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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앨린 Nov 18. 2017

"지금까지 쌓아온 커리어가 아깝지 않아요?"

다시 새로운 길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말


몇 달의 쉼은 다른 의미로는 나에게 은신이었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너무도 충분히 그 시간을 즐기며 나의 일상은 눈에 띄게 달라졌만, 눈치 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 사이 내가 어떤 회사로 이직했다는 사실무근의 이야기가 퍼져나가 뜬금없는 축하 인사를 받기도 했고, 새로운 MCN을 창업하기 위해 멤버들을 모으고 있다는 얘기나, 투자자를 알아보고 있다는 얘기도 듣게 됐다. 내가 걸어왔던 길의 종합이자 연장이기에 사실과는 달랐지만 어쩌면 당연한 옵션들이다.  


나의 일상을 재정비하는 쉼의 시간이자 하고 싶었던 일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의 시간을 갖는 동안, 말 그대로 '쉬면서 새로운 일을 준비한다'는 것 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안 되었겠지만 최선을 다해 설명하고 싶었다. '나의 일'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곧 '나'에 대해 설명하는 것과 같아 설레고 재밌었고, 꺼내어진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행복했다. 동시에 다른 오해가 없길 바랐다. 


지금까지 쌓아온 커리어가
아깝지 않으냐

새로운 계획에 대해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었다. 오랜 시간 해왔던 일의 관성이 나라고 없겠냐마는, 왠지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적어도 한 번은 스스로에게 다시 질문을 하게 됐다. '지금 나, 괜찮은 거지?'라고. 물론 아주 금방 그 질문의 늪에서 빠져나오지만 그리 유쾌한 순간이 아님은 분명하다. 너무 당연할 뿐 아니라, 나도 누군가에게 의식하지 않은 채 수차례 던졌을지 모르는 질문이라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무엇이 불편한지 정확히 몰랐다. 


아깝지 않냐는 말은
폭력적인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날,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마법처럼 내 얘길 늘어놓게 된 친구에게 이런저런 이야길 하다가 이 질문을 많이 받는다는 이야길 꺼냈고, 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아깝지 않냐는 말은 폭력적인 것 같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그간의 불편함이 무엇 때문이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질문을 통해 은연중 가던 길을 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고, 그것을 포기한다는 것이 얼마나 멍청한 생각인지 알고 있느냐고 말하고 있었다. 모두에게 어떤 길을 왜 가는지는 서로 다른 가치관에서 비롯된 이유와 목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관성을 거스르는 용기를 가져야만 했을 누군가의 결정을 응원하기보다 다수의 편에 서서 움츠러들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그래서 더
증명해내고 싶다. 

그 친구도 나도,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이런 마음을 먹었다고 고백했다. 내가 결정한 이 길에서 무언가를 이루어내리라는 다짐이다. 세상의 시선에 저항하는 마음으로의 증명이 아니라 나 스스로의 이유와 목적을 위한 증명이어야 한다. 이 질문은 우리에게 팔짱을 끼고 자신을 설득해보라고 한다. 이 지점 또한 불편하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내 머릿속과 마음속 군더더기를 걷어낼 수 있었다.  


앞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계단을 오르다 멈춰 선 누군가가 새로운 곳을 향해 가기로 그 지향점을 바꾸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밑도 끝도 없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마음을 다해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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