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dame Snoopy Mar 04. 2018

어른의 동화, 고전이 될 수 있을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리뷰

2015년 2월.

가수 김동률의 페이스북(김동률의 모놀로그)에 아래와 같은 서평이 올라왔다.


그나저나, 나미야 잡화점 한 번 더 오픈하면 좋겠다. 나도 편지 보내보고 싶은데...


김동률이 보내고 싶은 편지가 무엇일까

편지는 왜 보내고 싶어 하지?


이 두 가지 궁금증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원제 : ナミヤ雜貨店の奇蹟)>을 읽게 되었다. 평소 김동률이 추천하는 책이 취향에 맞았다는 것도 한몫했지만..


언제 다 읽나,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東野 圭吾)는 1958년생. 올해 만 60세다.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다작은 물론이고 그 작품들이 정말 다양해서 '누가 대신 써 주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을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용의자 X의 헌신> 같은 작품들이 인기를 끌 동안, 나는 한 번도 이 작가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를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처음 만난 건 내게 있어 행운일까...? 어쩐지 이 작가는 감동적인 이야기만 쓸 것이라고 생각하고 읽고 또 읽게 되었으니..


아무리 ebook, 시리즈 등을 합친 결과라 해도 많다


편지로 하는 고민상담에 빠지다


편지(아마도 글쓰기)와 그리 친하지 않은 듯한 좀도둑 3인조가, '비밀의 나미야 잡화점'을 우연히 찾게 된다.

그리고, 혹시라도 경찰에 발각될까 전전긍긍하는 이들에게 계속 고민상담 편지가 들어온다.


말 그대로 시간이 멈춘 편지 속 세상. 처음에는 답신을 쓴다는 것이 마땅찮았던 멤버들도 한 명씩 상담편지의 매력에 빠져든다. 자기들이 쓴 답장으로 누군가 고민을 해결하고 길을 찾아갔기 때문이다.


흔히 이런 말을 한다.


연애상담은 소용없는 일이야. 다들 상담하고 나서 자기 마음 가는 대로 하거든.


맞다.

이 작품에서도 고민하던 이들은 결국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해 버린다.

하지만 그런 결정을 내려가는 과정에서 나미야 잡화점 주인 할아버지(실제로는 좀도둑 3인조)의 답신이 그들의 마음 정리를 돕는다.


원래 하고 싶은 대로 결정하더라도 그것을 정당화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 이 상담편지가 존재하는 것이다.


아무리 힘든 고민도 들어주는 이가 있다면


불치병에 걸린 연인과 일 사이에서의 갈등

가업을 잇느냐 스스로의 꿈을 좇느냐

사업실패로 야반도주하는 가족을 떠나야 하나


당사자에게는 세상이 끝날만큼 어려운 일이지만, 사실 어느 시대에나 있을법한 고민들이다.


익명이지만 용기 내어 털어놓은 편지에 진지하게 답하는 나미야 할아버지.

그리고 그 답장에 용기를 얻고 한 걸음을 내딛는 상담자들.


경영상의 문제로 잡화점을 접어야 할 상황이지만 고민상담 때문에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할아버지와 자기 일도 아닌데 편지에 답장을 하느라 잡화점에 남아있는 좀도둑 3인조의 모습이 묘하게 겹친다.


모든 인연이 하나로 이어지는 결론은 처음 읽었을 때는 작위적인 듯했다.

하지만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 읽은 오늘은..

나미야 할아버지가 상담 편지에 집착하는 이유를 보여준 것 같아 납득이 되었다.


나미야 잡화점이 다시 문을 연다면


누구나 한 가지 정도는 고민을 갖고 있다.

다른 이에게 말하기 어렵다면, '가상의 나미야 잡화점' 앞으로 편지를 써 보면 어떨까.

스스로 정리하는 계기가 될 수도, 혹은 마음속 깊은 곳에 갖고 있던 해답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만든 기적


이 책의 제목은 분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다. 그런데 난 자꾸 '나미야 잡화점의 비밀'로 기억하고 만다. 비밀의 통로가 열리는 부분이 기억에 남았나 보다.


이 책은 비밀보다는 기적이 확실하다.

비밀도 있지만, 사람들 사이의 마음이 이어지는 그 부분이 기적인 듯하다.




이렇게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라면 '어른의 동화'를 넘어 '고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세상 어딘가 나미야 잡화점이 잠시 편지함을 열어준다면 보내고 싶은 편지가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나요?


매거진의 이전글 책 냄새를 맡아본 적 있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