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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Shall We C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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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Snoopy Mar 24. 2019

당근과 사랑에 빠져보세요, 당근 케이크

설탕 대신 즐기는 단맛

난 원래 당근을 즐기지 않는다. 사실 지금도 당근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바로 그렇다고 답하지 못할 듯. 번외 편으로 어떤 요리든, 당근을 넣으면 깔끔한 느낌이 사라진다고 주장하곤 한다.


지금은 아니지만 어릴 때는 집에서 만든 카레라이스를 먹을 때, 당근부터 골라 먹었다. 먹기 싫은 것을 모두 없애고 순수한(?) 카레라이스를 먹을 때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다. 여담이지만 내 동생은 나와 반대로 당근을 마지막에 한 번에 먹겠다며 당근을 제외한 나머지를 먼저 먹었다. 그러다 당근을 남기고 자리를 뜬 적도 있긴 하다.


한때 시력이 급격히 나빠져 당근주스를 계속 먹었던 적이 있다. 어차피 지금은 라식수술을 해 버렸으니 그렇게까지 당근주스를 먹지 않아도 됐을 텐데.


이런 내가 좋아하는 당근 음식이 있으니, 바로 당근 케이크다. 당근이라면 밥반찬이나 카레라이스에 들어가는 야채라고 생각했는데 케이크라니.




처음 먹어본 당근 케이크는 엄마가 친구분한테 받아온 레시피로 만든 홈메이드였다. 분명 케이크를 만든다고 하시는데 (내 생각에) 어마어마한 양의 당근을 갈아 넣는 걸 보고 '과연 내가 저걸 먹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파인애플도 듬뿍 들어가는 걸 보고 약간 안도했지만...


당근과 파인애플, 시나몬의 완벽한 조화


그렇게 먹게 된 당근케이크는 예상과 달리 정말 맛있었다. 당근의 풋내는 완전히 사라지고 단맛만이 남아 파인애플과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시나몬이 들어간 것도 한몫했다. 요즘 판매하는 당근케이크에 올라간 크림치즈 프로스팅은 없었지만 잊지 못할 맛이었다.


당근은 중세시대부터 단맛을 내기 위해 사용하던 재료라고 한다. 손쉽게 설탕을 구할 수 없었던 시절에도 사람들은 단맛을 원했나 보다. 당근으로 단맛을 낸 케이크는 영국에서 많이 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전후에 북아메리카에서 대유행했다고. 20년 전 엄마에게 레시피를 준 친구분도 미국에서 살다온 분이었다.


없으면 섭섭한 크림치즈 프로스팅


한때 인기를 끌었던 세시셀라의 당근 케이크에도, 이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냉동 당근케이크에도 크림치즈 프로스팅이 올라간다. 섬유질 함량이 높은 당근케이크에는 부드러운 생크림보다는 꾸덕한 크림치즈가 더 잘 어울려 그런 듯하다.

이마트의 냉동 당근케이크

실온에 놔둬 부드러워진 크림치즈에 슈거파우더로 단맛을 내고, 레몬 껍질 간 것과 레몬즙 약간을 섞어 만들면 당근케이크에 찰떡궁합인 크림치즈 프로스팅이 완성된다. 한 김 식은 케이크에 발라주면 먹을 준비 완료.


당근케이크 바닥에 깔린 비밀


홈메이드가 제일 맛있긴 하지만 사실 큰 맘먹고 케이크를 굽는 게 어려울 때가 많다. 그래서 가까운 곳에 맛있는 케이크집을 찾는다.


사실 당근케이크는 집에서 만든 것보다 나은 것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당근이 너무 적게 들어갔거나, 달기만 하거나, 뻑뻑하거나. 이마트에서 파는 냉동 당근케이크가 가성비로 따져 나은 이유가 그것이다.


지난번 밤 이야기(https://brunch.co.kr/@madamesnoopy/80)에서 언급했던 여의도의 <오카시야>. 첫 방문에 마음에 들었던 케이크가 바로 당근케이크다.


큰 기대 없이 컵케이크 모양의 당근케이크를 잘랐다. 부드럽게 잘린 케이크를 한입 맛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바닥에 잼이 깔린 듯 해 궁금해하며 먹고 있었는데 마침 나를 본 사장님이 물어봤다. "바닥에 깔린 게 뭘까요?" 그건 바로 살구 콩포트! 많이 달지 않은 케이크의 단맛을 보완해서 정말 마음에 들었다.




당근에는 베타카로틴 성분이 풍부해 면역력을 높여주고, 비타민 A가 풍부해 눈 건강 및 노화방지 등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이렇게 몸에 좋은 당근을 나처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요리로만 섭취하기 힘들면, 당근 케이크로 먹어보자. 토끼가 왜 당근을 좋아하는지 살짝 이해가 가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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