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오늘도 살아남다 No.12
결혼할 때 나는 마흔다섯、 남편은 마흔한 살이었다.
엄마에게 남편을 처음 인사시켰을 때,
엄마가 내뱉은 첫 마디는 의외였다.
“요즘에는 비혼이 대세라던데,
너희들은 왜 나이 다 먹어서 지금 결혼하려고 하는거니?”
나는 순간 뜨악했다.
보통은 “축하한다” “잘 살아라” 아닌가.
굳이 여기서 트렌드 리포트를 꺼내실 줄이야.
결혼한 지 1년쯤 지났을 때, 엄마가 고백했다.
“사실은… 네 결혼 반대하려고 점집을 세 군데나 갔다 왔어.”
이성적으로는 축하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감정적으로는 도저히 못 받아들이겠더란다.
점집에서 이런 말을 기대했다.
두 사람은 상극이다, 결혼하면 누가 한 명 죽을 거다, 궁합이 최악이다 - 같은 결정타.
반대할 구실 한 줄을.
그런데 돌아온 답은 세 군데 다 같았다.
“할머니, 반대를 왜 하세요? 따님이 더 이득인 결혼이에요! ”
(뭐래? 나는 여전히 남편이 더 이득 본 결혼이라 믿는다)
엄마는 결국 반대의 기회를 잃고,
떨떠름하게 결혼식을 지켜봤다고.
아빠가 돌아가신 뒤, 엄마는 혼자 방을 쓰기 무섭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엄마랑 같은 방을 쓰기 시작했다.
“일주일만 같이 자자”
그랬던 게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되고....
무려 7년이었다.
내가 급작스레 결혼한다고 하니,
엄마 입장에선 딸과 남편을 동시에 잃는 기분이었을 거다.
엄마는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
“그 상실감이, 네가 결혼하고도 5년쯤 갔어.”
가끔은 상상한다.
점집 중 한 곳이라도 '이 결혼, 큰일 납니다' 했다면...
나는 지금 어디서, 누구와 살고 있을까.
그래서 남편을 볼 때마다 속으로 이렇게 부른다.
점집 3연속 합격자.
‘결혼, 오늘도 살아남다’ - 매주 수요일,
부부 사이에 툭 건드려지는 감정의 순간들을 꺼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