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일합니다만 괜찮습니다.
팝업을 진행하면 아침에 사무실로 출근 후 택배 싸고 팝업장소로 출근을 한다.
신기하게도 이날의 팝업은 강행군이었지만 내 안에 에너지가 소진되기보단 무언가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8할은 영희 언니 때문인 것 같다.영희 언니.
2022년 7월 행사가 잡혔다. 압구정 갤러리아 팝업. 익숙하지 않은 곳은 늘 긴장감이 가득이다.
그래도 한편으론 백화점에서 불러주실때 마다 제품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첫날인 오늘. 조금 일찍 서둘러 왔다.
식품관 앞 가장 좋은 자리 가장 넓은 자리를 주셨다. 긴장반 설렘 반으로 행사를 시작했다.
입구를 중심으로 오른쪽에 메이드 파니가 있었고 그 옆에 미국 브랜드 주방용품,
왼쪽엔 구강용품을 파는 업체, 그 옆에는 방향제를 파는 업체가 있었다.
나는 미국 브랜드 주방용품과 가장 가까웠다. 보통 판매 매대는 넓은 책상을 기준으로 책상 위에 제품을 진열하고, 나는 책상 뒷쪽(안쪽)에 서있거나 책상 옆쪽에 서서 위치해있는다.
보통 팝업을 나오면 오픈 후 손님을 기다리는 시간 그땐 매대를 정리하거나 옆 행사 사장님들과 이야기를 주고받게 되는데 주방용품과 나는 안 쪽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같아 오며 가며 살(?)을 부대끼며 조금 빠르게 친해져갔다.
옆자리 주방용품은 판매담당자가 따로 있었다. 영희언니.
영희 언니는 여사님 또는 영희 언니로 자기씨로 이곳에서 통한다 .
주변 판매 직원들은 언니라고 부르고,
백화점 측 직원은 여사님,
손님들은 자기야로 부른다.
그리고 영희 언니도 나를 자기라고 불렀다.
여사님은 16년 경력에 백화점 판매 전문가다. 실제 나이는 비밀이라고 하셨지만 60대정도로 보인다.
"자기는 사장이지?"
영희 언니의 첫 질문이었다.
"네.."
"대단하다 정말 대단해! 나는 여자가 잘되면 그렇게 좋아! "
우린 그렇게 말문을 트고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영희언니는 팬이 많았다. 매주 판매되는 제품도, 장소도 다른데 여기저기서 영희언니를 알아보는 손님들이 많았다.
"어머 자기야 오늘은 여기야 ?"
"나 저번에 청담에서 이 언니 봤자나 "
"오늘은 뭐 팔아? 이건 뭐야? 뭐가 좋은데? "
이전의 행사장에서는 볼 수 없던 손님과 판매원과의 대화들. 신기한 광경이다.
영희언니는 뜬금없이 말을 건네는 일이 많았다.
그 말속엔 나에게 큰 울림을 주는 메시지가 많아 메모장에 기록해 두었다.
“고객을 좋아해야 돼. 고객도 다 알아 “
“이게 내 거는 아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 거야. 그러니깐 예쁘게 소문내고 잘 팔아야지”
“3000원 팔아서 뭐 해라고 생각하면 안돼, 3000원이 모자라서 그날 매출이 997000원 .100만원이 안되는 경우도 있거든 .”
그 말에 이런 말씀이 떠올랐다 .
“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된 자는 큰 것에도 충성되고 지극히 작은 것에 불의한 자는 큰 것에도 불의하니라 너희가 만일 불의한 재물에 충성치 아니하면 누가 참된 것으로 너희에게 맡기겠느냐 너희가 만일 남의 것에 충성치 아니하면 누가 너희의 것을 너희에게 주겠느냐”
누가복음 16:10-12 KRV
영희언니는 마음도 참 예쁜 사람이었다. 마음가짐이 중요함을 다시 깨닫는다.
나는 그날부터 영희 여사님의 팬이 됐다. 그렇게 나는 매일매일 영희 언니를 곁눈질하며 배우고 또 배웠다.
