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영화로 다시 읽는 <폭풍의 언덕>
‘기괴한 아름다움’과 ‘음울한 세계’.
같은 원작을 바탕으로 한 두 편의 영화 <폭풍의 언덕>을 보고 난 뒤 떠오른 인상입니다. 하나의 이야기에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작품은 전혀 다른 정서와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어떤 영화는 사랑을 중심에 두고, 어떤 영화는 복수를 중심에 둡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연출의 차이를 넘어, 이야기를 해석하는 방식 자체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지난 설 명절에는 고전소설을 다시 영화화한 <폭풍의 언덕>이 여러 매체에서 회자되었습니다. 저도 놓칠세라 극장으로 달려가 관람했습니다. 원작 소설은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나라에 2012년에 개봉되었던 영화는 제 안에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메이즈 러너> 시리즈로 알려진 카야 스코델라리오와 제임스 호손이 비운의 커플을 연기했었습니다. 이번에 개봉한 작품에서는 마고 로비와 제이콥 엘로디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영화로 제작된 <폭풍의 언덕>은 꽤 여러 작품이 있어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관람 후 극장을 나설 때는 마음이 다소 복잡하여 영화에 대한 판단을 바로 내리기 어려웠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분히 생각해 보니, 한마디로 ‘기괴한 아름다움’, 혹은 ‘아름다운 기괴함’이라고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작품이 배경으로 하는 시대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현대적으로 해석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분명히 읽혔습니다. ‘폭풍의 언덕’이라 불리는 공간도 아름답고, 뛰어난 영상미가 특히 인상적입니다. 배경 설정과 색감, 인물들의 탁월한 미모 역시 돋보입니다.
많은 요소들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괴하다는 느낌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그러했지만, 특히 결혼한 캐시의 방 인테리어가 가장 강렬하게 다가왔죠. 이웃이었던 부호 에드거는 사랑하는 아내 캐시를 위해 그녀의 피부를 본뜬 듯한 벽면을 만들었는데, 작은 주근깨와 혈관의 비침까지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피부색 표현은 놀라울 정도로 정교했고 아름다운 살구빛이지만, 기괴했습니다.
또한, 마치 이후의 사건을 암시하듯, 시뻘건 바닥재 위에 서 있는 캐시의 시뻘건 스커트가 강렬한 통일성을 줍니다. 마고 로비의 빼어난 미모와 어우러져 매우 아름다운 장면이지만, 역시 기괴하죠.
너무나 뜨겁지만 파괴적인 사랑. 아름답고 애틋하며, 동시에 무서웠습니다. 얼마 전에 본 영화, 황정민 주연의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는 '이런 삶도 있구나.'라는 교훈을 얻었다면(해당 글 읽으러 가기), 이 영화에서는 '이런 사랑도 있구나.'라는 소감이 남았습니다. 감독님이 개성적으로, 자유롭게 해석하시지 않았나 생각해요. 새로운 해석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이전에 보았던 작품과는 완전히 다른 영화였습니다. 큰 줄거리만 유사할 뿐 사건 전개, 분위기, 정서가 모두 확연히 다릅니다.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과 더불어, 원작 해석이 감독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2012년 작품도 다시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한마디로 어둡습니다. 배경도, 화면도, 등장인물도 모두 어두운 분위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음울하고, 비극적인 정서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대사는 많지 않으며, 별다른 안내나 설명 없이 상황이 급격하게 전환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로 인해 스토리 전개가 다소 투박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2026년 작품에서 중요한 조연이 넬리라면, 2011년 작품에서는 힌들리 언쇼입니다. 각각 캐시의 말동무이자 하녀장, 그리고 오빠로 등장합니다. 두 인물 모두 각자의 영화에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다른 작품에서는 비중이 거의 없거나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또한 히스클리프의 복귀 동기 역시 다르게 해석됩니다. 2026년 작품에서는 캐서린에 대한 강렬한 사랑이 중심이라면, 2011년 작품에서는 힌들리를 비롯해 자신을 고통스럽게 했던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더 크게 부각됩니다.
원작 소설에 대한 감독의 해석에 따라 완전히 다른 영화가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며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사실 독자가 소설을 읽을 때, 우리는 각기 다른 작품을 읽습니다. 등장인물의 외형과 이미지, 배경과 상황은 모두 독자의 상상력에 의해 재구성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은 독자가 함께 만들어가고 함께 완성하는 예술입니다.
이는 낭독과도 매우 유사합니다. 낭독자는 자신의 해석대로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동시에 반드시 중립을 유지해야 합니다. 청자를 위해 해석의 몫을 남겨주어야 하기 때문이죠. 청자는 자신의 상상력으로 그 여백을 채우며 작품을 완성하게 됩니다.
위 두 작품 외에도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은 다양한 장르로 각색된 작품이 매우 많습니다. 영화뿐만 아니라 TV 시리즈, 뮤지컬, 연극 등으로도 꾸준히 제작되어 왔습니다. 이는 원작 소설의 높은 가치와 더불어, 해석의 가능성이 매우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모든 작품을 다 접해보고 싶네요.
『폭풍의 언덕』이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은 작가의 언니인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를 사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다양한 해석과 각색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흥미롭습니다. 단 두 편의 영화만 비교해도 이 정도로 다르니, 다른 감독들, 배우들의 해석은 또 어떠할지 궁금해집니다.
마고 로비 주연의 작품을 관람하면서 나는 벌써 마음먹었습니다. 딱 결정했어요, 내가!
‘나의 낭독 모임 <아침낭독반>의 다음 책은 바로 『폭풍의 언덕』이다!’라고요. 오래전에 읽은 기억은 희미해졌고, 도대체 원작은 어떤지, 그리고 감독들이 어떤 방식으로 다르게 해석한 건지 더 알고 싶어졌습니다.
검색해 보니 윌북 출판사에서 <브론테 세 자매 컬렉션>을 출간했더군요. 셋째인 앤 브론테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세 자매의 대표작을 각각 한 권씩 엮은 시리즈입니다. 바로 이거죠!
저와 함께 브론테 세 자매의 작품을
낭독으로 읽어보실 분이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