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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가 Jul 21. 2020

웹디자이너, 퍼블리싱까지 알아야 할까?

당연한걸 왜 자꾸 물어. 그냥 하기 싫다고 해.

안녕하세요. 맥가입니다.

퍼블리셔라는 직업군이 생겨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고민거리로 남아 있는 문제.

'과연 웹디자이너로 살면서 퍼블리싱까지 알아야 할까?'입니다.


자주 가는 웹디자이너 카페에서 답을 구하고자 해당 주제와 관련해 간단한 투표를 진행했었습니다. 결과는 예상했던 것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투표 모수가 많지 않아 이를 자료로 활용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그냥 개인적으로 정리하는 참에 올려보니 판단은 여러분께서 직접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아래부터는 주관적인 내용이 주로 담겨있으며, 퍼블리싱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 분들이라면 본 글이 '여론몰이'로 읽힐 수도 있습니다.



웹퍼블리셔란?


먼저, 초년생 또는 준비생분들을 위해 웹퍼블리셔가 뭐하는 직업인지 대충 알아봅니다. 2000년 중반쯤을 기점으로 생겨난 단어로 명칭 자체는 우리나라인 한국에만 있습니다. 초기 웹 개발판에서의 html 마크업 작업은 웹디자이너의 고정 업무도, 웹 개발자의 고정 업무도 아니었습니다. 둘 중 여유가 되거나 잘하는 사람의 몫이었고 양쪽 직군 모두 웹 퍼블리싱이 가능했습니다.


시장 단가가 떨어지고 웹 표준, 반응형, 디바이스의 다양화 등의 이유로 단순 웹페이지 코딩 수준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으며 그에 따라 마크업 난이도가 상승했습니다. 각종 라이브러리나 프레임워크도 다양하게 생겨났죠. 이때부터 효율과 전문성을 이유로 마크업만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가성비 측면도 있습니다. 빠르게 회전해야 하는 웹에이전시에서 디자이너가 모든 시안 작업을 끝내고 마크업에 들어가는 것보다, 시안이 나오는 족족 누군가가 html페이지 작업을 진행하는 게 이득이었거든요. 자연스럽게 분업화가 시작된 겁니다.


이미 해외에선 'UI개발자'라는 명칭으로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이때까지의 해외 상황도 대부분 웹디자이너가 마크업까지 진행했습니다. 스케치나 XD 등의 프로토타이핑 툴의 등장에 해외 디자이너들이 환호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들이 코딩해서 시연해야 할 것들이 단순 디자인 툴에서 커버가 가능해지니 좋아라 할 수밖에요.


국내에서 'UI개발자' 또는 'UI디렉터'라는 용어가 자리 잡기 전, 신현석 님이 처음 '웹퍼블리셔'라는 용어를 명함에 새기며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참 신기하죠? 한 사람이 개인적인 연유로 만든 용어가 아직까지 실무에서 전문 용어로 통용되고 있다는 게. ㅎㅎ (당시 엄청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


자세한 이야기는 신현석 님의 개인 블로그에서 살펴보세요.

https://hyeonseok.com/soojung/webpublisher/2007/08/16/396.html



디자이너의 웹퍼블리싱의 대략적인 실무 현황


(투표수 어쩔... ㅠㅠ)


위에 언급한 것처럼 전체 투표수가 100표도 넘지 못합니다. 비율만 참고해주세요. 전체 투표 중 절반 가까이가 디자인만 하고 있네요. 생각보다 사정이 많이 나아진 것은 맞습니다. 저도 몇 해전부터 주로 디자인만 하고 있거든요. 그래도 투표수가 적어 걱정이 되니 좀 더 알아볼까요?


구글 트렌드로 알아본 각 직무별 관심도 (2004년~2020년)


보통 검색 관심도는 시장의 흐름을 반영합니다. 필요하니까 검색을 하고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면 해당 직업군의 몸값이 상승을 하죠. 사람이라면 돈 많이 버는 새로운 직업에 혹하게 됩니다. 물론 웹디자이너는 직종은 그냥 많습니다... 네 그냥 많이 검색해요. 많이도 시작하고 많이도 그만두고... 요즘 대세는 프런트엔드입니다. 엄청난 난이도에도 불구하고 '엄청 쉬워'라는 과장 광고에 모두 현혹되고 있지요.


