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오늘도 살아남다 No.13
엄마는 평생 굳은 신념이 있었다.
노력하면 다 된다.
공부도, 살림도, 심지어 인생도.
"안 되는 게 어디 있니. 노력하면 다 돼"
그 신념을 처참하게 깨뜨린 게 바로 나다.
엄마가 첫 아이를 가졌을 때,
당연히 아들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뱃속에서 나온 건 딸.
거기까진 그래, 받아들일 수 있다 치자.
하지만...
세상 이렇게 못생긴 애가 내 새끼라니!
엄마는 무너졌다.
조금 크면 나아질까 싶었는데 웬걸.
내 외모는 업데이트가 안됐다.
엄마는 결심했다.
외모가 안된다면 패션으로라도 덮자. (읭?)
없는 살림에 벨벳 원피스를 사 입히고,
가죽 구두에, 베레모까지.
기저귀 차고 명품 룩.
시댁 어른들은 못마땅해하며
똥기저귀 차는 애한테 돈지랄한다고 수근거렸다.
엄마는 다 들으면서도 꿋꿋이 버텼다.
못생김을 덮을 수 있는 건 패션이라 믿으며.
시간이 흘러 내가 중학교 2학년쯤,
엄마가 내 얼굴을 말끄러미 쳐다보더니, 툭 내뱉었다.
그래. 이제 시집은 가겠다.
엄마 미안해.
시집도 늦게 갔지. 못생겨서 그랬나봐.
근데 엄마도 할 말 없잖아?
이렇게 낳은 건 엄마니까.
옛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그 시절, 벨벳 원피스를 입은 내 사진을 찾았다.
여기에 얽힌 스토리를 들려줬더니
남편이 정색하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난 당신이 예뻐서 결혼했는데.
고맙다, 남편아.
하긴, 원래 결혼은 눈이 삐어야 한다잖니.
역시 남편뿐인가.
‘결혼, 오늘도 살아남다’ - 매주 수요일,
부부 사이에 툭 건드려지는 감정의 순간들을 꺼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