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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성우 Aug 28. 2023

입시 말고 교육의 성공사례:  바뀌는 부모 바뀌는 아이

  성공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닮고 싶은 사람을 자신의 부모라고 말한다. 이 말은 곧 좋은 부모가 좋은 자녀를 만든다고 바꾸어 말할 수 있다.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그리고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 등장하는 조슈아의 아버지 ⌜귀도⌟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좋은 부모란 어떤 부모인지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소선 여사는 아들 전태일이 가난한 삶 속에서도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여공들을 돕고, 나아가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노동자의 인권을 보장받기 위해 공장 사장, 행정 당국과 싸우는 모습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곁에서 지켜본다. 아들이 불쌍한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그리고 불의에 맞서는 용기와 정의로운 마음으로 행동한다는 것도 잘 알기에 속으로는 가슴을 졸이면서도 그런 아들을 말리지 않는다.


  또한,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분신한 후에는 아들의 유업을 받들어 본인이 노동운동에 뛰어들었고 이후 노동자의 인권뿐만 아니라 민주화 운동에도 큰 업적을 남긴다. 이후 이소선 여사는 노동자의 어머니로 불리게 된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주인공 귀도는 어느 날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아내, 아들과 함께 유대인 수용소로 끌려가게 된다. 얼마 안 가, 아내는 유대인이 아니기 때문에 풀려나지만, 귀도와 아들은 여전히 수용소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어린아이가 견디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상황에서도 조슈아는 아버지 귀도의 말을 100% 믿으면서 귀도가 바라는 대로 여전히 해맑고 밝은 모습으로 지낸다. 한 번도 아버지에게 음식을 불평하거나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지도 않는 그야말로 착하기만 한 아들이다.


  아마도 아들 조슈아의 이런 모습이 아버지 귀도에게는 수용소 생활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하고도 커다란 힘이 되었을 것이다. 아울러 귀도는 너무나 힘든 수용소 생활과 잔혹한 학살 현장에서 자신이 죽음을 맞이하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아들이 슬픔과 괴로움을 느끼지 않게 하려고, 보는 관객의 가슴이 찡할 정도로 아들에게 항상 웃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아버지의 무한한 사랑이 아들 조슈아에게 영화 제목처럼 인생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으리라.


  위 두 이야기는 극단의 상황에서 보여준 좋은 부모의 사례이다.      


  일반적으로 부모는 아이에게 자신의 재산을 유산으로 남겨주려 한다. 이는 아주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정작 자식에게 물려주어야 하는 것이 재산보다는 다양한 인생 경험과 좋은 사람을 만드는 좋은 가치관이 아닐까?


  오래전에 내가 가르친 한 아이가 성인이 되어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빠. 나중에 나에게 재산 물려줄 생각하지 말고요, 내가 젊을 때 세상 경험을 많이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고 말이다. 그래서 아빠는 이 아이가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준다고 한다.   

  



  지금부터 내가 오랫동안 입시보다는 교육을 해오면서 부모가 바뀌고 아이가 바뀌었던 경험담을 펼쳐놓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내가 부모와 소통하며 공감해 왔던 것에 관한 내용이다.       

                                          

1. 부모와 소통하고 공감하기     


  아이가 자신의 꿈과 목표를 이루고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람이 바로 좋은 어른이다. 그중에서도 부모님과 선생님이 가장 중요하다.


  선생님은 주기적으로, 때론 갑자기 바뀌기도 한다. 특히 새 학년이 되면 부모가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것이 누가 내 아이의 새 담임이 되는가이다. 많은 부모들이 담임복이 있다 없다를 이야기할 정도로 담임선생님은 내 아이의 한 해 학교생활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학원에서 만나게 되는 원장 또는 선생님도 마찬가지이다. 학교 담임선생님은 보통 1년간 함께 생활하지만, 학원 원장 또는 학원 선생님은 몇 년을 함께 생활할 수도 있어서 아이의 성장 과정에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학교건 학원이건 선생님은 아이의 성장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이다. 그래서 부모와 아이는 선생님과 평소 자주 소통해서 솔직하게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를 맺어두어야 한다. 그리고 선생님도 마찬가지로 아이의 학습상황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 아이가 하는 말과 행동들을 부모에게 전달하여 아이를 위한 최적의 교육 방향을 늘 함께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나는 평소 부모님과 문자로 소통을 많이 한다. 아래 글은 2023년 1학기가 끝날 때쯤 우리 원생 부모님들께 보낸 단체 문자 내용이다.                                    


