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남자, 큐레이터 2_10

에피소드 10_ 가장 아름다운 전시품, 아이

by 새벽별노리

이언의 예술적 예측 쌍둥이의 성별을 알게 되는 날, 이언은 그조차도 '예술적' 으로 기획했다.


'슈슈' 성별 공개 퍼포먼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에서 영감을 얻은 컬러 스펙트럼이라는 제목의 기획안이 바인더에 추가되었다.

그는 하늘색과 분홍색 풍선 수백 개로 거실을 채우고, 거대한 캔버스에 성별이 드러날 색상의 물감이 쏟아져 내리게 하는 장치를 설치 했다.

이언

"담미 씨, 이 순간은 우주의 경이로움, 즉 '탄생의 신비'를 표현하는 겁니다. 제가 정확히 10초 카운트 후 장치를 작동하면, 물감이 캔버스에 튀면서 슈슈들의 성별이 마치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펼쳐질 겁니다!" 담미는 설레는 표정으로 이언을 바라봤다.

담미

"! 이언 씨, 멋있다! 역시 우리 슈슈 아빠!" 이언이 비장한 표정으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10, 9, 8."

하지만 '5'를 외치는 순간, 이미 풍선 몇 개가 터지면서 파란색 종이가루가 '파스스' 떨어져 내렸다.

담미

"어머! 아들이었네! 슈슈 중 하나는 아들이었어!" 이언은 당황했다. 이건 '기획된 퍼포먼스'가 아니었다.

이언

"잠깐, 담미 씨! 이건... 이건 시뮬레이션 오작동입니다. 아직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어요!"

그때, 이언의 등 뒤에 서 있던 담미의 할머니가 "아이고, 우리 둘째는 딸인가 보네!"라며 미리 준비해 온 분홍색 모빌을 흔들었다. 할머니의 손에 들린 모빌에 부딪혀 남아있던 풍선들이 '펑! 펑!' 소리를 내며 터져 버렸고, 파란색과 분홍색 종이가루가 뒤섞여 거실 바닥에 흩어졌다.

이언

(좌절하며) "아니, 할머니! 제 '미학적 큐레이션'을..."

결국 슈슈들은 아들, 딸 이란성 쌍둥이로 밝혀졌다. 이언의 '천지창조'는 할머니의 '천지개벽'으로 막을 내렸지만, 담미는 활짝 웃었다.

담미

"봐요, 이언 씨! 핑크랑 블루가 섞이니 더 예쁘고 알록달록하잖아요! 딱 우리 같지 않아요?" 이언은 바닥에 흩어진 종이가루를 보며 씁쓸하게 인정했다. '예술이란 때로 계획되지 않은 혼돈 속에서 피어나는 법이다.'


인테리어 전쟁


아기 방, 루브르가 될까 빵집이 될까?

성별까지 확인되자 이언은 쌍둥이 방 인테리어에 전력을 다했다. 그의 테마는 <미래의 인재를 위한 '소규모 갤러리형' 학습 및 휴식 공간> 이었다. 벽면에는 명화 포스터를 걸고, 천장에는 아이들의 시각 발달을 위한 모빌형 '키네틱 아트'를 직접 제작했다.

이언

"담미 씨, 보세요! 이 모빌은 움직이면서 빛을 반사해 아이들의 시각 인지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겁니다.

그리고 이 바닥은 특수 소재라 유아기 미술 활동 시 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죠!"

담미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린 모빌을 보며 불안하게) "이언 씨, 저거 꼭 거미 같지 않아요? 슈슈들이 잠자다 무서워하면 어떡해요? 나는 그냥 폭신한 '식빵 쿠션'으로 벽을 다 감싸고 싶어요. 포근하고, 부드럽고, 배고플 때 냄새 맡으면 행복해질 것 같지 않아요?"

담미는 당장 인터넷으로 '대형 식빵 쿠션' '바게트 베개''크로와상 러그' 등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이언은 경악했다

이언

"안 됩니다, 담미 씨! 아이들의 방은 '공간'이지 '베이커리'가 아니에요! 이런 '탄수화물 과잉' 인테리어는 미학적으로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때, 배가 고파진 담미가 빵 냄새가 날 것 같은 식빵쿠션을 들고 이언에게 던졌다.

담미

"이언 씨는 너무 딱딱해요! 우리 슈슈도 빵처럼 말랑 말랑한 게 좋대요!"

결국 두 사람은 타협했다. 이언은 한쪽 벽에만 명화 포스터 대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귀여운 그림책을 걸기로 했다. 그리고 담미는 이언이 직접 디자인한 '미니멀 식빵 쿠션' 두 개를 침대 머리맡에 두는 것으로 만족했다.

이언

(식빵 쿠션을 보며) "음... 비록 식빵이긴 하지만, 이 질감과 색감은 '미니멀리즘'과 '기능주의'를 모두 만족시 키는군요. 마치 르 코르뷔지에의 초기작을 보는 것 같습니다."

담미

"그냥 따뜻하고 맛있어 보여서 좋아요!" 이언은 여전히 자신만의 예술적 해석을 덧붙였지만, 그의 표정은 훨씬 부드러워져 있었다. 쌍둥이 '슈슈'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이언의 삶은 이미 '예술적' 혼돈 속에서 더욱 풍요로워지고 있었다.

성별 공개 파티의 유쾌한 소동이 지나고, 어느덧 슈슈들과 만날 시간이 다가왔다. 철저한 기획안보다 더 강력한 '생명의 경이로움' 앞에 이언의 완벽주의가 무너지고 진정한 사랑으로 채워지는 순간을 담았다.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


담미가 임신을 하면서, 이언은 생전 처음 겪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한다. 그는 아기의 모든 것을 계획하려 하고 태교 음악은 '클래식 명곡'으로, 아기 방은 '완벽한 색상 팔레트'로 꾸미려 한다. 하지만 아기는 이언의 완벽한 계획을 비웃듯,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든다. 그의 완벽하게 정리된 물건들은 아기 장난감으로 뒤섞이고, 정돈된 삶은 웃음과 울음소리로 가득 찬다. 이 과정을 통해 이언는 '가장 완벽한 전시품'은 바로 아기이며, 가장 아름다운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담미는 그런 이언을 보며 '이언 씨, 이제 정말로 완벽한 인생이 쓰레기통에서 시작됐네'라고 말한다.



초음파 분만실

태몽은 신기하게도 쌍둥이임을 예고했다. 딸과 아들 이란성 쌍둥이들은 그녀의 뱃속에서 울음을 터뜨리며 세상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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