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12월12일부터 13일까지의 이야기
아기가 태어난지 벌써 60여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출산후기를 못썼다니!
출산의 목표는 무통없이 '생-출산'이었는데, 결국 7센치에서 맞았다.
우선 아기 태어나기 전 날부터 이야기를 해보자.
2019년12월12일 오후 4시
이슬인가 싶은 노란콧물이 팬티에 툭- 떨어져있었다.
긴가민가했고 배란일 냉같은 질감에 정말 콧물같았는데 이슬은 정말 피색깔로 나온다고하니 아닌가보다싶으면서도 '이슬의 전조증상'일 수도 있어서 나름 설레이고 있었다.
거울을 보며 다시 배를 쳐다보기도하고 미리싸둔 출산가방을 다시한번 점검하기도 했다.
출산실에 가져갈 아기옷이랑 병원에 있으면서(통상 3박4일정도)입을 잠옷이랑 아기옷, 모유수유차 등등 동생하고 다시 하나하나 챙겨봤다. 막달이 되니까 차라리 8개월때보다 몸이 더 가벼운 느낌? 그냥 좀 더 활기찬 느낌이라 이것저것 할 수 있었다.
오후 6시 반
'아-이게 이슬이구나'싶은, 정말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이슬'을 보았다.
맑은 콧물 속에 피가 맺혀있는 '이슬'이었다.
여기 말로는 Bouchons 이라고 하더라. 마개. 자궁경부를 막고있던 '마개' 라는 의미같다.
곧바로 한국 식구들에게 말을 하고, 신랑한테도 귀뜸을 해주었다.
"여보, 나 방금 이슬봤으니까 통상 당일부터 3일안에 출산한다고 보면 돼. 우리 알렉이는 효자인가봐. 당신이 고대하던 13일에 나올 수도 있겠어! 회사 행사에 참석 안해도 되게!"
이슬보고 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머리도 감고 깨끗이 샤워를 했다. 아기를 만날 수 있을거란 이름모를 자신감을 가지고!
오후 21시
퇴근한 신랑 밥차려주고 이것저것 이야기하다가 신랑은 잠들고 나도 옆에서 잠을 자는 중이었는데 이상하게 배가 싸리싸리 하게 아프더라. 그러려니하면서 또 자다가 깨다가를 반복했다. 그러다 열한시 반쯤 그전과는 다른 '팍!' 하는 통증에 눈이 번쩍 떠졌다. 아- 왔구나.
거실로 나가서 짐볼 위에서 열심히 골반을 굴리고, 돌리고, 살살 퐁퐁 엉덩방아 찧기처럼 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진통어플을 키고 기록하기 시작.
처음부터 평균 10분 간격이었는데 이것도 뭐 그렇게 악-소리나게 아픈건 아니었다.
호흡으로 후-길게 내뱉으면서, 입을 아주 작게, 마치 '바나나우유 빨대'로 숨을 내쉰다는 입모양으로 쉬이이이- 길게 내뱉으니 금방 지나간다. 진통은 2분에서 2분30초정도 지속되고 다음 통증까지는 10분정도 텀이 있다가 7분, 4분, 5분 6분 이렇게 점점 짧아지는게 보였다.
13일 새벽 3시 :
"안되겠다."
진통은 1분에서 30초정도 지속되다가 다음진통까지 2분, 6분, 3분 간격으로 짧아졌다.
어플에서 병원으로 가라는 알림이 뜬지 좀 되었지만 그래도 버텼다. 초산이고 괜히 갔다가 휑한 병원에서 진통하는게 더 심적으로 힘들것같아서 버티던 중이었는데 강도가 점점 높아진다.
"여보, 가자."
폭풍우를 뚫고 병원으로 갔다. 출산수업에서는 안전방지턱 넘는 것도 진통때문에 아파서 소리지른다는데 나는 그정도를 아니었다. 사람마다 다 다른가보다. 다만 진통이 오면 호흡으로 참아내는 정도랄까?
새벽 3시 반 :
병원에 도착했고 내진을 했다.
"3센치 열렸어요. 아직 경부 길이는 길어요. 여기서 조금 지켜보면서 대기할게요"
산파가 배에 벨트를 차주면서 말했다.
그리고는 한시간 가량 흘렀을까? 아무도 첵업을 하러오지 않아서 신랑을 보냈다.
