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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성우 Sep 02. 2023

1등급으로 이끄는 공부법 1

내 아이를 공부하게 만드는 학습코칭

  나는 여느 학원 강사들처럼 학생들 성적을 올려주어 좋은 대학에 보내고 그렇게 해서 원생을 모아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영어 강사 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입시 때문에 대한민국의 아이들과 부모 모두 힘겨워하고 있는 현실을 알고 나서는 입시가 아닌 교육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연구하고 조사해 본 결과 대한민국 교육은 경쟁, 학벌, 성적스트레스, 청소년 자살, 공교육 붕괴 등 엄청난 구조적인 문제들 위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많은 돈과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여 학습 코칭, 자기주도학습, 꿈과 목표 세우기, 마음 능력 기르기, 공부계획표 만들기, 질문과 대답, 토론 및 발표 위주의 교수법 등을 연구하였다. 물론 나만의 영어교재를 만드는 작업도 병행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를 연간 교육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십수 년 동안 아이들에게 가르쳤고 그 과정 속에서 부모가 바뀌고 아이들이 바뀌는 것을 보아왔다. 그 결과 우리 아이들이 역량 있는 좋은 사람으로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편으로 내가 지금까지 노력해 온 것처럼 공교육에서도 아이들이 행복하게 공부하는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학교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중 한 학교가 바로 칠곡 다부초등학교이다.


  대구 북쪽 가까운 곳, 경북 칠곡군에 다부초등학교가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이 학교는 공립학교이면서도 공동체 대안학교로 운영되고 있는 독특한 학교이다. 한 학년에 한 개 학급만 있고 학급 당 학생 수도 14명에서 16명 정도에 불과하여 전교생이 80여 명 밖에 안 되는 작은 학교인데 다가 부모 모임 및 활동도 활발하여 선생님과 부모, 그리고 전교생이 서로 잘 알고 지낸다. 

  이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준비뿐만 아니라 학부모와의 소통, 다양한 행사 및 활동을 준비하느라 퇴근 시각 이후에도 자발적으로 남아 업무를 보는 경우가 흔하다. 또한, 선생님들은 교사가 주도하는 강의식 학습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아이들의 인성교육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선생님들의 노력이 다부초등학교가 발전하는데 튼튼한 밑받침이 되었다.

      

  이 학교가 공동체 정신이 잘 정립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 사례 중 하나가, 학생이 졸업을 한 이후에도 졸업생 부모와 학생들이 학교 행사에 참여해 재학생 부모 및 학생들과 1박 2일간 어울리고 소통하는 시간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런 행사를 통해 이 학교의 공동체 정신은 졸업 후에도 쭉 이어지며 이것이 다부초의 전통이 되고 있다.


  또 한 가지 이 학교의 주목할 만한 사실은 보통의 학교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학교폭력(줄여서 학폭)으로 인한 학폭위(학교폭력위원회)가 이 학교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적어도 학부모가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누군 줄 알아? 나 변호사야!”, “나 00대 나온 여잔데, 선생님은 어느 대학 출신이에요?”와 같은 갑질 폭언은 하지 않는다. 


  사실 학폭위가 주는 무서움이 바로 학폭위가 개최되어 학생이 징계를 받으면 생활기록부에 그 내용이 기재된다는 점이다. (물론 가벼운 사안은 나중에 삭제되지만 말이다.) 부모는 이 점이 두려워 자신의 자녀가 학폭에 연루되면, 변호사를 선임한다든지 선생님을 협박한다든지 하면서 난리를 친다. 그리고 그 정도가 과하여 교권이 침해당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피해 학생과 부모뿐만 아니라 선생님들도 심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받게 된다. 


  그러나 다부초에서는 평소 부모들이 교육공동체로 뭉쳐 있기 때문에 아이들끼리 신체적 접촉이 일어나더라도 부모끼리 소통하면서 사과하고 용서함으로써 상황을 깨끗하게 정리한다. 그리고 부모는 자기 아이가 다시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단단히 교육을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생활을 하니 아이들이 인성이 바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에게 입시보다 교육을 하기로 선택한 다부초의 부모들은 참으로 현명한 분들이다.

     

  내가 이 학교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계기는 몇 년 전에 이 학교 5학년 남학생 다섯 명을 가르치면서부터이다. 이 아이들은 말 또는 행동에 거리낌이 없으며, 늘 질문하고 틀리더라도 자신 있게 대답하고, 여러 가지에 호기심을 나타낸다. 그러면서 예의도 바르다. “선생님께서”, “해주시겠습니까? 선생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잖아요.”라고 말한다.    

  

  최근에 다부초와 관련하여 나에게 기분 좋은 일이 있었다. 

  어느 주말, 다부초에서 재원생, 졸업생 할 것 없이 학생과 부모까지 함께 참여하는 1박 2일 행사를 개최하였다. 이 행사에서 부모끼리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이 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중학교 2학년인 영수(가명)는 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 공부도 잘하고 게다가 인성까지 훌륭하여 많은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고 있다.

  그래서 행사에 왔던 한 학부형이 영수는 영어를 어디서 배우냐고 영수 부모님께 물었고 이에 영수 어머니는 나한테서 영어를 배운다고 말하였다. 이어서 질문했던 그 학부형이 “그 선생님이 영어를 참 잘 가르치나 보군요.”라고 하자, 영수 어머니가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 선생님은 영어를 잘 가르칠 뿐만 아니라 믿을 만한 동네 어른이세요.”라고 말이다. 믿을 만한 동네 어른! 내가 여태 들은 최고의 칭찬이었다.     

