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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드맥스 Jul 02. 2024

달리기, 5K 레이스 도전 2

- 슬기로운 영국 생활 : 5K 레이스 후기


Race for Life


내가 접수한 달리기 경주는 'Race for life'이다.

레이스 포 라이프는 영국의 암연구기금 모금 달리기 경주 이벤트다. 1994년에 시작되었으며, 출범 이후 1,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하여 30여 년간 9억 7천만 파운드 이상 모금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속도에 맞춰 3km, 5km, 10km 경로를 선택할 수 있으며 누구나 참여 가능하고 특정 시간 안에 끝내야 한다는 압력이 없다. 레이스 티켓은 성인 기준으로 £15.99.

어린이, 청소년, 성인, 6세 미만 모두 참여 가능하며 티켓 가격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레이스에 참가하는 팀은 주변 사람들에게 후원을 독려하는 모금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암 연구 자금은 팀 당 최소 £50부터 모금할 수 있다. 우리는 측근들의 도움을 받아 £100를 기부했다. 이러한 모금활동을 통해 기부된 돈이 어떻게 쓰이고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는 웹사이트를 통해 알 수 있다.


온라인으로 레이스 참여 신청과 등록이 끝나면 우편으로 fundrasing pack을 받는다. 옷에 붙일 running number와 무엇을 위해 뛰는지 적을 수 있는 back sign 등이 포함되어 있다.

나는 옥스퍼드에 살고 있기 때문에 옥스퍼드 레이스에 참가했다.

시작 지점은 Oxford Univerity Parks. 경사가 없는 옥스퍼드 거리를 뛰는 코스다.

Longwall Street, High Street를 따라 내려간 다음 Bridge of Sighs 아래로, Parks Road를 따라가다가 Norham Gardens에서 공원으로 다시 돌아와 크리켓 파빌리온 옆에서 레이스가 끝난다.


레이스 당일, 우리가 도착했을 때 10K 러너들은 이미 출발 한 뒤였다. 러너들을 응원하는 서포터들과 5K 참가자들로 붐볐다. 레이스의 색이 왜 핑크인지는 모르겠다. 생명을 위한 레이스여서 심장을 핑크로 표현한 건가.. 하는 추측을 해본다. 하트 머리띠, 레이스 발음이 비슷한 레이스 스커트 등 아이템도 다양하다.


빠른 템포의 음악들 때문인지, 달아오른 분위기 때문인지 조금씩 흥분이 올라오고 있었다. 준비 운동을 마치고 시작점에서 러너 그룹, 조거 그룹, 워커 그룹으로 나뉘어 레이스 시작 사인을 기다렸다.

레이스의 시작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을 다 같이 큰소리로 외치고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조거 그룹으로 시작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 번에 출발하니까 천천히 걸으며 경주가 시작되었다.


평소 가 보지 않았던 옥스퍼드 대학들을 지나갔다.

영화 웡카에 나오는 Bridge of Sighs, Bodleian Library, Sheldonian Theatre 앞도 지나갔다. 뛰면서 영화 장면들이 떠올라 재미있었다.

달리는 동안 거리 곳곳에 큼지막하게 루트를 알리는 핑크 화살표 사인이 있어 루트를 벗어날 걱정은 없다.

노천카페에 앉아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도 같이 손을 흔들어주며 응원했다. 레이스 루트 중간중간에 안전요원들의 응원에 힘이 났다. 잘하고 있어! 계속해! 끝까지 할 수 있어!

휠체어를 밀며 같이 달리는 사람, 유모차와 함께 달리는 사람, 개와 같이 달리는 사람, 모두가 함께 달렸다.

달리는 동안 힘들어졌다가도 서로의 백사인을 보면 기운이 났다.

암을 겪고 있는 누군가를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기 위해, 소중한 무언가를 위해 달렸다. 함께 달리는 모두가 연결되어 서로를 응원하는 것 같았다.


공원을 가로지르는 River Cherwell에 펀팅보트에서도 서로 응원을 주고받았다.

나는 준비할 때와 달리 한 번도 멈추거나 걷지 않고 달렸다.

그렇게 1K, 2K, 3K, 4K 사인을 지나 체력이 서서히 바닥날 때쯤 드디어 피니시 사인을 봤다.

마지막을 향해 달릴 때는 너무 흥분해서 미친 듯이 튕겨져 나갔다. 인체의 신비라고 해야 할까? 분명히 내 체력은 바닥이었는데 도대체 어디에 그런 힘이 남아있었는지 모르겠다.


40분 58초! 개인기록 경신이다. 출발선에서 천천히 걸어 500미터 정도를 먼저 시작한 것을 감안한다면 40분 안에 뛴 것이다. 자랑스럽다, 나 자신 ㅋㅋㅋ. 메달을 받고 흥분을 가라앉히며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꿀맛!


레이스가 끝나고 집에 가서 점심밥을 먹을까 하다 커버드 마켓에 들리기로 했다.

이 집은 시내 나올 때마다 들리는 레바니즈 맛집이다.

내 최애 메뉴는 할루미 팔라펠 야채 랩. 매운 소스와 곁들이면 정말 맛있다.


옥스퍼드 커버드 마켓 안에 있는 로자나의 내 별점은 ★★★★

- Rozana  https://oxford-coveredmarket.co.uk/traders/rozana/





나는 운동과 거리가 먼 사람이다. 내 평생에 운동을 자발적으로 하며 행복감을 느껴본 적이 없다.

이번 레이스 도전이 그래서 더 기억에 남을 이벤트이긴 하지만, Race for life는 다른 의미로도 특별했다.

암으로 고통스러웠던 하늘에 있는 친구와 아파하고 있는 친구들을 떠올리며 달렸다.

주변에 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도 여전히 사람들은 가족력 얘기만 한다. 우리의 환경이 어떻게 변했는지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망가지고 있는 환경으로 인해 돌아오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무서운 것들 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다 같이 얘기했으면 좋겠다. 지금이라도 뭔가 달라지게 하기 위해 모두 다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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