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안전의 새로운 과제
1991년, 대한민국은 교통사고로 인해 무려 13,429명의 소중한 생명을 잃는 참담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30여 년이 지난 2023년, 그 수치는 2,551명으로 줄어들며 교통안전 분야에서의 괄목할 만한 발전을 입증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수치 감소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가 교통안전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변화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이처럼 교통사고 사망자 수의 감소는 자동차의 안전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차량의 충돌 안전성 강화, 제동 성능 향상, 차로이탈 경고 및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과 같은 운전자 보조 기술의 발전은 차량 탑승자에게 더욱 강력한 보호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사고 발생 시 운전자와 승객은 보행자에 비해 물리적으로 더 안전한 위치에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자동차 등록대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 사회의 교통안전 문화와 기술적 진보가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멈춰서는 안 됩니다.
승용자동차는 여전히 2톤에 달하는 금속 덩어리이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는 언제든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기계입니다. 특히 도로 위에서 가장 취약한 존재인 보행자에게는 작은 부주의가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제 교통안전의 진화는 단순히 운전자나 승객을 보호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는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 노약자 등 도로 위의 ‘약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진화하는 자동차 안전관리 체계
우리나라의 자동차 안전은 「자동차관리법」을 중심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이 법은 자동차의 등록부터 폐차까지 전 생애주기를 관리하며 성능 및 안전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수십 년간 자동차 기술과 정책 환경 변화에 발맞춰 다양한 제도가 도입되고 개편되면서 법령 전반의 체계성이 강화되고 있으며, 국민이 법을 쉽게 이해하고 준수할 수 있도록 어려운 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고 문장 구조를 다듬는 등 알기 쉬운 법령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자동차 정책의 기본계획 역시 지속적으로 안전 확보를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제1차 기본계획에서 "국민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자동차 이용환경 조성"을 목표로 한 이래, 제2차에서는 첨단차의 안전기반 구축을, 제3차에서는 "촘촘한 안전관리"를 통한 국민 권익 향상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동차 관련 기술 발전과 더불어 안전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자동차 안전기준의 국제조화를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고 연구·개발을 추진하는 등 자동차 안전도를 향상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정책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사고요건 중 '자동차' 안전에 집중하는 이유
자동차 사고는 자동차 자체의 결함, 도로 환경, 기후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합니다. 그러나 도로 환경이나 기후 변화는 단기간에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가 많습니다. 반면 '자동차'는 기술 개발과 제도적 장치를 통해 직접적으로 안전 성능을 개선하고 위험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영역입니다. 따라서 자동차 안전 관리 체계는 자동차의 구조 및 장치, 성능 등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검사, 인증, 결함 관리 등의 제도를 통해 강제함으로써 사고 예방 및 피해 최소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보행자 안전을 위한 미래자동차 안전기술 및 제도 방향
과거 자동차 안전이 주로 탑승자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움직이는 쇳덩이'가 주변 환경과 보행자에게 가하는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합니다. 특히 운전 경험이 부족하거나 피로에 지친 운전자, 혹은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등 산만한 보행자와 같이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취약한 도로 사용자까지 고려한 안전 기술 및 제도의 도입이 시급합니다. 최근의 안전 관리 방향은 이러한 요구와 맞닿아 있습니다.
참고로 자동차안전도평가에서는 올해부터 비상자동제동장치(AEB), 긴급조향기능장치(ESF) 등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사고예방안전성 평가 비중을 강화(기존 20% -> 변경 30%)하고 있습니다.
1. 첨단 안전 기술의 의무화 및 검사 강화
비상 자동 제동 장치(AEB): 보행자나 다른 차량과의 충돌 위험을 감지하여 자동으로 제동하는 AEB와 같은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은 이미 정기 안전 검사 항목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운전자의 실수나 부주의로 인한 사고, 특히 보행자 사고를 줄이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기술의 성능 기준은 더욱 강화되고, 적용 대상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소음 자동차 경고음 발생 장치: 전기차와 같이 조용한 차량은 보행자가 접근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경고음 발생 장치의 설치 및 작동 상태를 검사하는 것은 보행자 안전을 위한 중요한 조치입니다.
후방 보행자 안전장치: 후진 시 보행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후방 영상 장치 및 후진 경고음 발생 장치가 자동차의 안전 운행에 필요한 장치 목록에 포함되어 있으며, 후방 보행자 안전장치의 정상 작동 여부 역시 차량 검사 시 확인됩니다.
사이버 보안 관리 체계: 차량의 소프트웨어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오작동은 심각한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동차 제작자에게 사이버 보안 관리 체계 인증을 의무화하고, 임의적인 소프트웨어 변경을 금지하는 것은 차량의 안전한 작동을 보장하여 궁극적으로 보행자 안전에도 기여합니다.
2. 자율주행 기술과 안전 관리
운전자 또는 승객의 조작 없이 스스로 운행하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개발 및 상용화는 교통안전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은 사람의 실수를 배제하고 항상 일관되고 안전한 운전 패턴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안전한 시험 운행을 위해 임시 운행 허가 제도가 마련되었으며, 시험 운행 중 운행 기록 및 교통사고 관련 정보를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의무화하여 안전성 검증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 등 취약한 도로 사용자를 얼마나 잘 인지하고 안전하게 대응하는지 평가하고 기술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3. 사고 및 결함 정보의 활용 강화
자동차 사고 발생 시 차량의 운행 정보를 기록하는 사고기록장치(EDR) 장착이 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 파악을 명확히 하여 교통안전 강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사고 기록 데이터는 특정 상황, 예를 들어 운전자 부주의나 보행자 행동 특성 관련 사고 시 차량 시스템의 작동 방식을 분석하고 개선하는 데 활용될 수 있습니다.
자동차 리콜센터를 운영하여 다양한 경로(소비자 신고, 언론, 보험사, 경찰 등)를 통해 결함 정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결함 발생 시 신속하게 조사하고 리콜 등 시정 조치를 의무화하며, 우편물과 문자 메시지로 소유자에게 통지하는 등 정보 전달을 강화하여, 잠재적 안전 위험이 도로 위 다른 참여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제작자가 결함을 은폐·축소하는 경우 제재를 강화하고, 특정 결함으로 반복적인 사고가 발생하면 운행 제한이나 판매 중지 명령까지 내릴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은 자동차 자체의 안전 결함이 보행자에게 미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강력한 조치입니다.
이러한 노력들은 결국 '자동차' 자체의 지능과 안전성을 높여, 운전자의 상태나 보행자의 산만함 등 통제하기 어려운 다양한 변수나 도로 환경 및 기후 조건에도 불구하고 사고를 예방하고 사고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미래 자동차 안전 관리의 중요한 목표는 모든 도로 사용자가 안심하고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차량 자체의 근본적인 안전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