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다꽝
일본에서 만난 이쿠이상의 어머니, 그냥 할머니라고 부른다.
할머니의 다꽝은 특별하다. 그동안 먹었던 단무지와는 차원이 달랐다.
첫맛은 짜고, 끝 맛은 달다. 할머니의 다꽝은 시간이 지날수록 달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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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먹었던 노랗고 예쁜 단무지가 아니라 짠맛에 쪼그라든 모양새가 이쁘지만은 않다.
레시피가 궁금해서 할머니한테 물었다. 할머니는 "이거... 만들기 힘들어. 쉬운 거 아냐."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니 더 궁금했다. "담에 다시 오면 알려줄게."
'아~더 궁금하다.'
다꽝은 누가 먼저 만들었을까?
본래 특별한 이름이 없던 이 음식을, 당시의 쇼군인 도쿠가와 이에미츠가 개발자격인 타쿠앙의 이름을 붙여주어 오늘날에 이른다고 한다. 과거 한국에서는 단무지를 '다꽝'(다꾸앙)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이는 일본명인 타쿠안에서 유래된 말이라 한다.
기원 : 전통과 혁신의 결합
타쿠안의 기원은 일본의 절임 문화에서 시작된다. 일본은 천 년 이상 전통적으로 채소를 절여서 보관하는 방법을 사용해 왔다. 그중에서도 무는 쉽게 구할 수 있고, 잘 자라기 때문에 절임의 재료로 자주 선택되었다. 그러나 타쿠,안 특히 다이콘(大根), 무를 사용한 절임이 대중화된 것은 17세기, 에도 시대(1603-1868)부터였다.
타쿠안이라는 이름은 '타쿠안 소호(沢庵宗彭)'라는 불교 승려와 관련이 있다. 그는 에도 시대에 살았으며, 그의 이름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노란 무절임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전해지는 이야기에는 타쿠안 소호가 제자들과 함께 무를 절이는 방법을 개발했고, 이를 통해 우리가 아는 타쿠안이 만들어졌다는 전설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절임법은 정교해졌고, 타쿠안은 단순한 보존 기술을 넘어 일본 전역에서 사랑받는 별미가 되었다.
이름 : 타쿠안과 그 상징성
'타쿠안'이라는 이름은 타쿠안 소호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타쿠(沢)'는 '늪' 또는 '습지'를 의미하고, '안(庵)'은 '작은 암자'나 '은둔처'를 뜻한다. 그의 이름은 자연 속에서 소박하게 살며 명상하는 삶을 반영한 것이라 전해진다. 타쿠안은 단순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삶의 상징으로, 이러한 정신이 바로 타쿠안의 맛과도 연결된다.
타쿠안의 노란색은 강황을 사용한 절임법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는 문화적 교류를 통해 일본에 전해졌다. 강황은 색뿐만 아니라 타쿠안의 독특한 맛과 보존력을 높이는 역할도 했다. 타쿠안은 역사적으로 밥과 다른 음식들과 함께 제공되었으며, 소화에 도움을 주고 균형 잡힌 식사를 위한 필수 요소로 여겨졌다.
문화적 의미
일본에서 타쿠안은 단순한 절임을 넘어 음식, 문화, 삶의 균형을 상징한다. 다이콘의 아삭한 질감과 상큼하면서도 달콤한 간장의 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이 맛은 자연과, 단순함과, 정신적인 조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타쿠안은 스시, 벤토, 돈부리(덮밥) 등 다양한 일본 요리와 함께 제공되어, 더 무겁고 풍부한 음식들과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타쿠안은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한 반찬을 넘어, 지역 특산물이나 현대적 퓨전 요리에서도 변형되어 등장하고 있다. 이제는 그 자체로 신선함을 더하는 요소로,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고 있다.
우리가 가볍게 먹는 단무지와는 다르게 쌀겨절임 방식으로 제조한 일본식 단무지인 다쿠안과는 맛과 식감이 상당히 다르다.
타쿠안은 단순한 무절임을 넘어, 일본의 혁신, 문화, 자연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는 음식이다. 타쿠안 소호의 이름에서 유래한 이 절임은 일본의 음식 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그 이름 속에 담긴 단순한 원칙과 정신은 오늘날까지도 변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이 무절임이 우리의 식탁에 계속해서 제공되는 이유는 바로 그 안에 담긴 균형, 단순함, 전통에 대한 존중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