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외부 사람과 일을 다수 진행하는 영업직의 관점에서
처음 일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하루에 1개부터 많으면 4개까지의 미팅에 따라다녔다. 이동하랴 업무 하랴 미팅하랴 눈코 뜰 새 없었지만,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사수의 행동과 말을 빠짐없이 관찰하고자 애썼다. 매일 보면서도 놀라운 점이 있었는데,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시작하면 청산유수였다는 것이다. 이런 질문 저런 질문을 해도 다 대답이 나와 신기했다. 이게 바로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인가.. 나도 경력을 쌓으면 준비 없이도 막힘없이 술술 말이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3년이 된 지금의 생각은 오히려 반대다. 평소에 탄탄한 생각이 뒷받침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준비 없이도 잘할 수 있겠지만, 나는 아닌 것 같다. 생각지도 못했던 질문에 여러 번 당황하고, 미팅 끝나고 나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말하지 못한 아쉬움과, 브랜드명이 생각이 나지 않던 순간이 종종 발생했다.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없는 미팅은 시작 전부터 초조하기 시작한 이후 누군가를 만나기 전 무조건 시간을 투자해 상대방의 정보를 찾고,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생각하고 미팅에 참석하고 있다.
어제 만난 기업은 이번에 두 번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여느 때처럼 어떤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지 준비를 하고 갔다. 지난번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했는지 기억을 더듬어보고, 그때의 아쉬움을 보완하고자 앞으로의 마케팅 계획을 미리 나눠야겠다 싶어 어젠다를 5개 정도 미리 메모해 갔다. 하나씩 풀어가며 제품에 대한 소개를 듣고, 어떤 강점을 어떻게 표현할지, 어떤 순서로 상세페이지를 작성하면 좋을지를 나누고, 이제 마케팅에 대해 이야기 나누자고 했는데, 알고 보니 해당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가 참석하지 않았다. 평소 한 사람이 하나부터 열까지 담당하는 작은 기업과의 미팅을 자주 하다 보니 담당자가 다를 거라는 걸 놓쳤다.
어제의 실수를 통해 3년 간 400개에 가까운 프로젝트를 크고 작은 다양한 기업과 함께 진행하면서 느낀,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미팅을 위한 몇 가지 팁을 한 번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 시간 약속을 지킨다.
정말 기본 중에 기본이지만 시간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꽤 많다. 상대방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함께 일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건 당연하다. 나는 미팅 장소에 도착하기 전, ‘이 사람이 오고 있긴 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끔, 가고 있고 언제쯤 도착할 것 같다는 문자를 미리 보내려고 한다. 또한 교통 상황 때문에 혹은 급작스러운 일로 인해 누구나 늦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는 꼭, 어떤 이유로 몇 분 정도 늦게 될 것 같다고 사전에 양해를 구해야 한다.
2. 업무 유관자가 미팅에 참석하는지 사전에 확인한다.
시작하기 전에 전체적인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시작하는 것과 그때그때 이게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건 큰 차이가 있다. 처음에는 밑그림을 함께 그리고 필요한 디테일을 채워가야 더 온전한 그림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자 디테일만 그리고 나면 엉뚱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역할에 따라 담당자가 다른 기업과의 첫 번째 미팅에서는 모든 담당자가 동석하는 게 좋고, 진행하면서 필요에 의해 관련 담당자가 동석하는 게 좋다. 종종 실무자 없이 대표님만 미팅에 참석하고 나서 나중에 실무자가 붙는 경우가 있는데, 실무에 대한 인수인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다시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 높은 완성도를 위해서는 실무자가 미팅에 동석하는지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어떤 이야기와 질문을 할지 미리 준비한다.
보통 미팅을 하자, 고 하면 만나서 이야기하면 되지 뭐 하는 생각에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도 대부분 그런 편인데,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지 그리고 궁금한 점은 무엇인지 상대방에게 미리 공유하는 게 서로의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업무에 치이다 보면 이를 지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만나 그렇게 마음 놓고 물어볼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서로에게 집중해서 온전히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미팅이라는 시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궁금한 점을 미리 정리해서 가는 것이 좋다.
4. 미팅은 미팅으로 끝나면 안 된다.
서로 필요에 의해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어 이거 잘될 것 같은데! 신난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특히 그럴 때를 주의해야 하는데, 일은 말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미팅으로만 끝나는 미팅을 방지하기 위해 내가 하는 몇 가지는, 1) 미팅을 시작하며 ‘오늘 이런 이야기를 할 거다’라는 전체적인 흐름을 공유한다. 2) 서로 해야 할 일과 업무 기한을 정한다. 3) 미팅을 마칠 때, 혹은 마치고 나서 오늘 나눈 이야기와 사례를 정리해서 공유한다.이다. 매번 세 가지 모두를 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무엇을 해야 한다’는 건 꼭 기억에 남도록 미팅 시에 짚어주는 편이다. 사람은 단순해서 기한을 정해주지 않으면 99% 확률로 우선순위에서 미뤄버리기 때문이다.
실제 업무를 하다 보면 당장 급한 일에 치여 준비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하지만 이 4가지를 모두 지킨다면, 서로 해야 할 일과 일정이 명확하게 그려져 실제 일을 할 때 생산성이 훨씬 더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함께 일을 하는 사람이 갈피를 잡지 못해 손이 너무 많이 가거나, 당연히 알아야 하는 정보를 나에게 계속 물어보거나 하는 사소해 보이는 일이 업무의 생산성에 큰 악영향을 끼치는데, 그럴 때 미팅 습관을 점검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