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래프팅

시시함의 발견

by 마침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경험을 하기로 했다. 백수가 되었으니 이제 한 가지씩 행동으로 옮겨 본다.


어릴 때 물놀이 중 두 번의 사고를 겪었다. 한 번은 아빠와 수영장에서, 또 한 번은 친구들과 바닷가에서. 그때 느낀 공포로 인해 나는 물놀이를 멀리하고 살았다. 그러나 여름이면 찾아오는 유혹도 물놀이였다. 마흔이 넘어서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수영을 배우러 다녔다. 한 달 동안 수영은 배우지 못하고 물에 들어가기만 했다. 다행히 조금씩 물에 대한 공포는 사라졌고,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용기도 생겼다. 그리고 마침내, 래프팅이라는 낯선 세계에 도전하게 되었다.


늘 영상으로만 보며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다 최근에 지인과 대화 중에 물놀이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망설임 없이 말을 꺼냈다.

“래프팅 해보셨어요? 한 번 해보고 싶은데 혼자는 용기가 안 나서 못해봤거든요.”

“네, 해봤어요. 같이 가요. 예약하고 날짜와 장소 알려줄게요.”

지인은 흔쾌히 나와의 동행을 약속했다.


며칠 지나 예약을 마쳤다는 지인의 연락이 왔다. 처음 가는 길이라 뭘 준비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인터넷 창을 열어두고 한참을 검색했다. 래프팅 준비물, 래프팅 복장. 검색 문구를 입력할 때마다 새로운 항목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반팔티에 반바지면 충분할 줄 알았다. 영상이나 사진에도 대부분 그렇게 입고 있었다.

하지만 다녀온 사람들의 글을 읽다 보니 그게 아니었다. 바위에 다칠 염려가 있으니 긴팔과 긴바지를 권했고, 아쿠아슈즈, 갈아입을 옷, 간단한 샤워 도구까지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다. 옷 한 벌 챙겼던 작은 가방이 예상하지 못했던 준비물들이 늘어나며 큰 가방으로 바뀌었다. 무언가를 처음 해본다는 것은 그 준비 과정조차 낯설고 새로운 경험이 된다.


운전을 하면서 바라보는 창밖의 풍경들이 점점 더 초록빛으로 짙어갔다.

‘급류 속에서 나는 과연 잘 버틸 수 있을까. 빠지면 어떡하지?’

물속으로 빠지는 상상만으로도 내 마음은 긴장감으로 출렁거렸다.


접수처에 도착을 알리고 기다렸다. 래프팅 장소까지는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고 했다.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출발지로 떠나기 전 안전요원이 안전 수칙을 설명했다. 그리고 처음 만져 보는 래프팅 패들과 안전모, 구명조끼까지 착용했다. 그제야 새로운 모험을 떠난다는 실감이 났다.


셔틀버스를 타고 출발 지점으로 이동하는 동안 창밖으로 보이는 한탄강이 햇빛에 반짝였다. 생각보다 잔잔해 보였다. 래프팅 보트 앞에 섰을 때, 우리는 어린아이가 포함된 두 가족과 함께 탑승하게 되었다. 강물에 발을 담그는 순간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것 같았다. 차가운 물의 감촉이 발가락 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두려움과 기대감으로 심장이 요동치는 것을 느끼며 보트에 탑승했다. 그리고 안전요원의 구령에 맞춰 노를 저었다. 보트가 천천히 강 중앙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한탄강 양쪽으로 펼쳐진 절벽의 기암괴석들이 장관이었다. 천천히 유람하듯 이 모습만 바라봐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강바람은 시원하게 불었고, 풍경에 취해 긴장도 풀렸다. 그 순간 안전요원의 외침이 들렸다.

“첫 번째 급류 나갑니다.”

앞쪽에 물살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덜컹덜컹. 보트가 휘청이며 물살을 탔다.

하지만 ‘드디어’는 정말 잠깐이었다. 보트가 위아래로 몇 번 흔들리고, 물이 튀기고, 사람들이 “와” 소리를 질렀지만 생각보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보트는 다시 평온해졌다.


이어진 몇 차례의 급류 타기도 마찬가지였다. 기대했던 거대한 스릴, 심장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은 없었다. 순간은 짧고 가볍게 지나갔다. 상상했던 것만큼의 스릴은 없었다. ‘이게 끝이야?’ 나는 허무했다.

“혹시 아이들이 있어서 살살 탄 거죠?”

도착 지점에 이르렀을 때 안전요원에게 물었다.

“아니요. 오늘 수위가 좋아서 제일 급류가 좋은 코스로 돌았어요.”

“아..... 네.”


순간 지금까지 본 영상과 사진들이 떠올랐다. 화면 속 스릴은 어디로 갔을까. 워터파크 놀이기구보다 시시했던 나의 첫 래프팅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렇다고 내가 한 경험까지 헛된 것은 아니었다. ‘시시했다’는 결론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경험을 해서 얻게 된 새로운 발견이었다.


상상은 언제나 현실보다 크다. 머릿속에서 그리는 모험은 실제보다 더 짜릿하고 두려움도 더 거대하다. 그래서 더 용기가 필요한 것이 첫 번째 경험이다. 물을 두려워했던 내가 강 위에 떠 있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첫 경험이라는 자체가 내가 한 발 떼어 새로운 세계 앞으로 나갔다는 의미다.


난생처음 경험으로 ‘나는 래프팅을 시시하게 느낀다’라는 것을 알았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한다는 것은 좋아하는 것을 찾는 과정, 두려움을 이겨내는 연습, 상상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인 것 같다. 어쩌면 그것이 경험이 주는 진짜 선물일지 모른다.




백수 생활기록부

래프팅 첫 경험을 축하합니다.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성장형 백수시군요. 다음에 또 어떤 경험을 할지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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