  제가 이번 1학기 동안 지켜본 바, 코로나 3년을 겪고 난 우리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모습을 말씀드릴게요. 주로 중, 고등학생이에요.


1. 수업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하여 지각을 자주 한다.

2. 책 또는 필기구 등을 빠뜨리고 다닌다.

3. 수업에 집중을 잘 못 한다.

4. 필기를 하지 않으며 그나마 써 놓은 글씨도 알아볼 수가 없다.

5. 문해력이 낮다.

6. 꿈과 희망이 불명확하다.

7. 왜 공부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공부방법도 모른다.

8. 친구에게 크게 애착한다.

9. 스마트기기를 손에 달고 산다.

10. 부모에게는 늘 "내가 알아서 한다"라고 말한다.

11. 지금의 부족한 자기 자신을 크게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으며 개선하겠다는 의지 또한 약하다.

12. 머리가 아파요, 배가 아파요, 어지러워요.라고 자주 말한다.


  많은 아이들에게서 위와 같은 현상이 코로나 이전보다 더 많이 나타납니다. 우리 아이는 어떤가요?

  지금은 어쩌면 공부하라고 강요하기보다는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다독여주는 게 더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위 글을 읽은 부모님들께서 다음과 같이 답장을 보내주셨다.                


- 초등 저학년 같은 느낌인데.

  중고딩이라니 안타까워요.

  어찌 보면 부모들이 이 기본들을 간과하고 키운 것도 있을 거예요.


- 제 아이들도 함 지켜봐야겠어요.

  몇 개나 되는지...ㅋㅋ


- 1번, 6번, 7번, 9번, 10번

  우리 아들 보면서 제가 항상 하던 생각인데요.ㅎ

  근데. 집에서 뭘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저도 막막했던 거 같습니다.


- 붕 뜬 상태! 사춘기 상태! 상태가 심각하지 않은 것일 뿐 사춘기인 것 같아요.


- 샘이 적으신 저 상태는 완전 백 프로 공감하는 내용이라, 아이가 좀 이해가 되고 제가 어찌해야 할지

  가 좀 보이기도 합니다.


- 시대를 탓하면서 감성적으로 바라보는 반면,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좀 강하게 키워야겠다는 생각.

  정말 단호박의 길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아이의 마음을 보듬어 줘야겠지만,

  단호함을 겸비해야겠어요.


- 제가 봐선 11개 항목 모두 해당되는데,

  정작 본인은 5개 정도? ㅋ

  그리고 결핍은 축복이란 글귀가 생각납니다.

  요즘 우리 아이들 참 풍족해서 결핍이 부족한 듯한데, 해결할 방법은 잘 모르겠더라고요.



  이어서 스마트폰 중독에 빠진 아이들이 걱정되어 다음과 같은 글을 추가로 부모님들께 보냈다.  

              


  아이들 스마트기기 사용을 관리해주셔야 합니다.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은 아이와 협의해서 사용 시간을 정하고 이를 지키도록 지도하시길 바랍니다. 아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으로 좋은 정보도 얻고 이런 걸 봐야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는 거리들이 생긴다고 항변합니다.


