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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랑한 마들렌 Dec 13. 2022

나나 잘하자

평소 소위 '동네 엄마들' 모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이 동급생 엄마'들로 구성된 모임.

누군가를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깊이 알지도 못하는 관계인 이런 모임에서 공통된 관심사나 대화 주제라고는 아이들 학습이라는 이름으로 일컬어지는 사교육 정보와 학교, 교사 때로는 '시-'로 시작되는 대상들에 대한 뒷담화 정도입니다. 삼 남매 엄마인 저는 그 대화들에서 어떤 이로운 점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다년간의 경험으로 깨달았지요. 성향에도 맞지 않고요. 하여, 피치 못할 상황이 아니라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이런 모임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을 나름의 원칙으로 세우고 있습니다.



그날은 그런 모임은 아니었으나 명예교사 활동을 함께 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상황이긴 했습니다. 이런저런 대화들이 오가다가 둘째 아이에게 해당하는 활동을 위해 온, 첫째와 둘째의 터울이 10년이나 된다는 어머니가 말합니다. 두 아이 터울이 워낙 많이 지다 보니 최근 몇 년 간 각급 학교의 학생수가 감소하는 것이 확연히 보인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하시더군요. 옆 사람을 가리키며, "이런 젊은 엄마들은 셋째 낳으면 좋을 텐데..."


나 : (속으로) '뭐라고요?'


자신은 그런 젊은 엄마가 아니라서 셋째를 못 낳았지만 이런 젊은 엄마들은 셋째를 낳지 그랬냐는 뜻인가요, 아니면 지금이라도 셋째를 낳으라는 뜻인가요. 중학생 엄마더러 설마 지금이라도 한 명 더 출산하라는 건가요. 나는 아니고 너는 그래라, 라는 뜻인가요.


도대체 무슨 뜻인가, 혼자 속 시끄럽게 생각합니다. 그때 옆에 있던 바로 그 '이런 젊은 엄마'가 망설임 없이 대꾸합니다.



이런 젊은 엄마 : 저 셋째 있어요. 6학년이에요.



이런 시원한 엄마라니! 저도 빠질 수 없죠?



나 : 저희 셋째도 6학년이에요.

이런 젊은 엄마 : 어머, 몇 반이에요?

나 : 음... 3반이에요. 애가 많아 헛갈려서 잠시 생각해야 해요. 호호호...

이런 젊은 엄마 : 맞아요. 저도 막 헛갈려요. 저희 애는 4반이에요. 내년에는 함께 이 학교 입학하겠네요. 호호호...

셋째 낳으라던 엄마 : .....



출처 : Pixabay



미안합니다.

특정인을 비난할 생각은 없... 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나 아닌 다른 사람을 향해 손가락을 펴는 일은 조심했으면 합니다. 뭔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내가 하는 것이고, 내가 하지 못하겠다면 다른 사람이 하길 기대해서도 안 되죠. 내로남불은 정치인에게만 사용하는 말은 아닐 겁니다. 


우리는 흔히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곤 합니다. 남을 탓하거나 어떤 의무를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지우기를 좋아합니다. 그것은 참 쉬운 일이거든요. 이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우리 자아의 근본적인 속성이라고 합니다([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저, 박미경 역, 다산초당).


가끔은 우리의 본성을 역행해 보면 어떨까요?

더 성숙하고 더 아름답게 살아가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편안하게 어우러져 살아가려면 생각보다 자주,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오늘, 한 걸음 성장하는 나의 모습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네, 저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 줍니다.



나나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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