삶의 지혜뿐 아니라 판매, 영업 방식도 배울 수 있었다. 영희언니는 고객의 입을 통해 들려오는 후기만을 고객들에게 전달했다.
“고객님이 쓰시더니 이러시다 …” 등등 노화우를 전수해 주셨다.
여사님은 몸을 잘 지키라고 했다. 어릴 때 몸을 혹사시키면 나중에 나이 들어서 다 몰려온다고 잘 먹어야 한다고 ,
그러면서 가서 점심 먹고 오라고 했다. 보통 팝업은 군것질로 때우는데 영희언니 덕분에 나는 한 끼를 잘 채운다. 압구정 갤러리아는 식당을 가려면 매장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그 한 끼 덕분에 하늘을 잠깐 구경했다. 백화점에서 일하면 밖을 볼 수가 없어 비타민 D가 부족해지는데 밥도 먹고 비타민D도 채우고 오늘도 나는 몸을 잘 지켰다.
우린 서로서로를 돕는다. 내가 한 끼를 채우러 갈 때 영희 언니는 메이드파니 매대를 봐주신다. 그리고 여사님이 안 계실땐 나는 잠시 여사님네 제품 판매자가 된다. 안 계실 때마다 나는 여사님 흉내를 조금씩 낸다. 그렇게 하나둘 대신 팔면 나는 영수증을 들고 영희언니에게 "내가 팔았어욧! " 자랑을 한다.
영희언니는 매출이 좋으면 “아이신나 “라고 하며 엄청 좋아하신다 . 나는 그럼 엄지를 올리며 �영희언니 짱! 이라고 한다 그럼 여사님은 “자기가 더 짱이야�” 쌍따봉을 주신다 .
우린 그렇게 서로 짱짱맨이 된다.
오늘도 여사님께서 몸 잘 지키라고 다른 곳에서 행사를 담당했던 석류를 주셨다.
여사님도 매일매일이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오늘은 떨어진 재고를 양손 가득 들고 팝업 행사장으로 향했다. 저 멀리 여사님이 달려와 짐을 덜어주신다 .
“전화하지! 이 무거운걸!"
“대단해대단해 젊은데 참 열심히 살아!” 짐을 하나하나 꺼낼 때마다 여사님도 칭찬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주신다.
그렇게 나는 매일매일 칭찬을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났다.
어느덧 일주일의 시간이 흘러 오늘이 행사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마감 전 이곳의 기억을 기록하고자 카메라를 켰다. 여사님이 뭐 하냐고 하시길래 동영상 찍는다고 같이 찍자고 하는데 손사래를 치신다. 아쉽지만 목소리만 담긴 영상을 이렇게라도 오늘을 담는다.
https://www.instagram.com/tv/Cgg44g0J8Ev/?utm_source=ig_web_copy_link
팝업 하면서 늘 느끼는 것은 처음 만난 사람들이지만 서로를 기꺼이 도와준다는 것이다. 내가 버벅거리거나 손님이 밀리면 어디선가 달려와 같이 계산을 해주고 손님이 불편하지 않게 늘 케어를 해주신다. 그리고 제일 신기한 건 기가 막히게 재고의 위치를 알고 물건을 꺼내주신 다는 것! 눈썰미쵝오!
유대감과 공동체의 힘은 정말 위대하다. 팝업은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정신적으론 새로운 힘을 얻는다.
혼자면 외로웠을 텐데 나의 신은 이번 팝업도 다행히 좋은 사람들을 붙여주셨다.
여전히 삶은 녹록지 않고 두려운 순간을 마주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있다면 외롭지 않게 그리고 두렵지 않게 사람을 그리고 어둠을 이겨낼 빛이 내리쬔다.
그렇게 산을 넘다 보면 다음 산을 넘을 지혜와 힘을 얻는다. 아직 내가 가야 할 산은 얼마나 남았을까?
오늘도 이렇게 산을 넘은 것 보면, 다음 산이 또 남아있다는 거겠지?
다음 산에서 만날 나의 자기씨. 잘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