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게임

모빌슈츠 건담 - 1984

by 마이즈

“나, 생일 선물 대신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요!”


오랫동안 참던 이야기를 꺼냈다. 가보고 싶은 곳은 동네에서 유일하게 나에게 금지된 장소였다. 겉에는 지능 개발 같은 말이 쓰여 있었다. 가정부 누나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수락했다. 대신 엄마에게는 비밀로 하기로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여는 순간, 나의 인생은 결정되었다. 수많은 아이와 어른들이 기계 앞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열심히 손을 움직이며 화면을 바라보았다. 이게 뭐지? 처음 보는 세계였다. 누나도 처음인 눈치였다. 나는 여기저기 화면을 구경했다. 이런 세상이 있다니! 조금 돌아보다 보니 사람들의 손 움직임에 따라 화면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도 해보고 싶었다. 누나에게 100원을 받고 고민했다. 어떤 게임을 할까?

주변을 둘러보다가 눈에 띄는 게임이 하나 있었다. 거대한 로봇이 화면에 보이고 있었는데, 장난감 가게에서 자주 보던 모습이었다. 저 로봇을 탈 수 있는 걸까? 평생 동안 게임의 길을 걷는 내가 최초로 플레이한 게임. 그 게임은 기동전사 건담이었다. 게임을 시작하니 하얀 사람이 건담 앞에 서 있었고 하늘에서 철골이 계속 떨어졌다. 어? 뭐야? 나 로봇을 타야 하는데!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결국 철골에 맞아서 게임이 끝났다. 건담에 타보지도 못한 채. 이제 그만 나가자며 누나는 내 손을 잡아끌었다. 겁에 질린 것 같았다. 그리고 보니 담배를 피우는 어른들도 많아 보였다. 결국 게임과의 첫 만남은 기동전사 건담 한 판으로 마무리되었다.

오락실이 계속 어른 거렸지만 함부로 갈 수는 없었다. 가정부 누나도 한 번이면 족하다며 절대 가서는 안된다고 했다. 위험한 장소라고. 다시 그 상황을 기억해 보니 살짝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그 한 판의 기억은 강렬했다. 로봇을 결국 타지 못한 내가 바보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 하면 로봇을 탈 수 있을까? 오락실에 가지 않고는 불가능한 걸까? 고민 끝에 꾀를 냈다. 책상 밑으로 기어 들어가서는 책상 벽과 천장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귀엽고 멋진 그림이 아닌 계기판 모양이었다. 이제 이 책상 밑은 조종석이야! 내가 로봇을 조종하는 거지! 조종석을 완성하고 나서 동생을 불렀다. 그리고 로봇 장난감을 건넸다.


“내가 이 로봇을 조종할 테니까 내가 말하는 대로 움직여줘!”


동생은 내 말에 충실히 따랐지만, 조금은 답답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괜찮다. 나는 철골도 피하지 못한 자격 미달의 조종사다. 부족한 내가 로봇을 움직이고 있으니 잘 안 되는 것이 당연하지! 계속 책상 밑에서 조종만 하다 보니 나도 로봇을 갖고 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동생을 책상 밑으로 불렀다. 그리고 대충 막 그린 계기판을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건 총알이고 이건 거리야! 어렵지만 잘 외워야 해! 너도 한번 조종사를 해봐! 내가 양보해 줄게! 하지만 누르기만 하지 말고 어떻게 움직일지 말로 해야 해! 네가 말하는 대로 움직여 줄게! 동생은 좋아하며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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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즈의 30가지 메모리 - 1985까지

모빌슈츠 건담. 1984. 아케이드.

반다이에서 나온 건담 IP의 첫 게임으로 MSX로도 출시되었습니다. 세가 마스터 시스템으로도 있는데, 무단 복제라는 말도 있네요.

첫 번째 스테이지는 웅장하게 서있는 건담 격납고에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잔해를 피하는 것. 두 번째 스테이지는 드디어 건담에 탑승해서 진행하는데,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1인칭 슈팅이라서 당시에 무슨 화면인지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이후 프라 모델이나 장난감, 문구에서 건담에 꽂히게 되었고 향후 오타쿠가 되는 첫 시발점이 되기도 했습니다. 라스트 슈팅이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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