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버블의 재림인가 신금융혁명인가
오늘날 우리는 하루가 멀다하고 뉴스를 통해 비트코인에 대한 소식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가격이 올랐다거나 해킹을 당해서 폭락했다는 소식 혹은 누군가 이를 통해 사기를 쳐서 구속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오곤 한다. 투자에 관심이 많은 지인을 두고 있다면, 주변에서 수익을 많이 내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소식까지 덤으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급변하는 기술 변화 속에서 비트코인은 이미 사회 현상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와 함께 비트코인의 기술 기반인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커지고 있다. ‘가즈아’ 신드롬으로 대변되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은 어떻게 될지 이를 둘러싼 욕망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돈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화폐라는 지불 수단을 은행을 통해 인증 받는다. 은행은 법률적으로 의무적인 예금에 대한 지급보증을 하게 되어 있고 이로 인해 항상 현금 보유고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만 한다. 즉각적인 사람들의 인출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은행, 그리고 법률을 집행하는 정부를 믿는다. 이러한 믿음의 결과물이 '돈'이다. 강력한 소유에 대한 욕망인 지불 수단을 보증하기 위해 은행이라는 기관과 법률적 제도 장치가 협업하는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과 정부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굳이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경제 대공황과 국가 차원의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해 금리와 통화 발행의 중간에서 다양한 경제정책이 쏟아져 나오는 걸 목격하고 있다. 은행과 정부가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돈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곧 신용의 상실을 의미하고 신용이 상실된 사회에서는 경제 성장도 생각할 수 없게 된다(Dalio, 2012).
이러한 경제적 맥락에서 혜성처럼 등장하게 된 것이 비트코인으로 대변되는 가상화폐이다. 신뢰의 주체가 정부나 법률이 아니라, 탈중앙화된 구조와 고도로 암호화된 기술을 그 근간으로 하는 것이다. 지급 보증은 연계된 트레이딩 시스템이, 규제와 감시의 역할은 해당 거래에 참여하는 분산 Peer들에게 맡긴다.
그렇다면 미디어에 보도되는 해킹사고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아무리 금고를 튼튼히 만들어도 그 키를 잃어버리면 금고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해킹은 블록체인 그 자체에서 이루어지기 보다 대부분 가상화폐를 사고 파는 거래소에서 이루어진다. 아직은 가상화폐 그 자체로 할 수 있는 일이 적기 때문에 법정화폐Fiat와의 교환이 필요한데, 현금으로 가상화폐를 사는 과정에서 거래소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연동 과정에서 가격의 변동성이 생겨나 현재 가상화폐는 통화의 기능보다는 장외 주식에 가깝게 거래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정부와 은행뿐만 아니라 시장도 실패(Market Failure)할 수 있음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현재 관련 규제가 미흡한 점을 이용한 가상화폐가 주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금융 범죄로 일컬어지는 시세조작이 횡횡하고, 스캠(Scam)으로 일컬어지는 ICO사기에 거래소에 대한 해킹 사고도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닷컴 버블 시절 전국에 컴퓨터가 보급되고 초고속 인터넷 망이 깔리던 때, 사람들은 어째서 개인의 사재를 털어서 당시엔 비싼 컴퓨터와 인터넷 비용을 지불 했을까? 필자는 단순히 기술의 발전과 지적 호기심 때문에 비용을 지불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규제가 생기기 전,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 벅스, 성인콘텐츠까지 새로운 욕망에 대해 비용을 지불한 것이고 이러한 욕망을 먹고 기술은 자라났다.
바야흐로 블록체인의 시대가 되었다. ‘가즈아’로 대변되는 돈에 대한 욕망의 시대다. 기술은 이제 막 태동하고 있고 실제로 제품들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는 닷컴 버블 이후에도 지속되는 기업이 어떤 기업들인지 알고 있다. 지속 가능한 서비스와 그로부터 발생되는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기업은 살아남았다. 이는 블록체인 생태계에도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만이 내재가치를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이유는 기업이 가진 내재가치를 척도로 동종업계 PER 등의 후행 척도를 활용하여 상승과 하락폭을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글쓴이에게 가상화폐를 보상으로 지급하는 스팀잇(Steamit)이나 유튜브를 대체하겠다고 나선 디튜브(dTube) 등을 들 수 있다. 그동안은 조작의 가능성 때문에 시도되지 못했던 직접 민주주의를 위한 투표 시스템도 블록체인 상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Avital, 2018). 내재가치가 없는 가상화폐의 추락폭은 어느 누구도 가늠할 수 없지만 내재가치가 있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2030년까지 3.1조 달러가 블록체인에 투입될 것이다. 이제는 네이버, 라인,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도 블록체인에 투자하고 있다. 단순히 가상화폐만을 위한 기술이 아닌 엔터프라이즈급 블록체인 서비스를 위한 하이퍼레저(Hyperledger)도 어느새 정식 버전인 1.0을 넘어서 1.4 버전을 바라보고 있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는 욕망으로 점철된 하나의 투기장으로 끝나고 말 것인가. 아니면 민주주의를 가능케 했던 그리스의 광장처럼 될 수 있을 것인가. 본 서적을 통해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준비하는 기업들은, 단순 욕망만 쫓아 사그라드는 버블이 아니라 실질적인 서비스를 준비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