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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워킹맘 Jul 09. 2020

워킹맘의 퇴사일기3. 공부를 시작하다

굳은 머리를 쥐어짜며 독서실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참으로 고민이 많았다.

난 앞으로 전업맘으로 살아야 할 것인가.

또다시 직장으로 들어가야 할 것인가.


사실 전업맘으로 살고 싶은 마음도 살짝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신랑! 바로 신랑이다!! ㅎㅎ


신랑과 나는 중학교 2학년 때 친구로 만나

2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친구처럼 

많은 대화도 나누고 고민도 서로 들어주는

일반 부부들보다는 사이가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관계다.


이번 쉬는 기회에

점심에 신랑 회사로 놀러 가기도 하고

저녁에 같이 맥주 한잔 하면서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신랑의 마지막 말은 항상


난 네가 일을 안 해도 좋아
하지만 공부를 하든, 자격증을 따든, 뭘 배우든.  
무언가 했으면 좋겠어



어찌나 부담스러운 말인지..


내가 전업주부로 살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업주부 엄청 힘들다.. 그리고 나 자신이, 내 이름이, 없어진다..)

좀 쉬면서 애들 보라는 말이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은근 섭섭하면서 부담되면서 머리가 복잡해지는 저 말 ㅋㅋ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기존에 잘 다니던 직장을 관둔 이유는

1. 경쟁에 지쳤다

2. 언제 잘릴지 모르는 살얼음판

3. 야근이 일상, 주말근무도 상시. 회사에 올인해야만 하는 삶

4. 아이들을 봐줄 누군가를 고용해야만 하는 상황


내가 다시 직장을 구하게 된다면

1. 경쟁이 좀 적어야 하고(없을 순 없겠지)

2. 정년이 보장되어야 하고

3. 저녁이 있는 삶, 주말이 있는 삶,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하고

4. 아이들을 온전히 엄마인 내가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이룰 수 있는 곳.

꿈에서나 그리는 그러한 직장을 구해야 할 것이다!


고민 고민하다가.

공부를 시작했다.


아늑했던 내 자리. A7


단지가 적은 우리 아파트인데.

그 흔한 헬스장도 없는 이 아파트인데.

정수기, 에어컨, 난방시설 모두 갖춘 작은 독서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것도 월 4만원.


40이 코 앞인 이 아줌마는

매달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자리를 맡아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시작한 공부는

바로 우체국 계리직. 공무원이다. 크하하하하.


우체국 계리직을 선택한 것은,

영어가 없고 과목이 적어서. 단지 그것 하나.


-한국사(상용한자 포함)

-컴퓨터 일반

-우편 및 금융상식(기초영어 포함)


왠지 기본 상식만 잘 쌓으면

거뜬히 통과할 수 있을 거 같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자신감을 가지고

인터넷 강의 패키지를 후다닥 구매 후 공부를 시작했다. 

(이것도 잘 알아보지 않고 구매했다가, 환불하고 다른 패키지 재 구매 ㅋ)


성급하게 결정하고

성급하게 진행하고

성급하게 후회하고.ㅋ


시험 5개월 앞두고 섣불리 시작했다가

4개월 만에 포기

예의상 시험은 한번 봐주고. (물론 3과목 모두 과락..ㅠㅠ 부끄러워 말도 못 함)


후회는 없다.

무언가 했다는 뿌듯함과

무지했던 나의 상식에

10% 지식을 채워주었으니..ㅎㅎ


아이 둘을 등원시키고 하원 하기 전까지(10시부터 오후 4시 반)

아무리 빡세게 공부를 해도

공부에 올인하는 사람들을 따라잡지는. 절대. 못한다 (천재라면 모를까)

그리고.. 공부에 올인하라고 자리를 만들어줘도

난 절대, 다시는 공부 못할 거 같다.


ㅠㅠ

시도만으로 박수를 보낸다.


머리는 굳었다.

한번 아니, 두 번이나 봤는데도 새롭다.. 처음 보는 것 같다..

몇 번을 더 봐야 하는지..

수십 번을 더 보면 머릿속에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그것도 의문이다.


다시 나의 삶을 찾는 거로.


수고했다.

지난 5개월.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이 되었을 거야)

위로를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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