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자유를 향한 작고도 단단한 발걸음

by smellcafe

처음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땐, 단순한 동화겠거니 싶었습니다. 닭이 주인공이라니,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이야기겠거니 했죠. 그런데 책장을 넘기면서 저는 점점 더 조용해졌고,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땐 한동안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탈출’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마당을 벗어나고 싶어 했던 암탉 '잎싹'은 사실, 우리 모두의 모습입니다. 정해진 틀 안에서만 살아야 한다는 세상의 규칙, ‘알만 낳으면 된다’는 강요된 역할 속에서 스스로를 잃어가는 모습. 잎싹은 그 틀에서 벗어나 진짜 자신의 삶을 살고자 발버둥칩니다. 그것이 자유였고, 사랑이었으며, 마지막엔 존재의 의미였습니다.


읽는 내내 잎싹의 여정이 마치 제 삶의 어떤 시기와 겹쳐져서 울컥한 순간이 많았습니다. 세상에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존재, 외롭고 불편한 길을 택했지만 그 끝에 소중한 것을 얻는 이야기. 동화이지만 어른들에게 더 깊이 스며드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작가는 ‘모성’이라는 주제를 진부하지 않게, 오히려 날카롭고 단단하게 그려냅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기 오리 초록머리를 위해 목숨을 걸고 사는 잎싹의 모습은 사랑이란 본능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이 책은 어쩌면 성장 소설이고, 철학적인 동화이며, 아주 현실적인 은유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는 것도 좋겠지만, 오히려 삶에 지치거나, 무언가를 잃은 것 같은 어른들에게 더 추천하고 싶어요. 읽고 나면 마음 어딘가가 따뜻해지고, 동시에 결심 같은 게 생깁니다. 나도 나만의 마당을 벗어나 볼까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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