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것은 더 외롭다.

그럼에도 걸음을 멈출 수도, 돌아갈 수도 없었다.

by 오션뷰

갑자기 혼자가 되어버린 사람이, 혼자라는 사실을 잊기 위해 시작한 여행은 솔직할 수 없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기억은 꼬였고 그것은 견딜 수 없게 이어지기도 했다. 해가 지는 것을 날마다 챙겨 보았지만 그 아름다운 찰나의 순간이 지나면 늘 꽉 막힌 어둠 속에 갇혔다. 어둠은 늘 주위를 급습했다. 그러면 숨이 막혀, 저 멀리 사라지는 일몰 한 줌을 아득하니 바라보았다. 떠나간 이의 마음도 모른 채, 그 작은 빛은 너무나 가볍게 사라졌고 남겨진 자국만 일렁였다.


카사블랑카의 해변을 계속해서 걸었다. 어둠이 다가오는 것이 무서워 계속해서 어둠을 뒤에 두고 걸었다. 어둠이 내 등의 표정을 읽고, 나를 골려주기 위해 계속해서 천천히 따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괜찮다는 듯, 심각할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듯 스스로를 다독이며 걸었다. 해가 지는 방향을 따라 그렇게 걷다 보면 계속해서 해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어린 왕자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계속해서 해가 지는 방향을 쫓다 보면 끝내 어둠을 만나지 않아도 괜찮을, 그런 날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어둠은 늘 일몰보다 빨랐고, 내가 아무리 열심히 걸어도 그가 눈 한 번 깜빡 거리는 것조차도 앞지를 수 없었다.


함께 만든 둥지를 떠나간 이는 그렇게 늘 엇박자로 걸었다. 더 이상 같은 시간 같은 일몰을 바라볼 수도 없었고, 같은 시간 같은 농도의 어둠 속에서 숨 쉴 수도 없었다. 떠나간 이는 해가 뜨면 세상과 맞지 않는 박자로 비스듬히 걸어갔고, 해가 지면 두고 온 것들의 환영 속에서 하루를 멈췄다. 떠나온 곳에서 멀어질수록 마음은 비워졌지만, 그 무엇으로도 채우지 못한 마음에선 자꾸만 쓴 맛이 올라왔다.


어둠 속에서 서로가 주고받았던 눈빛이 희미한 안개처럼 깔렸다. 함께 촘촘히 쌓아 올린 작은 역사의 무게로 그렇게 깔렸다. 어둠 위로 올라탄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고, 그 무게에 떠나간 이는 균형을 잃고 걸음을 멈췄다. 남겨진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오다 계곡물처럼 쓸려 내려갔다. 새까만 하늘에서 유독 짙은 달빛이 실구름 위로 내비치면 비로소 얕은 숨 한 번 뱉어낼 수 있었다.


떠나간 것이, 남겨지지 않기 위해 시작한 여행은 따뜻할 수 없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기억은 단조로워졌고, 마음은 굳어갔다. 아름다운 것을 볼 때마다 남겨진 이에게 편지를 썼지만, 쓸쓸함이 묻은 편지는 차마 그의 손을 떠나지 못했다. 닿아보지 못한 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설렘도 차가운 공기 중에 식어내려 자꾸만 뒤를 돌아봤다. 그럼에도 떠나간 이는 걸음을 멈출 수도, 돌아갈 수도 없었다. 그저 그렇게 기억을 곱씹으며 새로운 풍경에 물들어갔다. 표정 없는 카사블랑카 해변의 마지막 남은 보랏빛도 그렇게 어둠 속으로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