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미식 이야기

by 이롱이

프랑스는 미식의 본고장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요리에 대한 문화와 자부심이 대단하다. 본래 미식은 프랑스 귀족의 전유물이었다. 식사의 절차가 복잡한 이유도 귀족 문화가 기반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랑스혁명 이후 귀족은 몰락했고, 전업 요리사들이 직업을 잃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대중을 위해 요리하기 시작했다. 이때 등장한 것이 프랑스의 레스토랑(restaurant)이다. 프랑스혁명은 민중의 식탁에도 민주주의를 가져온 것이다.


르누아르의 <뱃놀이 일행의 오찬>(왼쪽), 프랑스에서 꽃 피운 세계 3대 진미 푸아그라, 캐비어, 트러플(오른쪽)


식탁에 앉게 되면 가장 먼저 아페리티프(apéritif)를 하게 된다. 식욕을 돋우기 위한 식전주(Apero)를 마시는 단계로써 대표적인 것으로는 끼르 루얄(Kir Royal)이라 불리는 칵테일이 있다. 이어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오르되브르(hors-d'œuvre)라는 차가운 전채요리를 먹는다. 예쁜 장식으로 눈을 즐겁게 하고, 적은 양으로 신선한 자극을 주는 또렷한 맛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보통 야채, 과일, 햄, 고기, 굴, 새우 등으로 요리하며 곧이어 수프를 먹기도 한다. 마지막 식전 요리는 앙트레(entrée)로써 뜨거운 전채요리 단계이다. 대표적으로 달팽이 요리인 에스카르고(Escargot)와 거위 간으로 요리한 푸아그라(Foie gras) 등이 있다.


아페리티프(왼쪽), 오르되브르(중앙), 앙트레 중 에스카르고(오른쪽)


본격적인 메인 요리의 첫 단계는 푸아송(Poisson)으로 생선요리를 먹는 단계이다. 프랑스는 대서양, 지중해와 붙어있고 강도 많아서 신선한 물고기가 많다. 푸아송은 생크림, 올리브유, 화이트 와인을 활용하여 재료의 맛이 살도록 요리한다. 이어서 육류 요리인 비앙드(Viande)를 먹는다. 소고기, 돼지고기를 비롯해 양고기, 사슴고기, 꿩고기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다. 프랑스 육류 요리는 재료에 따라 어울리는 소스가 다양하게 발달되어 있다.


메인 요리 이후에는 한 숨 쉬고, 살라드(Salade)를 먹는다. 한국에서는 보통 전채요리로 먹지만, 프랑스에서는 식사의 마무리 단계에서 소화시킬 겸 쉬면서 먹는 요리이다. 다음으로 과일이나 술 등을 함께 얼려 만든 소르베(Sorbet)를 먹는다. 이후 치즈를 먹는 단계인 프로마쥬(Fromage)는 식사의 끝을 알리는 중요한 단계이다. 이어서 데세르(Dessert)가 제공되는데, 보통 빵이나 아이스크림, 커피나 차 같은 디저트들이 제공된다. 마지막은 식후 소화를 돕기 위한 식후주 단계인 디제스티프(Disestif)이다. 대표적으로는 코냑(Cognac)과 같이 도수가 높은 하드 리큐어를 마신다.


푸아송(왼쪽), 비앙드(중앙), 프로마쥬와 데세르(오른쪽)


이러한 프랑스 미식(美食) 문화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축하하거나 기념하기 위해 함께 모여 먹고 마시는 만찬이다. 갖가지 형식과 코스에 따라 2~3시간은 기본으로 걸리고, 때로는 시간을 정해두지 않고 식사하기도 한다. 프랑스인들에게 식사는 단순히 먹고 마시는 것을 넘어 중요한 사교의 장이다. 코스 요리가 발달한 것은 러시아 미식 문화로부터 영향을 받았는데, 추운 날씨로 음식이 금방 식어버리자 시간차를 두고 차례로 내보낸 것에서 비롯했다고 한다. 너무 바빠서 패스트푸드로 식사를 대충 때우고, 스마트폰을 보며 혼밥 하는 현대인들에게, 프랑스 미식 문화는 우리 삶에서 진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유네스코와 유산, 프랑스의 미식(美食) 문화

티처빌, 유럽에 미치다(프랑스, 이탈리아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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