그리고는
"5센치 열렸네요, 엄마 무통 할거에요?"
"일단 신청은 해놨는데 최대한 버티고 무통없이 해보고싶어요"
한시간 반만에 2센치 열리고 "salle nature"라고 짐볼이랑 욕조있는 자연주의(?)출산 방으로 들어갔다.
짐볼이 있어서 타고 호흡하면서 노래듣기.
토마스쿡, 아이유, 윤미래언니 노래로 버텼다.
새벽 4시 반 :
욕조에 들어가서 진통 참아내다가 또 나와서 짐볼. 진통은 계속 오는데 너무 졸리다. 자고싶은데 통증 간격이 짧아져서 잘 수가 없다. 그래도 잠깐 누웠다가 천장에 달아놓은 큰 스카프라고 해야할까? 공중필라테스할 때 쓰는 천같은거를 붙잡고 호흡하기....또 짐볼.
중간 중간 아기한테
"우리 알렉이도 힘들지? 우리 조금 이따가 만나~" 하면서 말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침 6시 :
다시 욕조에 들어갔다. 여기서 한 한시간 넘게 있으면서 욕조 손잡이를 붙들고 짧게 짧게 잠을 잤다.
아침 7시 45분 :
고개를 맥없이 떨구고 있는 나를 지켜보던 신랑이 도저히 안되겠다면서 사쥬팜을 불렀다. 무통 놔달라고.
나는 하기 싫은데...하는 순간 진통이 뽞!!!!!!!!!!!
마참 도착한 산파한테 물어봤다.
"방금 진통이 전보다 더 세게 왔는데 여기서 더 버틴다는 게 이정도의 진통을 참는건가요? 더 센 진통을 참아내야하나요?"
"더 센 진통이 올거에요. 엄마가 원하면 지금 양막 터트리고 진행할 수있어요. 그러면 더 빨리 아기를 만나는건데 진통이 엄청나게 세질거에요...."
"지금 몇센치 열렸죠?"
"7센치요"
"할게요 무통"
아침 8시 20분 :
마취과에 협의서 넣으러 산파가 떠나고 마취실(알고보니 출산실이었음)로 이동할 준비를 하랜다. 나는 주섬주섬 옷을 또 챙겨입고...이때는 아프다기 보다 기운이 다 빠져서 너무 자고싶고 졸리고...그와중에 아프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신랑이 옷챙겨서 입혀주고 쓰레빠 끌고 보조산파 부축을 받으며 마취실로 걸어서 갔다. 휠체어 타겠다는데 걷고 움직여야 아기가 나오니까 걸어갔다.
아침 9시 반 :
마취과 선생님이 왔고 여러가지 설명을 해주었다. 디스크 수술받았던 것 때문에 보통 놓는 자리에서 하나 올려서 맞았다. 앰플 하나를 넣었으니 약빨은 한시간정도 돌거고 그 뒤로 아플때마다 버튼 누르면 된다고 한다.
어디 약빨이 얼마나 도나 볼까? 싶은데 마취기운이 제각각이다.
배꼽 밑에는 통증 및 감각이 없는데 다리를 들어올릴 수 있고 오른다리는 감각이 없는데 왼다리는 감각이 있다.
바로 마취과 세프 콜. 내려와서 이것저것보는데 나는 약빨이 너무 빨리 돈다고...그래서 앰플맞은 걸로만하고 추가 무통은 놔줄 수 없다고 한다...
아침 10시 :
아까왔던 세프가 다시 와서 내 상태는 어떻게 출산 어떻게 진행할건지 산파들에게 물어본다. 일단 아기 다 내려올 때까지 기다린다고 하니까 지금 약빨 잘 돌때, 한 시간의 시간이 있으니 얼른 진행하라고 한다.
이윽고 산파들이 양막을 터트리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따듯한 물이 쏟아졌다. 냄새는 수영장 냄새.
"양수 깨끗하고 좋아요. 아기가 건강하다는 뜻이니까 이제 우리는 푸싱 연습해요. 소리내지말고 쭈우욱 밀어내는 느낌으로, 할 수 있죠?"
아기가 울어서 일단 줄이고 나머지 이어서 써야지....ㅠㅠ
얼른 수유하러....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