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하면서 책을 많이 읽게 되었다. 모르는 것투성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 속에 있는 선배들을 찾아 나서게 된 것이다. 기획은 어떻게 하는 건가? 싶을 땐 도서 검색에서 기획이라는 단어를 입력해 연관된 책을 하나하나 읽었다. 그렇게 브랜딩, 기획, 마케팅에 관한 지식을 조금씩 체화하기 시작했다.
요즘 읽게 된 책은 '장사의 신'이라는 책이다. 사실 제목부터 왠지 모를 사기꾼의 향기와 호감이 가지 않아 선뜻 표지를 넘기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계속해서 다른 책에서도 유튜브 영상에서도 이 책을 추천하는 대목이 나오자 나는 한번 속는 셈 치고라는 마음으로 책을 잡아 들었다.
이 책은 일본 사업가 '우노 다카시'라는 사람의 창업 이야기이다. 일본에서 이자카야를 운영하며 그 일화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이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우노 다카시의 일대기를 접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내 마음에도"와 진짜 장사의 신이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업 성공)
이 책에 핵심은 딱 하나다. "손님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 " 바로 섬김의 마음이다.
"손님과 즐겁게 이야기하면서 메뉴를 판다. 그렇게 하면 자기 스스로도 장사를 즐길 수 있잖아."
"손님들이 기뻐할 만한 기능들을 말이야. 24시간 내내 '뭘 해야 고객들이 좋아할까'를 생각하며 열심히 고민하기 때문이라 생각해 "
"손실이 나지 않으려고 움츠러드는 장사를 할 게 아니라, 손실이 나더라도 제대로 해보겠다는 생각. 그렇게 함으로써 가게의 실력이 붙게 돼. 손실을 신경 쓸 정도라면 애초에 가게를 내지 마. 난 그렇게 생각해 "
"중요한 건 손님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전해지는 접객을 늘 머릿속에 고민하고 있어야 한다는 거야"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비로소 만들어 낼 수 있는 세계가 있어"
"시간이 있을 때는 어떤 일을 하면 손님이 기뻐해 줄까 을 열심히 생각해.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손님이 올 때마다 계속해서 시험해 보는 거야"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실행을 해봐. 때론 실패하겠지만 그 과정이 곧 발전으로 이어지니까"
신기한 건 책을 읽으면서 나도 같이 즐거운 기분을 들었다. 그리고 일본에 가보고 싶은 마음마저 피어올랐다. 이자카야에 한번 가보고 싶은걸? 우노 다카시는 손님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즐거움을 주는 데 성공한 듯 보였다.
얼마 전 다시 펼쳐본 마케팅의 대가 세스 고딘의 책 <마케팅이다>에서도" 마케팅은 섬김"이라고 이 한 줄로 이 책을 정리했다. 기획도 똑같았다. 기획은 결국 섬김의 마음에서 출발한다. 성경에서도 섬김을 강조하고 있다. 여러 책에서 정말 수도 없이 강조하는 부분이었다. 모든 점이 하나씩 연결되며 모든 것이 섬김으로 시작해 섬김으로 끝나는 듯 보였다.
손님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요리(제품)를 만들고, 매장을 꾸미고, 손님을 대접하다 보면, 그 손님들은 좋은 기억을 선물해 준 이곳을 다시 떠올리며, 다음엔 또 다른 친구들을 데리고 오며, 사람과 사람의 선한 연결을 통해 건강한 관계라는 선물을 주는 것 같았다.
성수동에 MADEFANNIE 매장을 오픈하면서 고객들을 직접 만나는 일이 처음엔 두렵고 낯설고 쉽지 않았다. 그러나 생각보다 두려울 일보단 설레는 일이 많았고, 낯섦은 건강한 긴장감으로 변화되어 느슨해지지 않을 수 있었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매장에 방문하는 손님들이 더 즐겁게 놀다 갈 수 있을지 고민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러니 정말 장사의 신의 말처럼 일이 점점 더 재미있어졌다.
더 놀라운 것은 섬김의 마음이 일상에서도 자연스럽게 묻어난다는 것이다. 사람들을 양보하는 태도, 모르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태도에서 이타적인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는 경험이다. 정말 섬김이란, 삶을 살아감에도 중요한 키워드임이 분명했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영업하는 것도 세상에 이런 좋은 게 있으니 같이 누리자는 섬김의 마음으로 시작된 것이 아닐까? 삶은 혼자가 아닌 같이 살아내는 것이니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