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이 있다. 요즘 내 생활이 딱 그렇다. 눈에 띄게 큰일은 없는데, 매일매일 자잘한 일들이 끊이지 않는다. 출근할 때보다 오히려 더 피곤이 쌓인다.
아침 6시 30분이면 라디오가 켜진다. 알람이다. 하지만 눈이 쉽게 떠지지 않는다. 진행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동안 다시 잠에 빠져든다. 알람을 꺼버리면 종일 늘어져 버릴까 싶어 그대로 두는데, 그게 나만의 작은 방어벽이다.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는 게으름과, 그래도 너무 흐트러지진 말아야 한다는 마음 사이에서 하루가 시작된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눈이 아예 안 떠질 수 있냔 말이다.
백수가 된 지 벌써 3주가 지났다. 그 시간 동안 뭘 했는지 또렷이 말하기 어렵다. 가끔은 사람을 만나고, 잠깐은 집안일을 하고, 한두 시간 책을 읽다가 덮고, 글을 쓰려다 멈추고….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특별한 사건은 없는데, 묘하게 정신이 분주했다.
‘나, 대체 뭘 한 거지?’ 문득 질문이 스친다. 백수의 시간은 여유가 아니라 자잘한 파편 같은 것들로 채워지는 것 같다. 손에 잡히는 성과 대신, 허무와 공백이 쌓인다. 그 파편들을 주워 담느라 하루가 금세 사라진다. 허무하다.
직장 생활을 할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땐 뭔가 하루가 마무리되는 느낌이었다. 퇴근길에 '오늘도 끝났다'는 안도감, 집에 도착했을 때 '이제 내 시간'이라는 해방감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기분이 들지 않는다.
백수의 하루에는 명확한 시작도 끝도 없다. 모든 시간이 내 시간인데, 정작 내가 원하는 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하루가 흘러간다. 자유롭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갇혀있는 기분이다. 구조가 사라지니까 나 스스로를 지탱할 힘도 함께 사라져 버린 것 같다.
이것도 하나의 과정이겠지. 이 허무한 시간들도 언젠가는 의미를 찾겠지. 아직은 어수선하기만 시간들이 조금씩 자리를 찾아가겠지. 이렇게 요즘 느끼는 감정을 기록해 본다.
내일도 6시 30분에 라디오가 켜질 것이다. 그리고 나는 또다시 그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