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온한 하루

by 갈매나무



기특하게 2주 넘게 피어있어 주는 버터플라이와 마트리카리아



이제 날이 풀려 새벽 운동을 종종 나갑니다. 아직 잠들어 있는 사람들 대신 그림자들이 걸어 다니는 듯, 거리는 어둑합니다. 이미 벚꽃이 핀 나무도 있지만, 대부분은 꽃망울이 몽우리 져서 불그스름하게 가지 끝마다 매달려 있습니다. 마음이 설렙니다.



이달 중순 다낭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다녀오고 나서 여행기를 썼는데 A4용지 글자 크기 13pt로 33장이 나오더군요. 4박 5일이었는데 그렇게 긴 글이 나올 줄이야.(솔직히 그거 쓰느라, 브런치에 글 쓰는 건 좀 귀찮았습니다) 조각조각 써놓았다가 완성본으로 모으고 나서 저도 놀랐습니다. 휴양지로의 여행인 만큼 누워 뒹굴거리는 시간이 대부분이었기에 별로 쓸 말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평범한 순간들을 글에 담고 보니, 다 나름대로의 의미와 서사가 있더군요.



꼭 여행에서 그걸 느껴서는 아닙니다만, 요샌 일상의 작은 순간들이 더욱 값지게 느껴집니다. 봄이라서 그런 걸 수도 있고요. 최근 좋은 일이 하나 있어서 세상이 알록달록한 필터가 씌운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한적한 거리를 걸으며, 조용한 카페에서, 사무실 가습기가 뿜는 수증기를 바라보며 아쉬움과 평온함, 설렘을 느낍니다. 아무것도 아니어 보일 수도 있지만, 행복합니다. 무심코 흘러 보내지 않고 누려봅니다.



이런 요즘에 어울리는 노래가 있습니다. João Gilberto의 O Amor Em Paz라는 곡입니다. 새벽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때 이 음악을 틀어 놓으면, 행복이 흘러가지 않고 지금 제 곁에 온전히 머물러 있는 것만 같습니다. 조금 으쓱해지기도 합니다. 음악 한 곡에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는 스스로에 대해서 말입니다.


https://youtu.be/xHh3chO2g-o?si=bDo_Vjn95CFrPcX3


물론 요새 거의 책을 펼치는 날이 없어서 마음 한편이 좀 불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곧 이사를 앞두고 있고, 올해 초부터 너무 공부를 열심히 하다가(?) 한차례 탈진을 했던 터라 다시 연필을 들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공부는 조금 더 미루어두어야겠습니다. 이사가 마무리되면 조금 더 여유가 있을 거고, 그때 다시 시작하게 되겠죠. 그때까지는 지금의 만족감과 평온을 조금 더 붙잡아 두렵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