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은 머리를 쥐어짜며 독서실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참으로 고민이 많았다.
난 앞으로 전업맘으로 살아야 할 것인가.
또다시 직장으로 들어가야 할 것인가.
사실 전업맘으로 살고 싶은 마음도 살짝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신랑! 바로 신랑이다!! ㅎㅎ
신랑과 나는 중학교 2학년 때 친구로 만나
2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친구처럼
많은 대화도 나누고 고민도 서로 들어주는
일반 부부들보다는 사이가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관계다.
이번 쉬는 기회에
점심에 신랑 회사로 놀러 가기도 하고
저녁에 같이 맥주 한잔 하면서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신랑의 마지막 말은 항상
난 네가 일을 안 해도 좋아
하지만 공부를 하든, 자격증을 따든, 뭘 배우든.
무언가 했으면 좋겠어
어찌나 부담스러운 말인지..
내가 전업주부로 살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업주부 엄청 힘들다.. 그리고 나 자신이, 내 이름이, 없어진다..)
좀 쉬면서 애들 보라는 말이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은근 섭섭하면서 부담되면서 머리가 복잡해지는 저 말 ㅋㅋ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기존에 잘 다니던 직장을 관둔 이유는
1. 경쟁에 지쳤다
2. 언제 잘릴지 모르는 살얼음판
3. 야근이 일상, 주말근무도 상시. 회사에 올인해야만 하는 삶
4. 아이들을 봐줄 누군가를 고용해야만 하는 상황
내가 다시 직장을 구하게 된다면
1. 경쟁이 좀 적어야 하고(없을 순 없겠지)
2. 정년이 보장되어야 하고
3. 저녁이 있는 삶, 주말이 있는 삶,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하고
4. 아이들을 온전히 엄마인 내가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이룰 수 있는 곳.
꿈에서나 그리는 그러한 직장을 구해야 할 것이다!
고민 고민하다가.
공부를 시작했다.
단지가 적은 우리 아파트인데.
그 흔한 헬스장도 없는 이 아파트인데.
정수기, 에어컨, 난방시설 모두 갖춘 작은 독서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것도 월 4만원.
40이 코 앞인 이 아줌마는
매달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자리를 맡아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시작한 공부는
바로 우체국 계리직. 공무원이다. 크하하하하.
우체국 계리직을 선택한 것은,
영어가 없고 과목이 적어서. 단지 그것 하나.
-한국사(상용한자 포함)
-컴퓨터 일반
-우편 및 금융상식(기초영어 포함)
왠지 기본 상식만 잘 쌓으면
거뜬히 통과할 수 있을 거 같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자신감을 가지고
인터넷 강의 패키지를 후다닥 구매 후 공부를 시작했다.
(이것도 잘 알아보지 않고 구매했다가, 환불하고 다른 패키지 재 구매 ㅋ)
성급하게 결정하고
성급하게 진행하고
성급하게 후회하고.ㅋ
시험 5개월 앞두고 섣불리 시작했다가
4개월 만에 포기
예의상 시험은 한번 봐주고. (물론 3과목 모두 과락..ㅠㅠ 부끄러워 말도 못 함)
후회는 없다.
무언가 했다는 뿌듯함과
무지했던 나의 상식에
10% 지식을 채워주었으니..ㅎㅎ
아이 둘을 등원시키고 하원 하기 전까지(10시부터 오후 4시 반)
아무리 빡세게 공부를 해도
공부에 올인하는 사람들을 따라잡지는. 절대. 못한다 (천재라면 모를까)
그리고.. 공부에 올인하라고 자리를 만들어줘도
난 절대, 다시는 공부 못할 거 같다.
ㅠㅠ
시도만으로 박수를 보낸다.
머리는 굳었다.
한번 아니, 두 번이나 봤는데도 새롭다.. 처음 보는 것 같다..
몇 번을 더 봐야 하는지..
수십 번을 더 보면 머릿속에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그것도 의문이다.
다시 나의 삶을 찾는 거로.
수고했다.
지난 5개월.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이 되었을 거야)
위로를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