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게 있으면 지금. Right now.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공감하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새 마흔.
도서관에서 눈에 띈 책이 있었다.
마흔 즈음의 작가가 써낸 글인 줄 알았더니 40대부터 80대까지 쓴 글을 모아놓았다. 1923년 생, 전쟁을 겪은 일본 작가 '사토 아이코(佐藤愛子)'다. 나이도 들만큼 드신 분이 글도 시원시원하고 거리낌이 없다.(라고 쓰고 생각해보니 나이가 들어도 성격은 변함이 없다.)
불혹(不惑), 진짜일까
논어 〈위정편〉에서 공자는 일생을 회고하며 ‘나는 40세가 되어서는 미혹되지 않았다(四十而不惑).'라고 했단다.
처음 이 문구를 들었던 중학생이 생각한 40세는 '노인은 아니지만 나이가 꽤 든 진짜 어른'이었다. 그때쯤이면 확실한 자기 길을 걸어가는 장년 이리라 생각했는데 웬걸...
직장에 다니며 스스로 번 돈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확실한 자기 길인지는 모르는 어설픈 어른이 되었다. 학교에 다니며 고민하던 진로는 전공을 바꾸고 직업을 바꾸며 자리를 잡지 못했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다른 부서의 동료가 '혹시 그 팀에 자리 있나요?'라고 질문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새로운 직업에, 취미에 도전하는 이를 보고 다들 부러워한다.
나이는 마흔, 하지만 여전히 미혹되는 것 투성이다.
직장도 불확실, 직업도 불확실, 아이가 있으니 교육도 무엇이 옳은지 모르겠다. 슬슬 몸도 젊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건강관리를 생각해보는데 이것 역시 이것저것 기웃거리고 있다.
아무리 시대가 다르다고 해도 나이에 비해 너무 불확실한 것 아닌가?
나이에 맞춰 살 필요는 없다
기사의 인물면에는 '나이답지 않게'라는 수식어가 자주 보인다.
'6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다닌다거나, '8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스포츠에 도전한다든가.
과연 나이에 맞는 생활이 정해져 있는 것일까?
100세가 다 되어가는 이 작가는 40대부터 80대까지 끊임없이 말한다.
눈치 볼 필요 없다.
별로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이 듣는 말이라 해도 그걸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면 다시 들어도 나쁠 것은 없을 듯하다.
나는 나이 드는 것이 즐겁다
언젠가부터 60세가 되면 정말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해 왔다.
지금은 아이들도 어리고 신경 쓸 일이 많다. 젊지도 않고 늙지도 않은 어중간한 나이다.
하지만 60세라면.. 아이들도 모두 성인이 되고(그래도 신경 쓸 일은 많겠지만) 좀 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날 것 같다.
건강만 신경 쓴다면, 다른 것에는 마음대로 해도 걸리는 것이 별로 없을 것 같다. 논어 <위정편>에서 공자는 '육십이이순(六十而耳順)'이라 했다. 한자의 뜻대로 풀이하면 '귀가 순해진다'가 된다. 귀에 들리는 소리를 모두 이해한다고 하는데.. 그만큼 세상 이치를 많이 알게 된다는 것이 아닐까.
사실 지금도 사는 것이 즐겁긴 하다. 불확실한 부분도 많다. 하지만 나이가 이만큼 들고 보니,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취향이 확실해졌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도 이전보다 판단이 빨라졌다.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선택할 것은 빨리 정하게 되었다. 결정하고 나서도 이전보다 후회가 줄었다.
대단한 깨달음은 없지만, 어떻게 늙어야 하는지 방법을 알려준 책이다. 늙는 것이 두려운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 이 책의 목차만 다시 읽어도 어쩐지 즐거워진다.
http://m.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blio.bid=6196099
여는 글/ 나는 이렇게 나이 들었다
1장. 아직은 당당하게 어깨를 펴도 좋다_40대
2장. 살만하고 재미난 일상이 너무 많다_50대
3장. 세상이 변한다면 나도 달라져야 한다_60대
4장. 내 의지대로 움직이며 선택하고 싶다_70대
5장. 자연스럽게 세월의 흐름에 나를 맡긴다_80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