아무튼. 그래프를 살펴보면 2000년대 중후반부터 '웹퍼블리셔'라는 단어의 검색이 시작되었고, 이후 꾸준하게 바닥을 기어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웹퍼블리셔'라는 직군이 실무에 잘 안착했다면 최소 웹디자이너 또는 웹디자인이라는 키워드의 검색량과 얼추 비슷하게 나와야 하는데 한참 모자랍니다. 오히려 프런트엔드가 치고 올라갑니다. 웹퍼블리셔를 지망하던 친구들, 웹퍼블리싱을 하던 자들도 최근 들어 모두 프런트엔드 쪽을 바라봅니다.


이걸 반대로 풀어볼까요? 네. 웹퍼블리싱할 놈들이 다시 사라지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아직까지도 과도기이긴 하나, 분명 우리는 얼마 전까지 그런 상상을 했습니다. '이제 퍼블리셔가 등장했으니 디자인만 할 수 있겠다'라고요. 아직도 미지수에 가깝습니다. 왜냐고요? 실무를 하다 보면 종종 웹퍼블리셔와 프런트엔드 개발자가 동시에 있는 상황을 경험합니다. 누군가를 그리 말합니다. "웹퍼블리싱이 프런트엔드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고 결국은 같은 놈들인데 뭘 나눠? ㅋㅋ" 그들은 아직도 "html은 네가 하고 JS만 내가 해"등으로 다투고 있습니다. 과거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html 코딩 누가 할래? 제이쿼리는 네가 해줄래?'로 다투던 때처럼 프런트엔드 안에서 일 떠밀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말입니다.


단적인 예를 들어볼까요? 사무실에 PHP개발자, 웹퍼블리셔, 프런트엔드 개발자가 있다 칩시다. 프로젝트 하나 던져주면 지들끼리 업무 분담하는데 하루 종일 다툽니다. 올드한 PHP개발자는 원래부터 다 해오던 터라 나머지 직군들이 답답하고, 웹퍼블리셔는 JS가 어려워 죽을라 하고, 이제 막 학원 수료해 실무 몇 년 경험한 프런트엔드 개발자는 어디까지가 자기 영역인지 고민하기 바쁩니다. 결국 웹퍼블리셔라는 직업과 단어가 사라지고 그들의 업무영역이 확실해져야 우리가 디자인에만 집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애초 웹디자이너가 디자인에만 집중한다는 말 자체에 문제가 있...) 그리되어야 우리 사장뇜이 어느 포지션을 뽑아서 실무를 구성해야하는지 알게됩니다. 지금은 말이죠. 꽤 많은 오너들이 이런 고민을 해요.


'퍼블리셔도 뽑아야하고 프론트엔드 개발자도 뽑아야하고 웹개발자도 뽑아야하는건가?'



과도기를 슬기롭게 버티는 방법


직무별 구인 광고수 (잡코리아 2020.7)


웹디자인과 웹퍼블리싱 직종에 대한 구인 광고입니다. 지난번 카페 회원분께서 비슷한 데이터를 들고 온 적이 있었습니다. 같은 접근 방법입니다. 뽑는 곳이 많아져야 우리 일자리가 늘어나는 거고 웹퍼블리싱을 많이 뽑는다는 것은 우리가 디자인에만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는 말이 됩니다. 여러분이 바라는 그것 말이죠. 약 5000 vs 2000. 수치를 그대로 믿어도 될까요? 안타깝게도 웹디자인 구인 광고를 살펴보면 '웹퍼블리싱 가능자'라는 조건들이 달려있습니다. 그것도 꽤 많이 말이죠.


디자인 가능한 웹퍼블리셔를 뽑는 곳도 있...(아..진영이형...)