 

  이 다섯 남학생들의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공동육아, 공동교육을 해 왔는데, 사교육을 거의 접하지 않다가 아이들이 영어만큼은 다른 아이들에게 뒤처지지 않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모가 함께 영어학원을 찾게 되었다. 이 다섯 부모 중 나와 인연이 있던 한 분의 소개로 다섯 분의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내가 운영하는 영어교습소에 왔고, 나와 한동안 영어 이야기,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 교육 이야기 등을 나누었다. 이후 다섯 아이가 동시에 나와 공부를 시작하였고 이때 맺어진 인연이 지금도 쭉 이어지고 있다. 


  나중에 부모님들께 수많은 영어 학원들 중에 나를 택한 이유를 여쭈어보니, 의식혁명, 부모코칭과 같은 코칭 관련 도서들과 칼 비테, 촘스키, 윤구병 같은 학자들이 쓴 교육 관련 도서들이 책장에 꽂혀 있는 것을 보고서 내가 보편적인 입시 강사와 달리 확고한 교육관을 가지고 아이들을 지도한다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 다섯 아이들 중, 앞에서도 언급했던 영수가 가장 눈에 띄게 성장한 아이이다.    

 

  영수는 차분하고 말수가 적으며 심하지는 않지만 낯가림을 하는 내성적인 아이이다. 영수 아버지의 말씀을 들어보면 영수는 걱정이 많은 편이며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이다. 영수 아버지는 오랫동안 영수에게 야구를 가르쳐 왔다. 영수는 어릴 적에 자신이 공을 잘 못 치거나 공을 잘 받지 못하면 자신에게 많이 실망하고 자책하는 편이었다고 한다. 그때 영수 아버지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프로야구선수들도 열 번 타석에 들어서서 세 번만 안타를 쳐도 잘한다고 칭찬을 받는다. 그러니 열 번 중에 한두 번 못 치는 건 잘한 거다. 그리고 실패와 실수를 두려워 마라. 실수해도 괜찮아.” 


  다섯 아이들과 영어공부를 시작한 후, 처음 얼마 동안 나는 아이들의 영어 수준을 파악하고 동시에 아이들의 성향을 알아가면서 신뢰와 유대감(라포 rapport)을 쌓아나갔다. 영어 학습 방향을 말하기에 두고 가능하면 영어문장을 많이 말하게 하여 문장을 암기하도록 지도하였다. 자신의 입에서 영어가 나오게 되니 영어공부에 더욱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으며 이후 단어, 문법, 독해도 어려움 없이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수업 방식도 아이들이 공부할 단원을 먼저 읽고 자신이 정리한 바를 발표하게 한 후 필자가 중요사항을 설명해 주면 이를 다시 아이들이 나름대로 정리해서 발표 또는 질문하는 식이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창의력, 사고력, 이해력, 발표력이 자연스럽게 향상되었다. 그리고 다섯 명 가운데 영수가 단연 돋보였다. 그래서 나는 영수에게 학습이 느린 아이를 개인 지도하는 임무를 자주 맡겼고 영수는 즐겁게 이 임무를 잘 수행하였다. 


  또한, 영수는 예습을 잘하였고, 수업하는 동안 필기를 꼼꼼히 하였으며, 복습으로 내주는 숙제를 거의 다 해오는 편이었다. 즉, 공부의 세 단계인 [예 - 수 - 복]을 잘 실천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에게 공부는 자신의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하는 것이며, 영어를 잘하면 더욱 많은 지식을 배울 수 있고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도 수시로 하였다. 더불어, 강의실 벽에 붙어있는 영어로 된 대형 세계지도를 늘 보면서 대륙별, 나라별 위치를 알게 하였고,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 등에 대해서도 가르쳤다. 영수를 비롯하여 모든 아이들이 이런 수업을 매우 즐거워하였고 이해도 또한 아주 높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수는 영어공부에 더욱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학교 영어도 놀랄만한 성취를 이루어냈다. 영작과 말하기 중심인 수행평가에서 늘 최고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으며 지필고사에서도 1학년 때는 70, 80점대였으나 2학년 기말고사에서는 97점을 받았다. 이렇게 높아진 공부 자신감을 바탕으로 다른 과목에서도 놀라운 발전을 이루어 2학년 1학기에 300명이 넘는 전교생들 중 전체 8등을 차지하였다.  

   

  영수의 학교성적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영수의 부모님은 아이가 공부에 소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부모가 제대로 이끌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자책을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부모 생각에 영수를 과학고 진학, 명문대 입학이라는 목표를 세워주고 그렇게 지도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 아닌지를 잠시 고민하였다. 또한, 영수를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모인 기숙형 고등학교에 보내는 것도 잠깐이지만 생각하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역시 영수의 생각이며 따라서 영수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여 그 욕심을 내려놓았다고 한다. 


  영수가 이렇게 본격적으로 공부한 기간에 비해 실력이 빠르게 향상될 수 있었던 비결은, 영수가 다부초등학교에서 자기주도학습이 몸에 배었고, 그리고 부모님이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하도록 배려하면서 믿고 기다려 주었다는 점이다. 더불어, 내가 영어선생님으로서 영수에게 암기식 공부가 아니라 세계지리와 영미권 문화 및 역사를 가르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와 친해지도록 지도한 것과 예습을 하게 하고 질문 및 대답을 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 것이 주효하였다.


  영수는 이 과정에서 자생력, 공감, 소통, 협업, 지속적으로 배우려는 태도와 같은 좋은 가치를 발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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