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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성우 Sep 04. 2023

1등급으로 이끄는 공부법 2

- 내 아이를 공부하게 만드는 학습코칭

공부와 담쌓았던 아이, 넉 달 만에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하다


  나의 도움으로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영희(가명)라는 학생이 있다.

  영희는 중학교 시절부터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냈다. 그러다 학교 공부가 힘들어 고2 때 학교를 자퇴하였고,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뒤늦게 검정고시를 치기로 마음먹고서 나를 찾아왔다. 이후 나와 함께 약 4개월간 열심히 공부하여 2021년 고졸 1차 검정고시에 당당히 합격하였다. 그리고 전문대 뷰티학과에 진학하여 미용을 전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새롭게 미용 관련 공부를 시작하였다.


  영희와 첫 수업을 하였을 때만 하더라도 학습 수준이 중졸 검정고시조차 합격할 수 없는 상태였다. 영어는 앨퍼빗(Alphabet)도 정확하게 기억을 못 하였고,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말과 글에 대한 이해력과 독해력이 크게 부족한 점이었다. 전반적인 학습능력과 인지능력이 낮은 상태였기에 이 두 가지를 높이기 위한 학습을 영어 수업과 병행하기로 방향을 잡고 학생을 지도하였다.


  제일 먼저, 영희의 아버지에게 아이의 이런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앞으로 어떻게 지도할 것인지를 안내하였다. 지난 몇 년간 아버지는 영희가 공부 때문에 힘들어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학습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전혀 모르고 있던 터라 나의 이야기에 처음에는 크게 낙담하였다. 하지만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 아버지 본인도 아이가 열심히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고 말하였다. 이후에도 영희의 공부 상황을 수시로 아버지에게 알려주었다.


  영희를 지도하기 시작하면서 우선, 우리말과 글에 대한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 정약용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매시간 한 꼭지씩 같이 읽은 후 내용을 정리하였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선택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책은 다산 정약용이 머나먼 타향에서 유배생활을 하는 동안 자기 자식들에게, 그리고 같이 유배생활을 하는 둘째 형님인 정약전에게, 마지막으로 자신의 여러 제자들에게 쓴 편지글을 모은 책으로써, 글 속에 현재를 살아가는 이 땅의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든 세대가 읽고 새겨야 할 전통적 가치관들이 두루 담겨 있다.

  둘째, 이 책에 실린 모든 글들은 1800년대 초에 쓰이다 보니 한자어가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이 말들을 하나하나 익히다 보면 자연스레 오늘날 널리 쓰이고는 있으나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을 함께 읽으면서 학생이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학생 스스로 문맥을 통해 그 뜻을 유추하게 하고 그래도 모르면 인터넷 검색과 사전 찾기를 통해서 뜻을 알도록 하였다. 이렇게 해서 글을 읽다가 모르는 것이 있을 때는 끝까지 의문을 가지고 해결하는 습관을 가지도록 하였다.

  또한, 일반상식 수준을 높이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는데, 특히 사회 교과서에 나오는 경제용어들을 가르쳤다. 수요와 공급, 인플레이션, 재화, 시장, 자본주의, 공산주의 등의 말뜻을 사례를 들어가며 자세히 설명하였다.

  그리고 공부하는 동안에는 질문과 대답을 통해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찾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면서 지도하였다.     


  이렇게 한 덕분에 눈에 띄게 생각하는 힘이 길러졌고 학습인지능력이 향상되어 조기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함께 공부하는 동안 이 학생은 나와 진심 어린 소통을 하였고, 지속적으로 배우려는 태도와 꺾이지 않는 기개를 보여주었으며, 그 결과 목표한 바를 이루어내는 성공의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또한, 부모와 이전보다 더 많이 공감함으로써 더욱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게 된 것도 큰 결실이었다. 그 무엇보다 큰 소득은 이 학생이 자신의 꿈과 목표를 설정할 수 있게 되고 미래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대구에 있는 한 미용실에서 주니어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지각 대장, 수업 시작 5분 전에 도착하다     


  민수(가명)는 초등 6학년 1학기부터 나와 공부를 시작하여 지금 중1이 된 아이이다.

  부모가 같이 가게를 운영하느라 밤늦게 퇴근하는 터라, 민수는 방과 후 혼자 집에서 밥을 챙겨 먹고 나서 학원을 몇 군데 다닌 후 밤 9시경이 되어 집에 들어가는 생활을 매일 반복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평소 부모의 돌봄을 많이 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안타깝게도 영수뿐만 아니라 너무나 많은 아이들이 그런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민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 시각에 강의실에 들어온 적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지각을 한 이유도 참 다양했다. 친구와 놀다가 수업시간을 까먹었다거나,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늦게 올라왔다거나, 네거리 횡단보도에 있는 신호등이 늦게 바뀌었다거나, 집에서 잠깐 침대에 누웠다가 깨어나지 못했다거나, 등등이었다.


  나는 챙겨줄 사람이 없는 민수의 가정상황을 잘 알기에 혼내기보다는 주로 타이르고 정해진 시각을 지키는 것이 왜 중요한지 설명하며 민수가 지각하는 습관이 고쳐지도록 지도하였다. 그리고 민수어머니께 전화를 하여 민수의 지각습관을 알려드렸다. 하지만 민수어머니도 별달리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저 민수에게 지각하지 말라는 말을 반복해서 하는 것 외에는.


  그러다 하루는 내가 민수를 진실의 방으로 따로 불러서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하였다.

  우선, 약속시간을 지키는 것은 인간관계를 잘 맺고 사람 간에 믿음을 쌓는 기본이라는 점과 그리고, 어릴 적부터 약속시간을 잘 지키는 습관을 몸에 배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할 때 곤란을 겪게 된다는 점을 이야기하였다. 여기까지 말을 할 때는 민수의 얼굴에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친구가 약속시간에 늦었을 때 민수 본인이 화가 난 적은 없었는지 돌아보라고 하자,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그런 적이 자주 있었고 그때 친구에게 화가 많이 났었다고 말하였다. 또래보다 키가 큰 민수는 토요일 오전에 친구들과 농구를 자주 하는데, 한 친구가 매번 늦게 오는 바람에 제대로 연습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화가 났다고 하였다. 그리고 민수도 약속장소에 늦게 간 적이 있어서 친구가 화를 낸 적이 있다고도 하였다. 드디어 민수가 자신의 나쁜 습관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이윽고 며칠이 지나고 그다음 수업 시간에, 민수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더니 “쌤! 저 안 늦었지요?”하는 것이었다. 처음으로 민수가 수업 시작시각 정각에 딱 맞추어 들어왔다. 이후부터 제 시각에 들어오더니 어느 날엔가는 5분 일찍 오기도 하였다. 그래서 민수에게 크게 칭찬해 주고 민수어머니에게도 민수를 칭찬해 주시라고 문자를 보냈다.

  민수는 더 이상 지각을 하지 않으려고 알람을 두, 세 개 설정해놓고 있으며, 특히 방과 후에 집에서 쉴 때는 침대에 눕지 않고 책상에 엎드린다고 한다. 그렇게 해야 일어나기가 쉽다고.

  그렇다고 이제 민수가 완전히 지각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예전보다 그 횟수가 줄어들었고 5분 일찍 와서 책상에 앉아있는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것만으로도 민수가 기특하다.


  민수는 공감, 소통, 자생력, 기개와 같은 좋은 가치를 경험하면서 자신의 나쁜 습관을 고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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