스 나름의 고정적이며 보편적인 레이아웃이나 디자인 요소들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틀이 잡혀있고 무료로 사용해 볼 수 도 있으니 그러한 것들을 꼭 살펴보세요.


고도몰의 디자인 스킨들. 많이 사용된 스킨들의 구조를 살펴볼 가치가 있다


학원에서 도와준 여러분의 포트폴리오 구성은 커리큘럼에 포함된 최소. 그러니까 교육 과정 중에 나온 결과물이지 모든 실무에 적합한 포트폴리오가 아닙니다. 의지가 있다면 입사하고자 하는 기업의 서비스를 파악하고 분석/리디자인 하는 열정이 백배 낫다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만드세요. 평소 관심도 없던 기업이나 브랜드. 구색 맞춘다고 억지로 리디자인 하는 것보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을 시안으로 녹여내는 게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실패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상해보세요. 그렇게 10개의 기업체에 지원하면서 10번의 분석과 10개의 리디자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포트폴리오가 실패하는 과정을 통해 더 다양해지고 단단해집니다.


마지막으로 가능하면 개인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직접 구축해 URL로 제출할 것을 권합니다. 이미지 압축본이나 PDF보다 더 높은 수준이니까요. 퍼블리싱에 대한 이해도를 지니고 있음이 바로 어필되며, 열정 또한 전해집니다. 물론 구인자의 상황을 고려해 URL과 PDF를 함께 전달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자소서 또한 가능하다면 디자인해보세요. 우리는 디자이너입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디자이너로 먹고사는 동안 모든 결과물을 디자인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JPG파일 몇 개 띡 던지거나, PPT만도 못한 구성의 포트폴리오는 오히려 마이너스라 생각됩니다. 이 바닥 생각보다 좁습니다. 판이 작다는 게 아닙니다. 경력자들 각각의 인맥이 그물처럼 얽혀 서너 명만 건너면 아는 사람이 나올 만큼 인맥을 중요시하는 판입니다. 그러한 판에 나를 처음으로 소개하는 아주 중요한 문서입니다. 최대한 여유를 갖고 많이 살펴보세요. 공을 많이 들이세요.


브런치에서의 첫 글. 잘못된 정보나 주관에 치우쳐 작성하지 않으려 며칠을 읽고 다듬으며 발행 버튼을 누릅니다. 다음번엔 또 다른 이야기를 들고 찾아오겠습니다. 길고 딱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오늘도 디자이너가 되고자 노력하시는 많은 분들께 힘내라는 응원 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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