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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가 May 10. 2021

젠더갈등과 디자인

실무 디자이너가 본 GS25 메갈리아 사태

애초 이 글은 GS25의 해당 디자이너가 메갈리아일 거라는 심증으로부터 시작했다. 글을 최초 발행했던 며칠 전. 그때까지의 나는 이번 사태를 통해 일베니 메갈이니 하는 것들이 소멸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발행하고 몇 시간 뒤 결국은 글을 내리고 다시 고민했다. 정확하지 않은 사실로 누군가가 상처 받는 건 원치 않았고, 잠시나마 멍청했던 나를 원망했다.


감정을 덜어내고 좀 더 책임감 있게 글을 수정한다. 자극적인 글이 될 수 도 있다. 언젠가부터 성평등은 '평등'이라는 의미가 퇴색하고, 그저 세상이라는 판때기 위에서 서로를 밀어내기 위한 자리싸움을 의미하는 단어가 되어버렸으니. 배려 따위도 없다. 그저 2분법적인 기준, 암수 안에서 발생되는 갈등이다.


GS25의 상황을 모르는 사람은 아래 링크를 먼저 살펴보자. 정확한 내용도 모른 채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불필요한 보이콧하지 말고, 개인의 가치관을 따져 현명한 판단을 하기 바란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가족을 위해 GS25에서 일하고 있다.


"일베나 메갈같은 소수의 멍청이들로 인해 특정 기업을 보이콧하면 사회엔 뭐가 남지?"


모두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이다. 긴 글을 다 읽지 않을 자들을 위해 정말 하고 싶은 내용을 앞에 배치했다. 아래 링크한 나무위키의 관련 글도 완전히는 아니지만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다. 해당 디자이너가 메갈리아의 사상을 갖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는 현재까지 어디에도 없다. 무죄추정의 원칙? 그딴 어려운 건 모르겠다.


https://namu.wiki/w/GS25%20%EB%82%A8%EC%84%B1%ED%98%90%EC%98%A4%20%EB%85%BC%EB%9E%80



문제가 된 GS25의 포스터


소란의 시작점. 메갈인지 뭔지를 떠나서 별로 캠핑 가고 싶지 않은 포스터다. 시각적 매력이라곤 1도 없다. 이것을 기획한 자, 카피를 작성한 자. 그리고 그걸 받아 시각적으로 풀어낸 디자인하는 자. 모두 일이 엄청 하기 싫었나 보다. 5월 한 달간 소시지류를 할인해 주는 이벤트인 건가? 생뚱맞게 들어간 하단의 달 아이콘은 또 뭐고? 결국 메갈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몇 번의 수정 후, 해당 포스터는 삭제되었고 GS25는 공식 사과문까지 올렸다. 사과문은 아직까지도 핑계문 취급을 받고 있으며, 이후로도 GS리테일 측의 대응은 썩 좋지 못했다.


실무자 관점에서 포스터를 하나하나 뜯어가며, 공교로움을 증명하고 싶다만 딱히 그럴 가치도 없다 생각된다. 그냥 아래 이미지를 본다.


이미지 판매 사이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스 


위 이미지는 디자이너 사이에서 꽤나 유명한 이미지 판매 사이트의 소스 중 하나이다. 저것을 만든 작업자 또한 메갈리아라 손가락질할 것인가? 그러려면 그 손가락질이 미국까지 닿아야 한다. 해당 이미지는 미국에서 날아온 것이니. 실무 디자이너는 과반수를 훨씬 넘는 비율로 대부분의 이미지를 사서 쓴다. 작업 여건상 그러하다. 일일이 찍거나 만들 시간적 여력 조차 없다. 국내외 이미지 판매 사이트에는 위에 같은 손 모양의 소스가 널려 있다.


포스터에 등장한 손 모양의 일러스트 역시 디자이너가 직접 만든 것이 아닌 남이 만들어 놓은 과거의 소스를 사서 사용한 것이다. 메갈을 뜻하는 세로 읽기 식의 워딩? 콩글리시고 뭐고 저런 문구적인 이슈는 그간 수없이 등장해왔다.


삼성의 애니콜은 콜걸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국외에서 버려진 네이밍이었다



광고 실무의 일반적인 조직 구조(외주, 하청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 출처 : 동국광홍



게다가 디자이너 혼자 이런 개수작을 부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부 디자인 실무를 모르는 자들이 디자이너 개인의 소행으로 이를 판단하고 있는데, 실무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으며 확률적으로 힘들다. 위에 광고회사의 조직도를 살펴본다. 요따구로 생겼다. 규모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GS25 수준의 광고 업무를 진행하려면 이보다 더 크거나 세분화된 조직일 거다.


일단 기획파트(좌측 녹색)에서 기본적인 기획 문서가 나왔을 거다. 그걸 제작파트(파란색)에서 받아 작가가 문구를 쓰고, 디자인 시안이 나왔을 테고. 몇 번의 핑퐁을 거쳐 마케팅파트에 전달되어 온라인에 노출된 거다. 만약 당신이 일베나 메갈처럼 편향적 사상을 지니고 있다면, 당신은 업무 결과물에 그 사상을 반복적이고 장기적으로 심을 자신이 있는가?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생각하는가?


암만 날림으로 작업해도 중간중간 컨펌하는 놈들이 있기에 저런 결과물이 어느 한 개인의 드리블로 절대 일어나진 않는다. 바꿔 말해 해당 포스터가 정말 메갈 세력의 노림수라면 조직의 대다수가 메갈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기획한 놈, 글 쓴 놈, 디자이너 놈, 컨펌한 놈, 마케팅 돌린 놈. 그게 아니라면 디자인한 인간의 권한이 막강한 거다. 아님 디자이너 말곤 죄다 멍청이 거나. 차라리 그들의 통찰력이 부족하다 비판하는 게 맞다. 안일했다 꾸짖는 게 타당하다.


