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였지만 혼자가 아니었던

캠핑장에서 받은 선물

by 마침내

오롯이 혼자인 시간을 보내고 싶어 캠핑을 갔다. 퇴사 후 제일 가지고 싶었던 시간이다. 자연 속에 나를 내려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호사를 누릴 참이었다. 하지만 좌충우돌, 난리 법석인 캠핑이 시작되었다.


사이트에 도착해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주로 혼자 캠핑 갈 때 들고 다니는 텐트다. 15분이면 자립이 되는 텐트가 어째 일어서지를 않는다. 폴대를 끼고 한쪽을 세우면 다른 한쪽이 빠진다. 빠진 쪽을 세우면 다른 쪽이 또 빠지는 일이 계속 반복되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처음 치는 텐트도 아니고 벌써 몇 년째 사용 중인데.’ 멍하니 바닥에 널브러진 텐트만 쳐다봤다. ‘불멍’도 아니고 ‘물멍’도 아니고 ‘텐트멍’이라니. 허탈한 웃음과 함께 온몸의 땀이 당황스러움을 대신했다.


텐트와 씨름을 하며 1시간쯤 지났을 때다. 누군가 다가왔다.

“혼자 너무 힘들게 텐트를 치는 것 같아요. 좀 도와드릴까요?”

이런 세상에나, 이런 구세주가 또 있을까. 오아시스에서 사막을 만나면 이런 기분일까.

냉큼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다.


그분의 도움으로 텐트 설치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도와주는 분에게 미안해 빨리 설치해야 한다는 부담은 다시 사고로 이어졌다. 내가 잡고 있던 폴대가 부러졌다. ‘이젠 도움도 소용없이 캠핑을 못 하겠구나.’ 생각하던 그때 그분이 말했다.

“수리 도구가 있을 텐데요.”

“네? 그런 거 없는데요.” 텐트 수리 도구라니. 캠핑을 오래 했어도 처음 듣는 소리였다.

“텐트 사면 가방에 다 들어있어요.”

“그런 거 없었는데요. 한 번도 못 봤어요.”

그분은 텐트 가방을 보여달라고 했고, 옆구리 작은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냈다.

“봐요, 다 있어요.”


15분이면 설치했던 텐트를 1시간 30분 만에 끝냈다. 오후 2시.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쨍한 햇빛 아래서 그분이 없었다면 그날 캠핑이 어떻게 되었을까. 돌아가는 그분을 따라가 자리를 알아두고 몇 개의 음료와 음식을 조용히 가져다 놓았다. 내 마음이 느끼는 고마움의 깊이를 ‘고맙습니다’라는 짧은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어 많이 아쉬웠다.


텐트가 설치되었으니 나머지 물건들을 정리하고 자리에 앉았다. 바람 소리, 계곡물소리, 벌레 소리. 음악을 끄고 가만히 텐트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쫑긋했다.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가 멋진 배경이 되었다. 모든 소리가 조금씩 내면으로 들어왔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자리가 너무 소중하고 고마웠다.


크고 작은 혼란의 연속인 캠핑이었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될 것이다. 작은 도움 하나가 솔캠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혼자라는 건 자유이지만 때로는 무방비다. 그 무방비함 속에서 만난 누군가의 선의가 혼자만의 시간보다 더 소중한 선물이었다.


텐트뿐 아니라 화로대도 양념도 빠트리고 비뚤어지고 난리였지만, 그 속에서 내가 느낀 것은 누군가의 선의가 건네는 따뜻함이었다. 결국엔 폴대 수리하는 방법까지 전수받았으니 우여곡절 속에서 하나를 배우게 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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