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공간이었다. 각자가 소유할 수 있는 공간은 너무나도 작아, 마치 그 안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감히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작은 공간이었다. 서로의 영역에서 볼 수 있는 시야를 가로막지 않은 채, 각자가 가진 마음의 크기로 만들어낸 작은 창 몇 개. 불룩하니 솟아오른 문 틈새로 사뿐히 발을 들이면 펼쳐지는 각자의 공간. 서로 다른 온기로 채워져서, 인사를 건네며 입을 살짝 열면 들어오는 그 안의 공기. 따뜻한 그 맛을 꿀꺽하고 삼키면 온 몸의 신경을 타고 흐르는 그곳의 맛.
몇 발자국 내딛고, 시야가 완전히 그 안에 적응을 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너무나 오래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읽힐 수 있는 감정들, 상당히 희미한 안개에 사로잡혀 끙끙대다 이내 그 안에 갇힌 표정들, 많은 이들에게 글자로만 읽혔지 차마 전달되지 못했던 속마음들. 그것들이 한데 모여 숨을 죽인 채 있었다. 각자의 그늘에 갇혀, 원하지 않던 울타리에 갇혀, 의도치 않은 정적에 휩싸였다. 자신들을 바라봐 줄, 그리고 자신들의 소리를 들어주고 안아줄 수 있는 그 누군가 혹은 그 무언가가 도착할 때까지 아주 작은 공간에서 숨죽이고 있었던 것이다.
남겨진 것들은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가 될지 모를, 자신들을 생각해낼 누군가의 지난 시간 속에서 비치기 기다리고 있었다. 남겨진 것들은 간절하지 않았다. 기억이 잊히는 것은 잠시뿐, 잊혔다는 것 또한 망각일 뿐이었다. 모든 기억은 차곡차곡 쌓여 있었고 성실하게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었다. 멀어지고 깊어지고 희미해질 뿐,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었다. 다만 그곳에 닿지 못하는 것은 그 기억을 품은 개체일 뿐이었다.
외로움이라는 단어 이외에는 달리 포장할 길이 없었다. 천천히 걸었고, 천천히 흐려졌다. 속도 대신 깊이를 택했고, 밝기 대신 온도를 택했다. 작은 공간에 똬리를 틀고서 모든 순간을 조용하게 만들었다. 떠벌리기 대신 침묵을 택했고, 보이는 것 대신 가려지기를 택했다. 밀려오는 파도의 세기에 맞춰 흔들거렸고, 바람에 함께 떠밀려오는 것들과 마주했다. 스쳐 지나간 모든 것들은 작은 방 안의 미지근한 외로움을 핥고, 오래 머물지 못하고 그렇게 또 다른 바람에 쓸려갔다. 그렇게 남겨진 것들은 아무도 듣지 못하는 노래를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