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편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은, 해외를 포함해 이미 충분히 다녀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 나라를 다녀봤다는 의미라기 보다는, 이제 관광 명소에 가서 인증샷 찍고 곧바로 다음 명소로 이동하는 식의 여행은 충분히 해봤다고 생각합니다.
‘휴양'은 조금 다른데요. 많은 걸 내려놓고 인생에 쉼표가 필요할 때 편안하게 쉴 수 있다면 장소가 어디건 크게 상관하지 않습니다. ‘관광'이 ‘어디'인지가 중요하다면, ‘휴양'은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가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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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기에 한 가지가 추가되었습니다. 바로 ‘의사결정'을 위한 여행이지요. <크래프톤 웨이>를 읽고 ‘장병규'님의 산책을 통한 의사결정 방식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정해진 시간을 두고 반드시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은 제게도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했고, 이번에 시도하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먹고 사느라 바빠 미처 결정을 내리지 못하거나 미루고 있었던 ‘장기 의사결정’ 들을 이 기간에 진행하는 것이지요.
의사결정을 내릴 때,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는 내가 빠뜨린 것은 없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얼마나 MECE한가?).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영역에 대해 의사결정을 해야하는 때면, 정보수집도 필요한 법입니다. 이럴 때는 책과 함께 여행합니다. 그러니까 여행을 가기 전 읽을 책을 살펴보는 것 부터가 여행의 시작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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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고른 책을 읽을 때면 먼저, 마음이 가는 부분에는 ‘밑줄'을 칩니다. 밑줄을 치면서 지금 고민하고 있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면 ‘윗쪽 모서리’를 접어둡니다. 뒷장에도 중요한 내용이 이어진다면, 두 번 접어둡니다. 다음으로, 책을 한 번 다 읽으면, 접어둔 부분만 살펴봅니다. 살펴보면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아래쪽 모서리'를 접습니다. 끝으로, 중요한 부분을 옮겨 적습니다. 책을 읽으며 자신이 마음 가는 부분을 옮겨적는 걸, <다산의 마지막 습관>에서는 ‘초서(抄書)’라고 이야기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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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은 <김형석의 인생문답>은 ‘인생'에 대한 100명의 질문을 100년의 지혜로 답하는 책입니다. ‘초서(抄書)’를 하며 오랜만에 참 즐거웠습니다. 요즘처럼 자극적이고 실용서가 넘쳐나는 시기에 (그리고 그런 책을 쓰는 사람으로써) 담백하고 잔잔하게 삶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너무도 반가웠습니다. 마치, ‘흰 쌀밥'이나 ‘연두부' 같은 ‘슴슴한’ 매력이 있습니다(출간 작가의 표현력이 이정도 밖에 안되다니...). MSG를 많이 치는 저로서는 언제쯤이면 이렇게 독자에게 스며드는 글쓰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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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찰스 핸디의 <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와 에리히 프롬의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가 남았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의사결정들을 하고 계신가요? 한 번쯤 정리가 필요한 때라면 책과 함께 여행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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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에서 언급되는 모든 책은 개인이 구매한 것으로 출판사와 무관하며 이제는 협찬을 좀 해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