  물론 과거 글자를 읽고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던 이전 세대와 달리 지금 세대는 스마트폰의 영상을 보면서 배우는 것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스마트폰 세대가 틀린 것이 아니라 이전 세대와 다른 것일 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으로 지식과 정보를 얻는 데에는 많은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가장 많이 시청하는 유튜브만 하더라도 유튜브 동영상을 만든 사람이 자극적인 내용과 편집으로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전하는 것이 많은지라 청소년들은 옳은지 그른지를 따져보거나 고민하지 않고 그 내용을 수동적으로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여기에 사고력, 창의력, 비판적 사고 등은 발휘될 여지가 거의 없지요.


  게다가 많은 유튜버들이 적절하지 않은 단어와 틀린 문장을 말하는 경우가 적잖이 있습니다. 특히 자막으로 표시되는 문장을 보면 이런 사실을 확실하게 알 수 있지요. 조사를 잘못 쓰는 것도 많고, 심지어 유튜브 영상에서 진행자가 말을 할 때 올바른 띄어쓰기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와 같이 말이죠. 이런 동영상은 우리 아이들의 문해력을 높이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수업시간에 제가 아이들에게 아래와 같은 질문을 하였습니다.


  첫째, 밤늦도록 스마트폰을 보고 난 후에 시간을 낭비했다는 후회가 들지 않더냐?  

  둘째, 길을 걸을 때 스마트폰을 보느라 앞과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못해 사고가 날 뻔한 적이 없느냐?

  셋째, 친구들과 만나서 이야기할 때에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지 않느냐?


  위의 질문에 아이들은 다들 그렇다고 대답하였습니다. 이어서 제가, 결국 스마트폰이 이런 부정적인 결과를 낳고 있으니 너희들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도록 관리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고,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하나는, 밤에 스마트폰 사용제한 시간을 두어 정해진 시각이 되면 엄마한테 전화기를 맡겼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받는 것과 또 다른 하나는 공부 또는 책을 읽을 때는 전화기를 끄는 습관 들이기입니다.


  이 두 가지를 강한 의지를 가지고 실천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집에서 아이와 이야기해 보시기 바랍니다.


  위의 글에 대한 여러 답장이 다음과 같이 왔다.    

             


-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우리 아이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예요.

  엄마가 하면 꼭 잔소리처럼 들려서 은근히 기회만 보고 있었습니다.

  혹여 우리 아이의 실천력이 떨어지면

  슬쩍슬쩍 저도 말을 보태겠습니다.


- 저는 사실 우리 아이들이 공부도 안 하고 수동적이 된 데에는 코로나보다 스마트폰 안의 세상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못 쓰도록 막을 수도 없어서 막연했는데 잘

  말씀해 주셨어요.


- 전 코로나 사태 이후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더욱  의존하게 되었고 부모들의 방치와 무관심도 한몫했다고 생

  각합니다. 앞으로 더 관심을 가지겠습니다.


  부모님들과 이런 대화를 한 후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중2 학생이 나에게 “선생님. 저 이제 인터넷 게임을 끊고요, 자기 전에 엄마한테 스마트폰을 드리기로 했어요.”라고 하였다. 그래서 “잘했다.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니?”라고 물었더니, “예. 말씀드렸어요.”라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이 학생 어머니와 문자로 대화를 하면서 앞으로 아이가 결심한 바를 잘 실천하도록 함께 관리하자고 이야기하였다.


  일반적으로 초 5, 6학년 및 중학생 이상인 학생들은 부모가 하는 이야기를 듣기 싫은 잔소리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부모가 하는 이야기에 공통적으로 아이들이 하는 대답이 있다. “내가 알아서 한다고”.

  하지만 같은 내용이라도 선생님이 하는 이야기는 어느 정도 아이들이 듣는 편이다. 더구나 오랫동안 함께 하면서 평소에 같이 웃기도 하고 장난도 치며 때로는 진지한 이야기도 해왔던 선생님의 이야기는 아이들이 마음 깊이 새겨듣는다.


