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_무화과에서 시작된 생각

by 갈매나무




유튜브에 제가 자주 보는 채널 중 '맛있는 저속노화'라는 이름의 채널이 있어요.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간편하게 요리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채널인데요, 어제 새 영상이 올라왔어요. 요리는 '무화과 카르파치오'. 소개 글에 이렇게 쓰여 있었어요. '지금 시즌에 딱 먹어야 하는!'



저는 무화과가 정말 좋아요. 은은한 단맛과 부드러운 식감, 접시에 예쁘게 담아내면 스스로를 대접해 주는 듯한 느낌까지...! 게다가 제철이 짧아 더 귀하게 느껴지죠. 영상을 보니 지금이 그 철인가 봐요. 사실 요 며칠 새에 과일 가게에 가면 스티로폼 박스에 가지런히 담겨 있는 무화과를 몇 번 보긴 했어요. 그런데 선뜻 집어 들지 못한 건, 다른 과일에 비해 가격이 꽤 높았기 때문이에요.



스스로도 이해가 잘 안 되긴 해요. 평소에 다른 데에는 더 큰돈도 무감각하게 쓰면서 무화과는 왜 한 번 선뜻 사 먹지 않는 걸까? 소비 또한 타성에 젖은 걸까요.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그 끝에 알게 된 근본적인 제 소비 성향은 이거예요.

1. 매일 구매하는 것들 외의 항목에 대해서는 지출을 꺼린다.
2. 대체할 수 있는 저렴하거나 구하기 쉬운 것이 있으면 대체하곤 한다.

이 두 가지 특성 때문에 무화과는 과일 가게를 갈 때마다 눈에 그렇게 담아두고도 사 오지 않았던 거죠. 그런데! 유튜브에 올라온 무화과 카르파치오 영상을 보고 마음먹었어요. 인생 뭐 있나, 내가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사 먹고 그렇게 행복하게 사는 거지! 하고요. 그래서 무화과 500g짜리 2박스를 바로 주문했어요. 내일 도착한대요. 무화과는 소비 기한이 길지 않아서 며칠 동안 많이 많이 먹을 거예요. 그냥 잘라서도 먹고, 그릭요거트를 위에 얹어서도 먹고, 잔잔한 음악을 들으면서도 먹고요. 생각만 해도 행복해요.



그 생각에 이르고 보니 하나의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저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을 나에게 선물하자! 꼭 필요한 게 아니어도,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어도 그것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면! 그건 평소에 먹지 않는 비싸고 양 적은 한 끼 식사일 수도 있고요, 다이어리가 있는데 마음에 더 드는 다이어리를 발견해서 과감하게 그것을 사는 것일 수도 있어요.



사람의 마음은 참 신기해요. 어떤 물건의 화폐 가치와 정서적 가치가 늘 일치하지는 않아요. 아이를 낳기 전에는 소위 명품 가방과 액세서리를 사면 기분이 좋았어요. 그런데 그것들이 진짜 행복이었는지 생각해 보면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저 좋은 거라고 '하니까' 그것들을 사면 행복을 얻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한편으로는 조금 공허한 마음도 들었달까요. 그런데 제가 저 원칙에서 벗어나는 소소한 것들을 스스로에게 선물한다면, 그건 순수하고 고유한 행복일 거예요.



그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해 보고 싶어요. 그런 선물은 정기적으로가 아니라 때때로 생각나고 주어지는 것들이기에 정기 연재는 아닐 거예요. 하지만 이 연재는 분명 저를 행복하게 해 줄 거라고 믿어요. 시작해 볼게요!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