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에서 전업주부로 이직한 이유

by 마치

10년 동안 다닌 회사를 그만뒀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연달아 쓰고 복직한 후로는 1년 반 만이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를 키우며 다니기에 나쁘지 않은 회사였다. 한 부서에서 오래 근무하다 보니 눈치 보지 않고 출퇴근 시간을 지킬 수 있었고 (물론 그다음 날엔 그만큼 일이 쌓여있다), 연차 사용도 자유로운 편이었다. 하지만 그 사이 아이는 수시로 아파서 일하다 말고 어린이집으로 달려갔고, 회사에서 퇴근하면 집으로 출근한다는 우스갯소리를 몸소 체험했다.


회사에서 집까지 버스 타고 가는 한 시간 남짓의 시간 동안 핸드폰으로 장을 보고, 어린이집 공지사항도 확인하고, 다음날 아이 아침메뉴를 고민했다. 아이는 어린이집 하원 후 내가 퇴근할 때까지 돌봄 이모님이 봐주셨다. 아침에는 어린이집이 문 여는 일곱 시 반에 맞춰가서 아이를 데려다주고 바로 출근했다. (아이 아빠는 나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마찬가지로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매일 같이 누군가에게 쫓기는 악몽을 꾸었고, 아이는 새벽에 한 번 이상은 꼭 깨서 엄마가 옆에 있는지 확인하곤 했다. 당연히 푹 잘 수 없었고, 아침부터 밤까지의 일상이 다시 반복된다. 주말이 되면 거의 항상 어디론가 나갔다. 아이와 온전히 놀 수 있는 주말에라도 아이에게 부모와의 추억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몸은 힘들어도 아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즐거워진다.

나 이만큼 힘들었어요라고 푸념을 늘어놓긴 했지만, 사실 이 힘듦은 아이를 가진 많은 맞벌이 부부들이 기본적으로 (아주 기본적으로. 당연히.) 겪는 것들이다. 여기에 아이가 두 명 이상이거나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 크게 아프기라도 하다면 몇 배, 아니 몇십 배로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직서를 냈다.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많이 놓치고 있는 것 같아 서글펐고, 하루 세끼 모두 대충 때우는 나와 남편이 안쓰러웠다. 고맙게도 남편은 내가 원하는 대로 하길 바랐다. 남편이 고정적인 수입이 있으니, 아이를 돌보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으니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는 늘 뒤따라 온다. 그래서 덜 후회할 쪽으로 선택했다.

퇴사 기념으로 떠난 가족여행. 그동안 고생했고 축하한다는 남편의 말에 울컥했다.

지금도 여전히 후회는 남지 않는다.

아이의 웃는 얼굴을 더 많이, 자주 볼 수 있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감기 기운이 있으면 집에서 푹 쉬게 할 수 있어 마음이 놓인다. 사람이 붐비지 않는 평일에 아이와 전시와 공연을 보러 다닐 수 있어 좋다.

그리고 덕분에 이렇게 머릿속에서 맴돌기만 했던 생각들을 글로 정리할 수 있는 시간도 생겼다.


이 글은 워킹맘에게 일을 그만두는 게 좋다고 말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일하며 아이도 키우는 (특히 조부모님의 도움 없이 키우는) 엄마, 아빠들을 존경해 마지않는다.

수입이 두 배인 것도 매우 부럽다.

그저 나는 이런 선택을 했으니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어떤 선택이든 덜 후회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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