  그래서 집에서 부모님은 잔소리가 되지 않게 아이에게 부드럽게 이야기하고 학교 또는 학원에서 선생님은 아이를 위하는 마음을 담아 훈육하고 소통함으로써 아이의 나쁜 습관을 고쳐 나갈 수 있다. 부모님과 선생님이 평소 꾸준히 소통을 잘하는 사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아이들의 이런 문제점을 더욱 심하게 만든 코로나 펜데믹(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번진 상태) 상황을 돌아보면, 2020년 1월 20일에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 3년 4개월 만인 2023년 5월 11일, 드디어 코로나 엔데믹(풍토병. 특정 감염병이 감기와 같이 관리가능한 수준으로 변화한 상태)이 선언되고 시민들은 본래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 이전인 1월 30일부터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교실에서 마스크를 벗고 생활할 수 있도록 방역수칙이 조정되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학생들이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못하면서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였음은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우선, 학습결손으로 인해 기초학력이 떨어졌고, 급우들과의 만남이 제한되었던 탓에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인성교육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안되다 보니 생활 속에서의 예절, 규칙 등을 배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청소년기에 아주 중요한 진로 및 진학 지도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물론 갑자기 나타난 현상이 아니긴 하지만, 이로 인해, 위에서 말한 열한 가지의 문제점이 코로나 이후 그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나는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발견하고 느꼈던 이런 점들을 부모님께 있는 그대로 알리고 고칠 방법을 고민하였다. 이 과정에서, 부모님과 소통하게 되고 부모님들도 조금씩 내 아이를 알아가게 되었다. 그러면서 부모님들도 답장에서 밝힌 바와 같이 문제의 원인에 대해서 생각하고 해결책을 고민하게 되었다. 부모님들도 바뀌게 된 것이다. 그리고 조금씩 방법들을 실천하게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아이가 역량 있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이끌어주는 부모와 선생님이 되어간다. 함께 말이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안타까운 현실을 한 가지 더 이야기하고자 한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사교육비와 관련한 모든 항목이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에는 전년도인 2019년보다 줄어들었다가 2021년과 2022년에는 늘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2021년과 2022년을 비교해 보면, 2021년에 비해 2022년도에 사교육비 총액은 약 26조 원으로 10.8% 늘어났고, 사교육 참여율은 78.3%로 2.8% 늘어났으며,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 원으로 11.8% 늘어났다. 그리고 주당 사교육 참여시간은 7.2시간으로 0.5시간, 즉, 30분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불경기와 물가상승이 계속 이어지고 이에 따라 직업 안정성이 낮아지면서 중산층 및 서민의 가계 살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과열된 입시경쟁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 부모들은 아이를 입시학원으로 더욱 내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사실을 위의 통계청 조사결과가 말해준다.


  위 조사 결과가 의미하는 바를 여러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겠으나, 주당 사교육 참여시간이 30분 증가한 것에 주목해서 보면, 우리 아이들이 사교육에 참여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가정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인성교육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고 볼 수 있겠다. 학교나 학원은 입시 기관으로 전락한 지 이미 오랜데 가정에서조차 인성교육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지면 장차 이 일을 어찌해야 할지?

  어떤 이는 2021년 대비 2022년에 일주일에 겨우 30분 늘어난 걸 가지고 호들갑을 떤다고 말할지 모르겠으나, 오랫동안 수년 전부터 사교육 참여시간이 매년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이 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고 가정한다면 일주일에 30분은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인성교육이 얼마나 필요한지 사례를 들어보면,


- 선생님에게 인사할 때 공손하게 허리 숙여 인사하지 않거나 아예 인사조차 하지 않고,

- 수업시간에 늘 지각을 하고,

- 수업 중에는 졸기만 하다가 쉬는 시간이 되면 정신이 말똥말똥해져서 스마트폰을 꺼내 게임을 하거나 유튜

  브만 보고,

- “휴식 끝!”이라고 말하면 왜 이렇게 빨리 휴식을 끝내냐면서 아직 1분 남았다고 우기고,

- 간식으로 먹을거리를 챙겨주면 바닥에 흘린 채 그냥 가버리고,

- “탕!” 소리가 나도록 가방을 책상 위에 던지듯이 놓고,

- 어른의 질문에 “입니다, 이예요”를 생략하고 짧게 말한다.


