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물 주의

구니스

by 마이즈

공사 중 접근 금지. 낙하물 주의. 동네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간신히 찾은 공사장이었다. 학원을 갈 때면 일부러 돌아가면서 기웃거렸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그 장소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졌다. 비옷을 입고 헬멧을 쓴 채 공사장을 오가는 아저씨들을 보고 싶었다. 그 이유는 하나의 게임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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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니스. 영화를 원작으로 한 게임이지만, 당시 우리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동굴을 탐험하는 멋진 소년 영웅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주인공이 멋진 소년 영웅이 아니라 괴물 같은 얼굴의 슬로스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상관 없었다. 작은 도트 그래픽으로는 전혀 흉하게 보이지 않았으니까. 아쉽게도 이 게임은 재믹스를 갖고 있는 다른 친구 집에만 있었다. 덕분에 놀러 갔을 때 한 두 판 해본 것이 전부였다. 동굴을 돌아다니며 총을 쏘는 어른을 피해 아이들을 구출하는 게임. 넓은 배경도 대단했지만,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과 종유석이었다. 세상에 위에서 내려오는 함정이라니. 안 그래도 넓은 화면인데 천장까지 보려니 어지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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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는 이를 막는 아이템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헬멧과 비옷이었다. 헬멧을 쓰고 있으면 천장에서 떨어지는 종유석을 막아준다. 비슷한 방식으로 비 옷을 입고 있으면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막아주는 것이다. 이 게임을 한 뒤, 공사장에서 아저씨들이 헬멧을 쓰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위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것을 막아내는 것이다! 공사 현장의 아저씨들이 대단한 영웅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한 가지 호기심이 생겼다. 게임에서처럼 헬멧과 비옷을 동시에 입은 모습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 두 가지를 동시에 착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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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이면 헬멧 쓴 아저씨들이 비 옷도 입을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싶었기에 비가 내리면 공사 현장을 기웃거린 것이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의 공사 현장 안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당연했다. 아직 어렸으니까. 먼 훗날, 직접 현장에서 일하긴 했지만 당시에는 그런 미래를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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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비옷과 헬멧을 장착한 아저씨들을 본 것은 의외로 공사 현장이 아닌 도로 보수 중인 모습이었다. 그때에도 다른 의문이 들었던 것 같다. 여기는 낙하물이 없을 텐데? 왜 헬멧을 쓰고 계신 걸까? 어쩌면 운석이라도 떨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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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즈의 30가지 메모리 -1985까지

구니스. 1985. 코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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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니스 게임을 이야기하면 많은 분들이 패미콤 판을 이야기합니다만, MSX 판은 상당히 다른 게임입니다. 주인공도 마이키가 아닌 슬로스이고 주먹을 휘두르며 전진하지요. 다양한 함정을 피하는 아이템과 경험치, 체력 방식을 도입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매트로바니아 장르의 초기 형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여러 모로 흥미로운 게임이었는데, 패미콤 판에 가려져서 아쉬운 작품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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