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백수 생활기록부를 시작하며

by 마침내


알람이 울리지 않아도 여전히 6시에 눈이 떠진다. 출근할 때는 알람이 울려도 쉽게 떠지지 않던 눈이 백수가 된 지금은 너무 가볍게 떠진다.

‘아, 나 출근 안 하지.’

이불 끝을 다시 뒤집어쓰고 침대 위에서 뭉그적 거려본다. 놀면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막상 그 시간이 되니 흥미가 사라지기도 했다. 사람 마음이란 게 정말 이상하다.


백수가 된다는 건 단순히 직장을 잃는 게 아니다. 많아진 시간의 주인이 돼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시간의 주인이 되고 나니,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다. 갑자기 거대한 빈 캔버스가 눈앞에 놓인 기분이다.

뭐 하고 지내? 사람들의 물음에 잠깐 멈칫한다. 뭘 했지? 별로 한 게 없는 것 같은데 하루가 금세 지나갔다. 아니다. 너무 바빴는데 뭘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 기록을 시작하기로 했다.


백수의 하루는 직장인의 하루와 다르다. 더 느리기도 하고, 때로는 더 바쁘기도 하다. 더 자유롭지만 때로는 더 막막하다. 이런 모순적인 일상들을 하나씩 적어보고 싶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 매일 알람에 떠밀려 일어나고 있다면, 잠깐 내 이야기를 엿볼 시간을 그리고 싶다. 만약 나처럼 알람 없는 아침을 맞고 있다면 함께 이 어정쩡한 시간들을 나누고 싶다.

매주 일요일, 나는 한 주간의 백수 일기를 여기에 남길 예정이다. 거창한 깨달음이나 인생의 전환점 같은 건 없을 것이다. 그냥 평범한 백수의 평범한 일주일. 직장인이었을 때 보지 못했던 숨어 있는 작은 발견과 소소한 웃음거리를 담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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