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문자중독자의 고백
세상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없으면 못 살 것 같은 것이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책과 케이크.
사실 처음 글을 쓰게 된 동기가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자' 였다. 또 한 가지는 나와 취향이 같은 사람들을 찾아 그걸 나눠보는 것.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글씨를 읽을 수 있게 되었을 때부터, '뭐든지 읽어 제낀다'는 말이 어울릴만큼 읽고 또 읽었다. 어디든지 눈에 띄는 글자는 읽고 있었다. 초등학교 입학즈음엔 사촌언니들한테 물려받은 문고판 책을 계속 읽다가 결국 3학년 때 안경을 쓰게 됐다.
읽고 또 읽어서 그런지 속독을 배운 적은 없는데 책 읽는 속도가 꽤 빨라졌다. 함께 책을 읽으면 내가 2번 읽고 한번 더 읽는 중간에 친구들이 책장을 넘겼다.
자, 여기까지 읽으면 '아 그래서 아마 학자의 길을...' 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절대 아니다. 책을 많이 읽어본 사람은 알지만 책을 많이 읽는다고 공부를 잘하는 것은 절대 아니므로.. 대신 공부한 것 보다는 약간 더 시험을 잘 보는 것 같긴 하다.
도서관과 서점은 쇼핑하듯이
도서관에 들어가면 일단 기분이 좋다. 백화점에 가면 기분이 좋은 것처럼.
킁킁 책냄새를 맡고...
처음 가보는 도서관이라면 어디에 어떤 종류의 책이 있는지만 안내도를 잠시 본다. 그리고 그냥 서가로 들어간다. 책장을 훑으면서 흥미를 끄는 책은 한번씩 꺼내보기도 하고.. 그 자체가 즐겁다.
그래서 그런지 책상에 앉아 읽기보다는 책장 사이에 있는 간이의자에 앉아 읽는 것을 더 좋아한다. 말 그대로 '책 속에 파묻힌' 상태이기 때문에.
서점도 비슷하다. 다만 새 책 냄새가 도서관과 다르고, 아직 계산 전인 책 같은데 마치 자기 책처럼 편하게 읽고 있는 사람들이 좀 불편할뿐..
그 접점에, 별마당 도서관
신세계가 코엑스를 인수하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중앙의 별마당 도서관이다. 원래 스타필드 라이브러리일텐데 한글이 더 어울린다.
쇼핑몰이라 책 냄새가 아니라 백화점 냄새가 나는 도서관이다. 바코드 같은 게 안 보여서 분실할까봐 정말 걱정이 되는데(왜 그걸 내가 걱정하는지) 생각보다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규모가 워낙 어마어마해서 인스타 핫플레이스이기도 한데, 강남 한복판에 이렇게 큰 도서관이 존재한다는 자체가 놀라운 것 같다.
약속시간이 남을 때도, 그냥 지나가다 잠시 들러도 그냥 좋다. 아무 조건없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가 생겨 즐거울 뿐...
그냥 읽어요, 숨쉬듯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읽고 또 읽는 습관을 생각해본다.
목적을 가지고 읽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읽기' 자체가 즐거움이라는 건 소용없는 일이 아닐까?
나도 뭔가 전략적인 독서를 해야하지 않을까?
재미만 찾기에는 어른이 좀 한심한 것 아닐까?
'의미있어 보이는' 책을 찾기도 하고, 회사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은 책을 찾아본 적도 있다.
하지만 곧 그만뒀다. 재미가 없으니까.
글자는 일단 읽고 보는 반면, 나이가 들수록 좋아하는(재미있는) 책이 아니라면 내려놓는 것도 빨라졌다.
재미있는 책이 의미도 있고, 여러 번 읽기 때문에 그로 인해 생각하는 내용도 깊어진다.
'오늘은 책이라는 걸 한번 읽어 봐야겠다' 고 비장하게 독서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숨쉬듯이 읽는 사람은 잡히는 대로, 읽고 싶은 대로 자연스럽게 읽으면 된다.
죽을때까지 열심히 읽어도 세상에 존재하는 책의 반의 반도 못 읽는다.
그렇다면, 그냥 읽고 싶은 책을 재미있게 읽으면 되잖아?
아무래도 난 전략적인 독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냥 재미 속에서 의미를 찾자.
내가 좋아하는 북스피어 김홍민 대표님의 말로 마무리한다.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