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성 성격장애 이해하기_행동패턴
경계인은 다음과 같은 행동 패턴을 보인다.
1. 느낌이 사실을 만든다
일반적으로 느낌은 사실에 근거를 둔다. 아버지가 매일 밤 술에 취해 귀가하면(사실), 아버지를 걱정하게 된다(느낌). 상사가 큰 프로젝트의 성공에 공이 컸다고 칭찬하면(사실), 자랑스럽고 행복해진다(느낌). 그러나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은 정반대가 될 수 있다. 남편이 친구들과 맥주를 한잔 하느라 집에 늦을 것 같다고 전화를 했다. 아내는 왠지 거부당한 것 같고 질투심이 느껴져 혼란스럽고 감정에 짓눌린다. 아내는 남편이 자신에게 그런 감정을 불러일으킬 만한 무언가를 하는 게 분명하다고 결론짓는다. 남편이 과음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거나, 주말을 가족과 보내지 않고 친구들과 보내는 나쁜 인간이라고 야단할 수도 있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사실을 고쳐 버리는 것이다.
2. '잡았다, 이제 네가 술래야' 투사 방어기제
'잡았다, 이제 네가 술래야'는 불안이나 고통, 수치스러운 느낌을 덜기 위해 분열, 부정, 투사 라는 방어기재를 모두 결합한 방식을 말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느끼지 못하고 늘 공허하며 스스로에게 본질적인 결함이 있다고 느끼는 경계인은 언제나 '술래'라고 느낀다. 타인은 늘 자신에게서 도망가는 것 같고 항상 외롭고 아프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잡아 술래로 만듦으로써 그런 감정을 극복하려 한다. 이를 투사(projection)이라고 부른다. 스스로 싫어하는 자신의 특징, 행동, 느낌을 다른 사람의 것으로 돌림으로써 부정하는 것이다. 경계인들에게 완벽하지 않은 존재는 아무런 가치도 없기 때문이다. 뭔가 문제가 있는데, 그건 내 잘못이 아니다. 그러므로 너의 잘못, 너의 문제임이 틀림 없다. 다른 사람에게 투사하는 것으로 스스로에 대해 좀 낫게 느끼는 것이다. 또한 완벽하지 않은 자신이 버림받을 것이라고 두려워 하는 경계인이 자신의 텅빈 내면을 숨기고 다른 곳으로 주의를 끌려는 행동이기도 하다.
ex. 자신의 행동을 다른 사람에게 투사하는 경우
_당신은 끔찍한 사람이야. 나 말고는 아무도 당신 따위를 사랑하지 않을 거야.
(나는 정말로 형편없는 사람이야. 이런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무슨 결함이 있는 사람인게 분명해.)
_너는 타고난 아첨꾼이야. 그래서 엄마가 너를 가장 사랑했지.
(나는 너무나도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 엄마조차 나를 사랑하지 않아.)
_엄마는 정말 형편없는 부모니까 내 아이 주변에 얼씬조차 하지 말아요.
(나 자신이 형편없는 부모처럼 느껴져요.)
_당신이 형편없는 남편이라 내가 바람을 피우고 임신까지 한 거야.
(내가 바람을 피운 건 내가 형편없는 아내고 사랑 받을 자격이 없다고 느껴서야.)
_나한테 소리 좀 그만 질러.
(너무 화가 나서 당신에게 소리를 질러야겠어.)
_당신은 내 요구 따위는 절대 고려하지 않아, 늘 자기만 생각하잖아.
(내 요구가 최선이니까 당신 요구에 대해 생각할 수 없어.)
_너는 나를 싫어해.
(나는 나 자신이 싫어.)
_당신이 항상 늦게까지 일하는 건 나랑 있기 싫어서야.
(나조차도 내가 싫은데 누가 내 옆에 있고 싶겠어.)
이 술래잡기 놀이에 많이 끼게되면 경계인이 씌우는 누명을 비경계인이 믿게될 수도 있다. 심지어 그 누명을 사실로 만드는 방식으로 행동할 수도 있다. 이를 투사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라고 부른다. 경계인 엄마에게 '너는 정말 형편없는 아이라서 친구 하나 못 사귈 거야'라는 얘기를 듣고 자란 아이는 다른 사람들이 결국 자신을 거부할 것이라 생각하고 피하고 자신이 먼저 거부해 버린다. 경계인의 말이 사실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은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투사적 동일시에 매우 취약하다. 경계인은 이런 부정적 예언이 현실화했을 때 자신의 느낌이 정당화된다고 느낀다. 또한 상대를 술래로 만듦으로써 자신에 대해 나은 감정을 느끼게 한다. 상대가 경계인에게 정서적으로 의존하게 만들어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덜 가지게 되는 부수 효과도 가진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사실로 확인하면서 엄마로서 자신이 피해자라는 생각도 강화되고 통제감도 늘어난다.
3. 모든 것이 네 잘못이야
타인을 향해 외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을 가진 경계인은 끊임없이 책망과 비난이라는 방어기제를 쓴다. 쇼핑백을 잘봇된 방식으로 들었다던가, 발가락에 너무 무겁게 느껴지는 침대 시트를 깔았다는 이유로 울화통을 터뜨리거나 혹평을 퍼붓는다.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너무 완벽 하다고 화를 낼 것이다. 스스로를 방어하려고 들면 너무 방어적이고 민감하다고, 건설적인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나무랄 것이다. 경계인의 그런 반응은 자신의 텅빈 내면을 보지 못하게 방어하는 행동으로, 그것이 자신에게 더 가까워지게 만들거나 적어도 멀어지는 것을 방지했다고 생각한다.
4. 더 가까이 오되 멀찍이 떨어져 있기
경계인의 관점에서 통제할 힘을 지닌 사람은 비경계인이다. 자기 행동에 대한 반응을 예측할 수 없으므로 불안하고 위태롭고 무기력함을 느낀다. 그래서 자기가 아는 유일한 방식으로 통제감을 얻으려 든다. 비경계인이 자신을 얼마나 아끼는지 끊임없이 시험하는 것이다. 경계인이 약속 시간에 한 시간쯤 늦게 도착해서 비경계인이 돌아가버리면 자신이 가치 없는 존재임이 확인되었다고 느끼는 식이다. 이는 세상을 좀 더 예측 가능하고 안전한 곳으로 느끼게 해준다. 반대로 그 시험을 통과한다면 강도를 점점 올릴 것이다. 자살하겠다고 위협할 수도 있다. 결국 비경계인은 악당이 되고, 경계인은 무기력한 피해자가 된다.
5. 어린아이의 세계관
경계인들이 세사을 보는 관점은 어린아이와 유사하다. 분열, 대상 항상성 문제, 버림받음과 삼켜짐의 문제, 정체성 문제, 자기애적 요구, 감정이입의 부족, 남을 조종하려는 행동 등 어린아이의 발달 단계에서 나타나는 특성들과 비슷한 사고 패턴이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안전함이다. 다른 사람이 거부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것. 화가 난 어린아이는 이성적일 수 없다. 그러나 경계인에게 그런 점을 지적한다면 모욕감을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