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늦은 가을.
영월에 파견근무를 간 적이 있어.
영월 특산품과 관광지 정보를 조사하러 말이야.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었어. 그곳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도 듣고...
파견근무가 끝나갈 무렵.
그날의 오후는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 멀리 산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더군.
강에 비친 그 모습이... 강에 반영된 그 풍경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마구 셔터를 눌렀어.
땀이 나더라.
늦가을 햇볕이 무척이나 뜨거워서 말이야.
터벅터벅 걸었어. 내 키보다 몇 배는 길어져서 늘어진 그림자를 뒤로하고...
멀리 굴다리가 보였어. 그 밑으론 왕복 일 차선 도로가 지났는데.
아지랑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그 도로 위로 누군가의 실루엣이 보이더라고.
바삐 걸음을 옮겨 가까이 가니, 할아버지 한분이 아주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할아버지만큼 오래된 자전거를 끌고 가고 있더군. 뒷 안장에 할머니 한 분을 태우고 말이야.
굴다리 안으로 해가 들어오고, 두 분의 실루엣이 더욱 짙어졌어.
마치 그 굴다리가 천국으로 향하는 문처럼 보이더라고...
카메라를 들 생각도 못했어.
눈에 담느라 급급했거든.
사랑하는 사람을 태우고 페달을 밟을 힘조차 남아있지 않던 한 늙은 소년은.
그런 자신 옆에서 오랜 시간 아껴주고 사랑해준 그만의 소녀를 태우고
찰나가 만들어낸 천국의 문으로 들어갔어.
이건 내가 알고 있는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