  위 장면들은 매일 보게 되는 요즘 아이들의 모습이다. 이런 행동들이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바른 예절을 가르치다 보면 참을 인(忍) 자가 절로 새겨진다. 하지만 가정에서건 학교에서건 혹은 사교육 기관에서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예절과 공중도덕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이들만 나무랄 일도 아니기는 하다.     


  한 번은 내가 아이들에게 인사 교육을 하는 중에 중3 학생과 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다. 이 학생이 강의실에 들어오면서 고개조차 숙이지 않고 건성으로 인사를 하길래 불러 세워서 내가 직접 “안녕하세요?”라고 크게 말하면서 허리 숙여 인사하는 시범을 보였다. 그리고 이 학생에게 따라 해 보라고 지도하였다. 그러자 이 학생은 요즘 누가 그렇게 인사하냐면서 모든 학생들이 선생님이나 어른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고 인사하며, 이렇게 하는 것이 편하다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였다.

  그래서 나는 어른에게 허리 숙여 공손하게 인사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전통이고 참으로 보기 좋은 모습이며, 이렇게 하는 것이 올바른 인사예절이라고 가르쳤다. 그러자 이 학생은 마지못해 허리 숙여 인사를 다시 하였고 이에 나 역시 허리 숙여 답례를 하였다.

  그리고 수업이 끝난 후 이 아이는 나에게 배운 대로 허리 숙여 공손하게 인사하고서 강의실을 나갔다.

    

  내가 아이들에게 인사예절을 가르칠 때 하는 질문이 하나 있다. 나이 많은 사람과 어린 사람이 만나서 인사를 할 때 누가 먼저 하는 것이 바른 예절일까였다. 아이들은 모두 “나이 어린 사람이 먼저요.”라고 답하였다. 그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나이와 상관없이 먼저 본 사람이 먼저 인사하는 거란다.”라고 말이다.   

  

  나는 부모님이 가정에서 책을 활용하여 자녀에게 인성교육을 하기를 제안한다.

  부모님이 요즘 시대 상황에 맞는 예절과 규범 또는 좋은 가치들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책을 사서 자주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부모가 먼저 아이들에게 전할 내용을 읽고 밥을 함께 먹으면서 이야기하고, 또는 미리 요일과 시간을 정해서 꾸준히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시간이 자녀에게 인성교육도 하고 더불어 부모와 소통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허리 숙여 공손하게 인사하고, 자기가 쓰던 자리는 깨끗이 잘 정돈하며, 다른 사람들과 열린 마음으로 바른 문장을 사용하여 글을 쓰고 말을 하는 사람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 출발점은 바로 부모이다.     


  한편으로 자녀에게 인성교육을 하기보다는 입시성공담에 관심을 더 가진 부모들도 많다.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는 책들 중에는 자녀를 서울대 등 명문대학에 입학시킨 부모가 쓴 자녀입시 성공담이 있다. 그리고 이런 책들이 중, 고등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많이 읽히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 속에는 성공한 부모들이 그 방향과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때문에 여러 후배 부모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어 준다. 하지만 또 다른 부모에게는 좌절을 심어주기도 한다. 왜냐 하면 어떤 부모에게는 성공의 비결을 따라 하고 싶어도 경제적으로 또는 시간적으로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있는 여건이 허락되지 않기 때문이다. 입시의 성공은 정보력과 경제력이 앞서는 가정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입시에서의 성공에 인성교육이 함께 하지 않는다면 그 성공은 아이를 역량 있는 좋은 사람으로 이끌어주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입시 성공담을 담은 책보다는 칼 비테의 ⌜공부의 즐거움⌟, ⌜자녀 교육법⌟ 그리고 최재천의   ⌜세계 명문가의 독서교육⌟, 윤구병의 ⌜잡초 이야기⌟와 같은 교육도서를 부모님들께 권한다. 입시보다는 교육이 우선이기에. 부모가 바뀌어야 아이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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