규모가 있다거나 대기업이라고 해서 꼭 퍼블리셔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과연 이유가 무엇일까요? 단순히 인건비 절감을 위해서 일까요? 아님 업무 효율을 위해서 일까요? 이 정도로 몇 년에 걸쳐가며 디자이너에게 퍼블리싱을 강요하는 건. 직무를 분리하지 않는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닐까요?


'웹퍼블리셔라는 집단의 등장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라는 부분에서 문제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과거 디자인과 퍼블리싱을 동시에 하던 올드비들이 퍼블리셔로 전향한 케이스를 제외하고, 실무를 퍼블리싱으로 시작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아직 주니어들입니다. 경험이 부족합니다. 실무에서 관리를 하고 계신다면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주니어 퍼블리셔들의 정확도가 많이 떨어지고 디자이너와 개발자 간 좋은 협업이 잘 이뤄지지 않습니다. 단순 마크업을 떠나서 그들도 설계를 하는 집단인데, 너무도 심플하게 접근합니다. 그냥 디자이너가 작업한 거 브라우저에 뿌린다는 개념으로 일합니다. 반대로 디자이너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퍼블리싱에서 자연스레 멀어지다 보니 말도 안 되는 디자인을 들고 옵니다. 반응형인데 시안 가로사이즈가 1050px은 무엇인지... 마크업은 생각보다 고난도의 작업입니다. 퍼블리셔도 전문성을 따져야 하고 디자이너도 그에 걸맞은 수준을 갖춰야 하죠. 그래야 좋은 협업이 이뤄집니다.


결국 이 같은 시행착오를 겪고 '단순 포지션 세분화의 단점'을 아는 실무 관리직들이 돈 몇 백을 더 주고서라도 또는 패러다임을 역행하는 꼰대성을 발휘해서라도 퍼블리싱 가능한 디자이너를 찾습니다. 그들의 마크업 실력이 상위 몇% 의 퍼블리셔들에게 비할바는 못되지만 단순 디자이너, 단순 퍼블리셔들보다 업무 정확도가 높습니다. 협업 능력에서 많은 차이를 보여줍니다. 퍼블리셔가 있더라도 디자이너에게 html마크업/개발 이해도는 정말 중요한 요소입니다.


'생존'이라는 단어를 주로 떠올립니다. 실무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두 비슷한 고민을 하고, 그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 각종 커뮤니티나 모임. 강좌를 기웃거립니다. 현실적으로 퍼블리싱이 가능한 디자이너여야 한 곳이라도 더 이력서를 넣어볼 수 있고, 한 달이라도 더 실무에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개인 역량을 강화하다 보면 자연스레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걸 누가 모르냐고요? 당연한 개소리를 왜 자꾸 하냐고요? ㅎㅎ 당연한 걸 알면서도 안 하더란 말입니다. 그러한 나태한 자들이 사무실에 널려있고, 그런 친구들을 종종 만나왔으니까요.


나중에 이불킥할지도 모르겠지만 장담 하나 해봅니다.

한국의 웹 개발 실무는 말이죠. 급속도로 나아지지 않아요. 이 나아진다는 표현은 많은 분들이 희망하는 '웹디자이너, 디자인에만 집중'을 말하는 겁니다. 제 기준에서의 나아짐은 그것과는 차이가 있어요. 아무튼 퍼블리셔들 좀 생겨났다고 해서 명확한 분업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러했고, 우리가 쫓고 있는 해외에서도 꽤 많은 디자이너들이 마크업까지 진행합니다. 웹 개발자들이 풀스택을 떠올리는 것처럼, 웹디자이너도 풀스택을 떠올려봐야 합니다. 그 범위를 따져 목표를 정해야 좋은 방향으로 나를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모두들, 디자인 공부한다면서 딱히 하는 것도 없지 않은가요? 그저 출근길에 UI/UX글 몇 개 읽고, 퇴근하고 포토샵 켜는 일 없잖아요. 지금도 웹디자이너가 어디까지 공부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지 않나요? 디자인에만 집중한다는 분들. 당신들이 말하는 웹디자인의 전문성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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