이런 식으로 안경을 고쳐 쓰는 사람은 꽤 많다


GS리테일의 제작 집단에게 말하고 싶다. 안경 관련 광고나 방송 매체에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가운데 손가락을 이용해 안경을 고쳐 쓰는 연출이 바람직하다 생각하는가? 메갈을 상징하는 손 모양이 인터넷에 공개된 지 꽤 오래되었고, GS25 사태 이전에도 문제로 삼던 것이다. 제작 집단엔 다양한 사람이 모여있고, 그중 누군가가 조금의 통찰력만 발휘했더라면 해당 손 모양이 문제가 될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광고를 만드는 집단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당장 본인과 맞닿아 있지 않더라도 세상 사소한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집단이다. 정녕 우회로를 몰랐단 말인가? 대한민국에서 GS라 하면 학벌 좋고 능력 좋은 사람들이 모이는 대기업이 아닌가?


이미 비슷한 케이스를 여러 번 겪은 집단이 아닌가? 경상도 사투리의 '~했노'처럼 어미를 '노'로 끝내는 카피 작성. 일베와 워마드 (년)놈들 때문에 실무에선 이미 암묵적으로 금지되지 않았던가. 경상도식 콘텐츠를 찍으면서 어미를 노로 끝낼지 표준어로 대체할지 식은땀 흘리며 고민하지 않았던가.

 

꽤 흔하던 집중선 효과는 일장기를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디자인 실무에서 사장되었다


작업자 입장에서 더 떠들어본다. 일단 제품 사진에 손을 넣으려면 꽤 짜증이 난다. 손보다 제품이 작다면 더더욱 짜증이 난다. 제품이 우선 돋보여야 하는데, 손이 사진에 포함되면 난이도가 상승한다. 위에 예로 든 결과물의 경우, 손이 전체 사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실무를 경험했다면 안다. 사무실내 손 모델을 할 사람을 찾아야 하고, 그 손이 예뻐야 하고, 그 손을 다시 보정해야 하고 등등. 차라리 손 빼고 제품만 찍고 말지. 갖가지 정황을 따져보니 참 이상한 거다. 보이콧을 결심한 대다수의 심증이 그러할 것이다. 디자인 실무를 모르는 자들이 볼 때 이건 거의 미필적 고의 수준인 거다.


이후 계속되고 있는 메갈 연쇄작용


지난 며칠간 당사자로 추정되는 자의 사과문이 올라왔고, GS리테일 측의 추가적인 대응. 마냥 메갈이라고 마녀 사냥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는 증거들도 등장하고 있다. 다만 그렇게 소란이 사그라드는 동안에 나오는 이후 이야기엔 다들 관심이 없다는 게 문제겠지. 아마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뇌리엔 GS리테일엔 메갈리아가 있었지라고 남아 있을 테고.


여러 커뮤니티에 등장하는 각종 뇌피셜과 싸구려 소설을 바라보고 있자면, 이것들은 과연 일베와 메갈과 무슨 차이가 있지?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이나 영화를 볼 때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결말을 알 수 없는 것에 연신 감탄하는 인간들이 각종 스캔들이나 해프닝에는 뭔 제비 새끼처럼 단순해진다. 싸구려 기사를 퍼 나르는 기자들과 다를 바 없다.


혹시 말이다. 최초 저것을 메갈의 소행이라고 온라인에 글을 올린 자. 그가 일베일 거라는 상상은 해본 적 없는가? 그게 더 재미있는 소설 아닌가? GS리테일의 경쟁사에서 꾸민 장난질이라는 상상은?


가장 현명하고 좋은 답은 다들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메갈이니 일베니 하는 관종 같은 놈들에게 무관심이 답이라는 걸. 서두에도 지껄였지만, 보이콧이 시작되고 결국 우리 그리고 사회적으로 이득을 본 자는 아무도 없다 본다. 누군가에게 상처와 시련만 남겼지. 선량하게 일에 매진하며 열심히 살아가던 GS라는 기업의 누군가. 야간 알바 구하는 게 여의치 않아, 해 뜰 때까지 편의점을 지키던 어느 가장.


남는 것 없는 촌극 그만두자. 할 짓이 딱히 없다면 학교 다닐 때 배웠던 유교사상이나 되새김질하고.


마치며.

메갈이니 일베니 제겐 중요치 않습니다. 물론 그들이 가진 사상으로 어떤 사회적인 물의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엔 저 역시 짜증이 납니다. 실무를 지내고 있는 디자이너 입장에서, 메갈로 인해 디자이너의 표현에 제한이 걸리고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해당 손 모양을 결과물에 넣은 디자이너를 찾아 벌하기 전에, 메갈 측에서 해당 손 모양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어떤 제재를 가하는 게 맞다 보는 겁니다. 그런 쪽으로 목소리와 힘을 모으는 게 사회적으로 이득이라 보는 겁니다.


최초 글을 작성한 이후로 시간이 꽤 지났습니다. 이후 다양한 기업에서 비슷한 사례가 나왔고, 어느 기업은 제가 보아도 '메갈의 사상을 지닌 사람'의 소행이라 판단되는 작업물 또한 존재했습니다. 이런 자들을 모두 찾아 징계한다고 게임이 끝나지 않는다 판단하고 있습니다. 메갈이 해당 상징(손 모양)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모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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