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 미워하지 마세요.

by 이롱이

"선생님, 저 미워하지 마세요. 아셨죠?"


얼마 전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혼난 뒤 퉁명스러워진 학생이었다. 무미건조한 절차를 거쳐 사건이 처리되고, 그 후로 우리 사이는 어색해졌다. 그런데 상담 시간에 그 학생이 웃으며 내게 가장 먼저 한 말이었다.


순간, 마음 한편에 있던 미안함이 일었다. 학생은 혹시라도 내가 자신을 미워할까 봐, 자신이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봐 불안했을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나는 그 학생이 나를 미워해도 괜찮았다. 나는 그 학생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신경 쓰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본래 감정이 앞서는 사람이었다. 기분 나쁜 말을 들으면 꼭 사과를 받아내고, 의미 없는 말과 행동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혼자서 극단적으로 생각하곤 했다. 나는 좋은 사람이고 싶었고, 어떤 일이든 오해를 남기고 싶지도 않았다. 모든 일에 내가 정한 형태의 '매듭'을 지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내 감정들은 늘 통제되지 않고 밖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사회를 경험하면서 많이 달라졌다. 불타오르던 마음의 장작은 이제 잔잔한 숯불이 되어 있었다. 예전 같으면 그냥 넘어갈 수 없던 일도 이제는 못 본 척 넘어갈 수 있다. 누가 나를 미워하면 나는 무관심으로 대응한다. 오래 연락하던 사람과 연락이 끊겨도 '사정이 있겠거니'하고 놓아준다. 관계라는 것이 내가 마음대로 만들거나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배워가는 것 같다.


모든 문제에 가장 좋은 해결책은, 결국 내 마음이 편해지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이기적일 수도 있겠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이제는 그렇게 하려고 한다. 화가 나거나 실망하게 되면 그저 그 감정을 마음에서 밀어내면 된다. 모든 일에 꼭 완벽한 매듭을 지을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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