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구하자!"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우리의 지구>에서 데이비드 아텐버러의 목소리가 울려 퍼질 때, 당신은 어떤 생각을 했나요? 아마 북극곰의 슬픈 눈빛에 마음이 아팠을 겁니다. 빙하가 무너지는 장면에 한숨을 쉬었을지도 모르고요.
그런데 이 감동적인 다큐멘터리가 제작되는 동안 얼마나 많은 탄소가 배출됐는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전 세계 50개국을 누비며 4년간 촬영된 이 작품은 제작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했습니다. 비행기로 장비와 인력을 실어 나르고, 발전기를 돌리고, 숙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말이죠. "환경을 지키자"고 외치는 콘텐츠가 환경을 해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아이러니. 이것이 바로 오늘날 미디어 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역설입니다.
당신이 주말 저녁 소파에 편안히 앉아 팝콘을 먹으며 넷플릭스를 보는 그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소비되고 있어요. 한 시간짜리 스트리밍 시청이 만들어내는 탄소 발자국이 약 55g에서 최대 440g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그냥 숫자로만 들리시나요?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넷플릭스 구독자 2억 명이 하루에 평균 2시간씩 콘텐츠를 시청한다면, 그건 매일 자동차 40만 대가 내뿜는 배기가스와 맞먹는 양입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요? 넷플릭스 보지 말라는 건가요?"
아닙니다. 제가 말하려는 건 그런 게 아니에요. 우리가 사랑하는 콘텐츠와 환경 보호가 반드시 상충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미디어 산업이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는 시기입니다. 할리우드의 대형 스튜디오부터 한국의 제작사까지, 전 세계 미디어 기업들이 '친환경 제작'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고 있으니까요.
디즈니는 2030년까지 넷제로(Net-Zero) 배출을 목표로 세웠고, 넷플릭스는 2022년에 이미 탄소 중립을 선언했습니다. 심지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아바타: 물의 길' 촬영 현장에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력을 조달했다고 합니다. 영화의 주제처럼 제작 방식도 친환경을 추구한 거죠.
그런데 이런 노력들이 단순한 '그린워싱(친환경 위장)'은 아닐까요? 기업 이미지 세탁을 위한 마케팅 전략에 불과한 건 아닐까요? 솔직히 말해서, 일부는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변화가 그렇듯, 작은 시도들이 모여 큰 흐름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이 책이 주목하는 건 바로 그 '진짜' 변화들입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스크린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여다볼 겁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어떻게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있는지, 스트리밍 서비스는 어떻게 데이터센터를 친환경적으로 운영하는지, 그리고 한국 드라마는 어떻게 지속 가능한 제작 방식을 도입하고 있는지 말이죠. 더 나아가 미디어가 단순히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다양성과 포용성, 사회적 책임이라는 더 넓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를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지도 살펴볼 겁니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뭘 해야 하는데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바로 이 책의 목적입니다. 미디어 소비자로서, 때로는 제작자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넷플릭스를 보며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즐기는 콘텐츠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사회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래야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으니까요.
자, 이제 리모컨을 들고 채널을 돌리듯, 미디어 산업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새로운 풍경을 함께 탐험해볼까요? 우리가 사랑하는 콘텐츠의 숨겨진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봅시다. 이 여정의 끝에서 우리는 어쩌면 미디어를 보는 눈이 조금 달라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변화의 시작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