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도시 '이키토스'

제2화 페루, 아마존과 베르너 헤어조크

by 그루

아마존의 도시 이키토스로


늦은 오후 이키토스행을 비행기를 타기 위해 리마의 국내선 공항으로 향했다. 게이트에 들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 즈음에야 비행기에 올랐다.


이키토스 Iquitos로 들어가는 경로는 거의 항공에 의지하는지라 빈자리 하나 없는 비행기-페루비안 항공 Peruvian Airline-는 이키토스를 향해서 날아오른다. 적응하는 것도 잠시, 2시간 정도 지나 어두워지나 싶더니 벌써 아마존의 상공이란다.


벌써 어두워진 이키토스 공항 밖을 빠져나오니 이곳이 아마존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듯 습하고 더운 공기가 훅 다가온다. 다운점퍼 차림의 리마에서 불과 한두 시간 남짓 날아왔건만 7월 말-7월 말은 남미의 겨울이다-의 이키토스는 열대우림의 날씨이다.


어둡고 낯선 도시의 이방인답게 서둘러 호객상인들을 뒤로 하고 다운타운으로 들어오니 관광으로 살아가는 도시여서 밤에 만난 이키토스는 풍요롭고 활기가 넘친다.

이키토스는 페루 북동부 아마존의 항구로 발달한 도시로 정글과 강으로 둘러싸여 있다. 버스와 배를 여러 번 갈아타고 이틀에서 사흘 걸려 들어갈 수는 있어도 육로로는 들어갈 수가 없는 곳이다.



이곳에서 배를 타고 콜롬비아는 물론 브라질의 마나우스나 베네수엘라까지도 갈 수 있다. 체 게바라가 남미 종단 여행을 하면서 아마존에 들어가기 위해 통과한 도시이기도 하다. 지금은 쇠락했지만 브라질의 마나우스처럼 19세기 말, 고무경기가 호황을 누릴 때의 주요 항구이기도 하였다. 지금도 인구가 20만 정도 되는 꽤나 큰 도시지만 생산되는 것이 없어 모든 것을 수송해 와야 하기 때문에 물가가 매우 비싸다.


이키토스의 아마존으로 들어가는 부두


다음날 아침, 우당탕탕, 탕탕 소리에 눈을 떠 보니 지붕이 뚫어져라 굵은 빗줄기가 세차다. 스콜이다. 하지만 이키토스 롯지에서 아침을 먹고 아마존 투어를 위해 출발하려고 하자 땡볕으로 순식간에 변해 버린다. 항구에 도착, 정글에서 먹을 수 있는 양식으로는 충분할 것 같지 않아 항구 입구에서 1박 2일간 필요한 과일을 비롯한 요깃거리를 구입하였다.



부둣가에서 구입한 먹음직스런 바나나구이


바다 같은 느낌의 아마존은 생각보다 진한 황토색이 아니다. 로컬 가이드의 말로는 지금은 우기가 아니어서 강물의 색깔이 황토색이 아니라고 한다. 드문드문 강변의 수상가옥들이 보며 얼마쯤 지났을까, 스콜이 다시 쏟아진다. 한두 시간 간격으로 쏟아지는 스콜 때문에 끈적끈적한 습기는 몸에 더욱 달라붙는다. 달라붙는 게 습기뿐이겠는가. 잠시도 쉬지 않고 몰려드는 모기떼는 두 손과 두 발을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게 한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해충과의 전쟁은 이것이 시작이었다.


아마존의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정글 속 도로


유럽인이 경영하는 정글 속에 있는 나비농장으로 들어가니 나비는 물론 여러 종류의 동물, 심지어 호랑이까지 있는 동물원이다. 남미에는 화려한 색깔의 나비는 물론, 각종 새들이 많다. 그중 앵무새는 각양각색의 화려한 빛깔과 소리 흉내를 내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켜 준다.



영어를 할 줄 알아서 관광업에 종사하는 로컬가이드, 제법 윤택해 보였다. 노의 모양이 너무 예쁘다.

농장을 거의 돌아본 다음 긴장의 끝을 놓고 잠시 쉬고 있다가 원숭이에게 배낭, 그것도 애지중지하는 카메라와 렌즈들이 들어있는 카메라 배낭을 빼앗기고 말았다. 배낭이 무거워 어깨에서 내려 옆에 두고 앉은 것이 잘못이었다. 얼마나 사나운지 조련사도 쉽게 달래서 빼앗질 못한다. 비가 오는 바람에 배낭커버를 씌워놔서 그나마 다행이지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커버를 벗기고 배낭을 열려고 발버둥 친다. 배낭커버는 엉망이 되었지만 하마터면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를 망가뜨릴 번 하였으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아마존에서는 장화를 신어야 한다.


숙소를 향해서 가다 보니 아마존의 지류가 만나는 곳에서 황토색강물과 검은 색의 강물이 합쳐지지 않고 나란히 흐른다. 아마존과 그 지류는 페루의 안데스에서 발원하여 7000킬로미터 이상 뻗어 흐르며 남미대륙 곳곳을 적셔 주고 있다.


아마존강의 새벽


베르너 헤어조크와 인간의 광기


아마존은 페루, 콜롬비아, 브라질의 국경이 맞닿아 있다. 가장 넓은 아마존 하구의 넓이는 약 335킬로미터나 된다고 하니 어느 곳에서든 시야에 강의 시작과 끝이 들어오지 않는다. 내가 처음 느꼈던 아마존은 무서운 힘으로 인간을 파멸시키는 베르너 헤어조크의 영화와 함께였다.



자연의 숭고한 풍경이 항상 곁에 있는 문명화되지 않은 사회를 동경했던 독일의 영화감독인 베르너 헤어조크 Werner Herzog는 아마존을 무대로 두 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16세기 황금과 권력에 눈이 먼 인간의 광기를 그린 <아귀레, 신의 분노 Aguire, Wrath of God>(1972), 와 전작에 비해 다소 낭만적이기까지 한 광적인 오페라광의 집착을 그린 <피츠카랄도 Fitzcarraldo>(1985)이다. 영화의 배경이 된 장엄하고 숭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운 아마존에서 극한적인 상황의 광기를 표출하는 인물이, 뗏목으로 또는 배로 아마존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러한 인간의 광기를 그대로 표출해낸 배우는 가장 헤어조크적인 배우 클라우스 킨스키 Klaus Kinski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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