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성 성격장애 이해하기_치료
그런데 '경계성 성격장애'란 말은 왜 익숙하지 않을까? '경계'라는 용어는 20세기 전반에 신경증과 정신병 사이의 경계에 있다고 생각했던 데서 유래했다. 1970년대에 폐기된 가설이지만 이름은 그대로 남아 통용되고 있다. 1980년 미국정신의학협회는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에 경계성 성격장애를 정식으로 등제했다. 하지만 일부 임상의들은 이 장애에 동의하지 않는다. 전문가마다 진단에 대한 의견이 다르므로 잘못 진단될 수도 있고 다른 종류의 정신장애와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미국에서 성격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 중에 30~60%가 경계성 성격장애로 분류된다. 전체 인구의 2%, 정신과 환자의 10%, 정신과 입원 환자의 20%로 추정된다. 약 75%가 여성이며, 가족 중 유병자가 있으면 발병률 5배, 자살률 3~9.5%로 뛴다.
경계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은 보통 사람이 갖고 있는 잠재적 특징을 좀 더 과장되게 지녔다. 하지만 정신증과의 변별이 어렵고, 치료도 어렵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같은 신경증 환자는 대체로 순한 편이고, 정신증 환자는 약물치료를 하거나 입원 치료를 하면 되지만, 경계성 성격장애는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을 뿐더러 상담자들을 시험하고 골탕 먹이기도 하는 정신건강 전문가들에게도 곤혹스러운 내담자이다. 이들은 타인과 친밀해지고 싶지만 동시에 두려워서 상대를 밀어내거나 상대가 달아나게 만든다. 상담자와 가족, 주변 사람들은 그들의 행동이 억지스럽고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느낀다. 비경계인이 경계성 성격장애자와 사는 것은 "안전밸브가 고장 난 압력솥 안에서 사는 것"같은 느낌이라고 한다. 결국 가까웠던 사람들이 떠나고, 경계인은 역시 자신은 사랑받을 수 없다고 재차 확인하는 악순환의 과정이 반복된다.
경계성 성격장애는 정서 조절이나 충동 통제에 있어서의 기질적 민감성(아마도 뇌와 관련된 문제들), 어린 시절 환경적 요소 등을 원인으로 추정한다. 치료는 보통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병행하는데, 어린 시절 정신적 외상이나 핵심적 사고 내용에 초점을 맞추지만 20~25%는 어린 시절과 무관하다는 연구도 있다. 신경전달물질 문제가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적절한 약물치료는 우울증이나 변덕스러움, 충동성 같은 문제들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인지행동 치료에도 효과가 입증되었다.
어린 시절 학대를 경험한 경우 생존전략의 부적응적 특징들이 경계성 성격장애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유아나 아동은 보호자들에게 떨어질 경우 울음을 터트리는 반응을 보이는데, 아이의 성향이 감정을 억제하기보다 표현하는 쪽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 반응을 부모가 지나치게 받아주거나 아예 무시할 경우 아이는 같은 행동을 되풀이할 수 있다. 욕구가 채워지지 않거나 기분이 나쁠 때 극단적으로 감정을 표출해야만 관심을 끌 수 있다고 믿게 되고 이러한 행동이 성인이 된 후에도 반복된다. 우울증이 있는 부모는 아이를 방치할 가능성이 있으며,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부모는 아이를 학대할 수 있다. 이는 아이의 행동 패턴을 악화시킨다 경계인은 자신이 버림받을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버림받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게 된다.
경계성 성격장애로 의심되는 주변 사람에게 이 장애에 대해 얘기하면 대부분 감사 대신 분노와 부인, 비난을 쏟아 붓는다. 혹은 절망과 수치심에 자해를 시도할 수도 있다. 경계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의 행동은 평생을 써온 '대체 기제'이기 때문에 스스로 행동을 바꾸고 싶게 강제할 수는 없다. 자신에게 성격장애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은 고사하고, 완벽하지 않은 구석이 있음을 시인하는 것만으로도 경계인들은 수치심과 자기회의 늪에 빠질 수 있다. 분명한 증거를 앞에 두고도 자신에게는 잘못된 점이 없다고 부정하고, 자신을 잃기보다는 직장이나 친구 가족과 같이 아주 중요안 다른 것을 잃으려 할 것이다. 배 한 척 한 척은 스스로의 운명에 대해 자기 몫의 책임을 지며 등대 불빛에 안내를 받을지 안 받을지를 선택할 수 있다. 등대는 그 선택에 대해 책임이 없다. 오직 당신만이 경계인을 바꿀 수 있다는, 혹은 그래야 한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느끼고 왜 그런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답을 찾는 경계인이라야 이 장애에 대해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는 동기로는, 감정적인 혼란이 변화에 대한 두려움보다 클 때, 혹은 자녀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걸 깨달을 때, 심지어 지극히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 등으로 경계인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만 경계인의 변화는 경계인과 비경계인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비난하지 않고, 진정으로 그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엣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며, 오랜 치료 기간 동안 함께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경계인은 자신이 의지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통제하려 노력하고 그들 곁에 머물기 위해 자존감을 지키고 감정 소요에 대처하는 다양한 '기술'을 익힌다. 남을 통제하려 드는게 오히려 인간관계를 파괴한다는 걸 인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경계인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비경계인 또한 자기 역할에 책임을 질 때 진정한 변화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